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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구' 가슴 서늘한 반전, 차대웅의 선택!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여친구' 가슴 서늘한 반전, 차대웅의 선택!

빛무리~ 2010. 9. 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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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드디어 차대웅(이승기)의 역할이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는 '구미호가 사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웅이가 잘 모르고 있었기에 수동적인 역할 밖에는 할 수 없었지요. 오히려 놀라운 능력으로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박동주(노민우)의 역할이 더 두드러져 보일 때도 많았습니다. 물론 차대웅은 미호(신민아)가 사람이 아닌 구미호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감히 사랑을 시작했고 그녀와 더불어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미호 때문에 자기의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지 몰라, 그의 마음을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었지요. 

제가 보기에 대웅을 향한 미호의 사랑은 어쩌면 주인을 향한 반려견의 사랑과도 비슷합니다. 주인이 퇴근해 돌아올 무렵이면 현관문 앞에 망부석처럼 앉아서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사랑... 돌아온 주인을 만나면 껑충껑충 뛰면서 꼬리를 흔들어대며 반기는 사랑... 주인이 기약 없이 떠나도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믿고 기다리는 사랑... 풀밭에서 잠든 주인이 불에 타 죽을 것 같으면 자기 몸에 물을 묻혀서 그 불 속을 뒹굴며 대신 죽더라도 주인을 구하려는 사랑... 다른 아무것도 필요없고 오직 주인과 함께 있는 것만이 가장 행복한 사랑... 그렇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이 반려견의 사랑이지요. 여우가 개과의 동물이어서일까요? 미호의 사랑은 그것과 꼭 닮았습니다.


그래서 미호는 자기 때문에 대웅이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망설이지도 않고 그를 대신하여 자기가 죽을 것을 결심했습니다. 오히려 그녀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맹목적인 사랑은 더욱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인 차대웅이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요.

그리고 구슬을 품은지 100일이 되기 전에 대웅이가 그 비밀을 알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결정적 순간까지 그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50일이 되는 날 박동주는 은혜인(박수진)을 통해서 대웅에게 비밀을 발설하고 말았군요. 자기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웅이가 미호에게서 멀리 달아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혜인으로부터 비밀을 전해 들은 대웅의 반응은 박동주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은, 정말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미호를 위해 자기의 목숨 절반을 그 즉시 포기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오늘이 백일에서 딱 반이 지났어. 미호야, 지금 나한테서 구슬 꺼내 가. 너를 사랑하는, 사람인 내가 할 수 있는 결정은 이거야. 어디로 갈지 모르는 무모한 선택일지라도 같이 가는 거야."

논리적으로 볼 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100일이 다 지나면 자기와 미호,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니, 어떻게든 둘 다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위험하더라도 아직 절반의 기운이 남아있을 때, 지금 당장 구슬을 꺼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생각한다면, 과연 그것이 보통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결정이었을까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인 내가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대웅이는 말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저 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인 내가'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으로서는 차마 하기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박동주는 인간인 차대웅이 절대로 자기 목숨의 절반을 내놓지는 않을 거라 믿었고, 그래서 달아나게 하려고 비밀을 알려 주었지요. 어차피 달아나 봐야 자기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할 테니, 100일을 다 채우면 찾아가 구슬을 꺼냄으로써 절반이 아닌 모두를 빼앗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차대웅의 놀라운 용기와 희생으로 박동주의 계획에는 큰 차질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내가 알던 대웅이는 그렇게 자기를 내던져서 희생하는 아이가 아니었다."고 은혜인이 말하자 박동주는 대답했습니다. "변한 거겠죠.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다는 상대를 만나서, 자기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한 거예요."

다행히 차대웅은 목숨의 절반을 빼앗기고도 멀쩡하게 살아났습니다. 구슬을 돌려준 후 잠시 기절했으나 곧 정신을 차렸고 건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군요. 기절한 차대웅을 앞에 두고 동주가 말하길 "당장 죽을지, 몇 달을 더 살지, 몇 년을 더 살지는 원래 그가 가진 목숨의 크기에 달렸다."고 했는데, 아마도 차대웅의 목숨은 일반인의 두 배를 족히 넘을 정도로 컸던가 봅니다. 하긴, 그러니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겠지요.


오히려 문제는 기를 빼앗긴 대웅이가 아니라, 자기의 구슬을 도로 찾아간 미호에게서 나타났습니다. 아직 그녀의 몸 속에 남아 있던 구미호의 기운과, 대웅에게서 전해진 인간의 기운이 절반씩 섞여서 충돌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그 기운들이 잘 섞인다면 박동주와 같은 존재, 반인반요(半人半妖)가 되어 오래오래 살 수 있지만, 제대로 융화되지 못한다면 미호는 대웅이가 구슬을 돌려 준 보람도 없이 100일이 되는 날 예정대로 죽을 것입니다.

자기 안에서 충돌하는 기운들을 억제하지 못하는 미호는 자꾸만 푸른 눈의 여우로 변해서 대웅이에게 꼬리를 내놓으라고 협박을 합니다. 그럴 때는 제정신이 아니어서 마치 몽유병을 앓는 사람처럼, 깨어나고 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저는 신민아의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그 동안은 너무 유치원생 같기만 해서 구미호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변신하는 장면에서는 제법 구미호의 서슬 퍼런 기세와 무서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더군요. 그러다가 제정신을 차리면 다시 귀여운 미호로 돌아오는데, 그 변화무쌍함이 가히 볼만했습니다. 이 작품은 신민아의 연기 인생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구슬이'의 존재를 미호 뱃속의 태아라고 오해한 할아버지는 증손주를 볼 생각에 온통 희망에 부풀었고, 미호를 보호하기 위해 집안에 들어와 있으라고 했는데, 하필이면 미호가 집안에서 몇 차례나 변하는 바람에 대웅이의 심장은 수시로 오그라들었습니다. 그래도 모두 감당하고 받아 주며 오직 그녀의 죽음이 멈추기만을 바랬는데, 안타깝게도 그녀의 꼬리는 다섯번째 소멸을 맞이했군요. 죽음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묻는 대웅에게 동주는 말합니다. "당신은 막을 수 있어요. 당신이 옆에서 없어져 주면 가능해요. 두 가지 기운이 섞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에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을 옆에서 부추기고 있는 건 당신이구요. 당신이 옆에 없어야 인간이 되고 싶은 바램도 사라질 거고, 지금 본인의 상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요."

동주는 그들 사랑의 방해꾼이기는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미호는 과연 대웅이 때문에 아직도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있으며, 자꾸만 푸른 눈의 요괴로 변하는 자신을 스스로 혐오하고 있었으니까요. 다만... 대웅과 헤어진다고 해서 미호가 그를 잊어버릴 거라는 동주의 믿음은 빗나가겠지요. 그녀가 살기 위해서는 자기와 헤어져야만 한다는 사실에 대웅이가 반발하자 동주는 다시 말합니다. "둘 다 살 수 있는 방법을 다행히 찾았잖아요. 이번에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잘 선택해서 결정해 봐요."


그래서 대웅은 결국 두번째 선택을 했습니다. 뼈저린 이별의 아픔을 감당하며 그녀와 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을 접게 해야 하기에, 마음에도 없는 모진 소리를 연달아 내뱉으며 그녀를 매몰차게 밀어냈습니다. 내 눈에는 이제 네가 괴물로 보일 뿐이라고, 나는 이제 너와 함께 있는 것이 싫다고 말하며 그녀를 떠나는 대웅의 선택은 오직 미호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구미호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가장 용감하고 희생적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차대웅은 단 며칠 사이에 고통스런 선택을 두 번이나 해야 했습니다. 절반의 목숨을 빼앗긴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침없이 구슬을 돌려 주었던 첫번째 선택은 가슴 서늘한 반전이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의 의미를 더없이 극명하게 표현해 주었던 두번째 선택 또한 그에 못지 않은 감동이었지요. 하지만 너무 아파서, 가슴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만 같습니다. 이제 종영하는 다음 주엔 또 얼마나 감미로운 아픔이 기다리고 있을지, 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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