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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구마준의 해피엔딩이 꺼림칙한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구마준의 해피엔딩이 꺼림칙한 이유

빛무리~ 2010. 9. 1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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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억지스런 면이 없지 않았으나 어쨌든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는 무난히 해피엔딩을 맞이한 '제빵왕 김탁구' 였습니다. 쇼킹한 반전은 없었군요. 저의 예측은 대부분 맞아들어갔습니다.

김탁구(윤시윤)는 거성식품 대표의 자리를 거절하고 팔봉 빵집으로 돌아가서 양미순(이영아)과 결혼하여 평생토록 행복한 빵쟁이가 되었습니다. 그 대신 구일중(전광렬)의 맏딸 구자경(최자혜)이 거성의 새 주인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이 두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맞는 자리를 찾아갔으니, 아무런 불만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결말을 맞이했다 하겠습니다.


유난히 탈이 많았던 러브라인도 급격히 정리되었습니다. 김탁구는 구마준(주원)과 신유경(유진)의 결혼 이후로 쿨하게 마음을 접었는지, 그 동안 모른척 하던 양미순의 마음을 단숨에 받아들여 행복한 커플을 이루었지요. 한편 시어머니 서인숙(전인화)을 독하게 핍박하며 막판에서야 악녀 본색을 활활 불태우던 신유경은 "내가 잘못했다. 사실은 너를 사랑해!" 라고 말하는 구마준의 고백에 한바탕 시원하게 대성통곡을 하고 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하게 그의 어깨에 기대었습니다. 마준과 유경 커플에게는 석연찮고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지만, 어쨌든 각기 제 짝을 찾아서 행복해졌으니까 잘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악의 축이었던 한승재(정성모)는 체포되어 법의 심판을 받았고, 서인숙은... 남편에게서 외면받고, 아들에게서 버림받고, 항상 그녀를 지켜주던 연인은 감옥에 들어간 후, 모든 힘을 잃은 채 텅 빈 집에 남겨져서 혼자 미쳐가는 듯 하더군요. 악인들은 이렇게 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구마준은 정말 새사람이 된 것일까?

한승재와 서인숙이 끔찍한 악인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이 그들에게 돌을 던진다 해도 그러면 안 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목숨을 받았고, 진심어린 사랑을 받았던 구마준입니다. 최종회를 보니 한승재와 서인숙에게 벌을 내리는 사람은 결국 그들이 낳고 키워낸 자식 구마준이더군요. 그들은 어쩌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악인들 중에서 가장 가혹한 벌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구마준은 패륜아입니다. 한승재의 이중장부를 경찰에 넘겼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뉘우칠 줄 모르는 생부를 위해 마준이가 해야 할 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자기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놓고 끝까지 부인한 것은 패륜입니다. 한승재가 정당한 방식으로 죗값을 치르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자식으로서 그를 진심으로 가엾이 여기거나 지켜주려는 마음이 없는 것 또한 패륜입니다.

마준이가 장부를 경찰에 넘겼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승재는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비록 악인이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었습니다.

구마준은 말했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이 나한테 존경스런 모습을 보여 주었더라면 좋았을걸... 그랬다면 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난, 좀 더 살기가 수월했을 텐데... 그랬다면 내가 당신을 용서하기가 훨씬 더 쉬웠을 텐데... 내가 옆에서 다 지켜보고 있는데 조금만 더 잘 살지... 이제 이것이 마지막일 겁니다. 아저씨한테 내 얼굴 보여주는 거... 안녕히 계세요."



맞는 말이기는 했는데, 저는 구마준의 눈물에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흘리는 눈물은 떳떳하지 못한 출생과 존경할 수 없는 생부 때문에 평생 괴로움에 시달렸던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이었습니다. 자식으로서 나락에 떨어진 생부를 보며 가슴아파하는 눈물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이십대 후반이나 된 어른으로서, 구마준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요? 지금까지 자기가 저지르고 다닌 짓은, 한승재보다 좀 낫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형제 김탁구에게 후각을 상실할 만큼의 독극물을 먹이고, 스승의 집에 불을 지르고, 스승의 발효일지를 훔쳐서 달아났던 등의 죄과는, 피해자들이 용서했으니까, 그리고 자기는 뉘우쳤으니까 이제 떳떳하게 생부를 단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아니면 나는 당신의 나쁜 피를 물려받아서, 또는 당신에게 보고 배워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으니까, 내 모든 죄도 당신 탓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버지의 위치에 있지 못했던 한승재에게 잘못된 교육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자기에게 존경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부를 꾸짖는 구마준의 대사는, 한승재의 입장에서 들을 때는 더없이 뼈저린 것이었겠으나, 제가 들을 때는 좀 웃기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이어지는 대사가 "기다리겠습니다. 출소하시면 저를 찾아 오세요. 우리, 그 때 다시 만나면 잘 살아보도록 해요." 이런 것이었다면 감동의 도가니였겠으나, 이제 자기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돌아서는 자식의 모습이라니....
 


서인숙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경이와 함께 떠나겠다고, 당분간 집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구마준은 덧붙였습니다. "엄마, 이제 그만 내려놔요. 엄마 자신이 변하지 않는 이상, 엄마의 불행도 끝나지 않을 거예요. 이제 난 엄마의 불행에서 발을 빼고 싶어요."

역시 맞는 말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엄마의 불행에서 발을 빼고 싶다."는 말은 자기 혼자 쏙 빠져 달아나서 엄마를 버리겠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떠나지만 꼭 다시 돌아올 거예요. 그때는 지금처럼 불행하지 않고 행복한 엄마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뭐 이런 식으로 희망을 주지도 않고, 매정하게 돌아서는 아들의 모습이라니......


자기를 사랑하며 일생을 바친 한승재까지 배신했으니 서인숙이야 천벌을 받아 마땅한 여자이고, 가장 큰 고통이라면 자식에게 외면당하는 것일테니 서인숙의 입장에서야 당연한 벌을 받은 셈이지만, 생부에 이어 생모까지 버리고 떠나는 구마준의 행동은 명백한 패륜이었습니다. 대체 자기는 뭘 잘했다고 그토록 가혹하게 부모를 단죄하는 걸까요? 구마준은 그 동안 자기의 악행으로 피해자가 된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모습 한 번 비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팔봉 선생의 유훈 앞에서 눈물 한 번 쏟고, 이사회의에서 약간의 힘을 행사하여 구자경을 회장으로 만든 것으로, 모든 잘못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걸까요?


신유경과 더불어 행복한 신혼부부가 되어 떠나는 모습도 별로 개운치 않았습니다. 자기가 개발한 신제품을 제일 먼저 유경에게 먹여주고 싶었다는 그 말도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생부 한승재를 속여서 받아낸 돈으로 만든 빵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 돈은 부정한 돈이었기에, 다른 사람이 제품 개발을 위해 빼돌렸다면 차라리 정당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자기를 사랑하는 생부의 마음을 이용해서 돈을 받아낸 구마준의 행동은 파렴치한 패륜이었습니다. 그래 놓고 개발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생부에게 숨기며 "이것은 그 사람을 위해 만든 빵이 아니다"라고 하더니 결국 자기 여자를 위해 만든 것이었군요.

새출발을 하기 위해 우선 자기 자신을 돌아볼 필요는 있겠으나, 뭔가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보려는 의욕보다는 유유자적 놀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내와 더불어 얼마나 오랫동안 여행을 할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철없고 무책임한 애어른에 불과합니다.

친부모를 이렇게 대하는 구마준의 모습은 그가 뉘우치고 새사람이 된 것처럼 보이는 결말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저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일 뿐이에요. 자기는 이제껏 엄마의 마음에 들고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살아왔으니, 지금부터는 자신을 위해서 살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그는 지금까지도 자기만을 위해서 살아왔습니다. 구일중의 인정을 받고 싶어한 것도, 서인숙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되려던 것도 구일중이나 서인숙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편이 자기에게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구마준이 정말 탓해야 할 사람은 이제껏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질투와 욕심에 눈이 멀어 살아온 자기 자신일 뿐입니다. 비록 잘못된 사랑의 방식이었지만, 어쨌든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모든 것을 베풀어 주려고 했던 친부모에게 제일 먼저 나서서 돌을 던질 자격은 구마준에게 결코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구마준은 자기의 죄는 모두 잊어버린 듯 부모에게만 모든 죄를 돌리며, 자기는 그들의 불행에서 발을 쏙 빼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참으로 꺼림칙했습니다.

한승재와 서인숙이 받은 벌이 결코 무겁다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그들이 지은 죄에 비하면 그 정도 벌은 차라리 가볍다고 해야겠지요.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겉으로만 새사람이 된 것처럼 위장했을 뿐, 속으로는 크게 변한 것도 없어보이는 이기적인 구마준과,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웃는 철없는 악녀 신유경의 모습은 불안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어쨌든 팔봉 빵집이 다시 문을 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하겠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주고자 하는 긍정적 메시지는 그 팔봉 빵집 안에 모조리 들어 있거든요. 비록 후반에 들어서면서 중반까지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으나, 저는 김탁구라는 인물의 아름다움과 팔봉 빵집의 그 밝고 환한 분위기를, 앞으로도 오래오래 고마운 마음으로 기억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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