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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구' 박동주의 쉽지 않은 유혹이 시작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여친구' 박동주의 쉽지 않은 유혹이 시작되다

빛무리~ 2010. 9. 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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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10회에서는 좀처럼 알 수 없던 박동주(노민우)의 진정한 의도가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그는 구미호(신민아)를 차대웅(이승기)에게서 떼어놓고 그녀 혼자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합니다. 근본적으로 미호에게 나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비록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하겠지만 이로써 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그러니까 길달이 이루지 못한 소원을 대신 이루는 셈이지요. 대웅이가 죽건 말건 동주는 관심이 없습니다. 미호를 살리려면 그 녀석이 죽어야 하니까, 지금은 그저 배신하지 않고 잘 버틴 후에 곱게 죽어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것은 나름대로 동주가 미호를 사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미호의 마음을 대웅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동주는 이제 적극적으로 유혹을 시작합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인간들이 흔히 하는 유혹의 방식이었습니다. 올바로 사랑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아주 흔히 사용되고 있으며 또한 받는 입장에서는 좀처럼 거부하기도 쉽지 않은, 인간 세상의 물질적 가치를 한없이 부여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줄 몰랐는데 동주는 상상초월하는 액수의 재력을 지니고 있더군요.


그 재력을 기반으로 그는 미호의 신분증과 운전면허증, 여권을 만들었고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교의 졸업장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에 인간이 된 그녀가 출국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일본에 초호화 저택까지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미호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초라한 인간이 되겠지만, 일단 그의 도움을 받으면 완전히 달라지겠지요. 23세의 싱싱한 젊음과 빼어난 미모와 막대한 재력을 지닌 구미호는 인간 세상에서 공주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필 자기의 여동생인 것처럼 '박선주'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으로 보아, 미호를 바라보는 동주의 눈길은 남자로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처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된 그녀와 결혼이라도 하고 싶었다면 굳이 박선주라는 이름을 선택했을 리는 없으니까요. 그저 오래 전에 길달이가 이루지 못한 소원을 미호가 대신 이루고, 한정된 수명이나마 인간 세상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동주는 바라고 있는 듯 합니다. 비록 잘못된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그런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짠하기도 했어요.


남녀를 불문하고 현실적으로 인간에게 있어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입니다. 돈도 학벌도 없고, 심지어는 신분증도 없이 유령처럼 떠돌며 가난하게 살아가던 사람에게,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갖추어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댓가로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해도, 과연 거절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 모든 것들을 뿌리치고 사랑하는 이의 곁에 남기로 결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합니다. 솔직히 저도 그런 상황이라면, 박동주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없거든요..;; 박동주는 이렇게 약한 인간의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호는 아직까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인간이라면 결코 뿌리치기 쉽지 않았을 유혹을 너무 쉽게 뿌리치려 하고 있는 중입니다. "박선주로 살면 정말 멋지긴 하겠다. 하지만 그러면 뭐해? 대웅이가 옆에 없는데..." 라고 입을 삐죽거리며 여권과 신분증 등의 자료를 모두 볻투에 집어넣어 버리는 미호의 태도는 앞으로도 그녀가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줍니다.


미호는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돈과 학벌과 신분증 없이 인간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끔찍한 일인지를 상상도 못합니다. 그녀가 인간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오직 차대웅이 그 안에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과 자기는 대웅이를 사랑해서 그 곁에 있고 싶다는 사실뿐입니다. 미호가 인간이 되려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대웅의 곁에 있고 싶어서인데, 똑똑한 박동주는 이상하게 바보처럼 미호의 그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미워하고 불신합니다. 오래 전에 길달을 죽게 만든 남자에서부터 그의 증오심은 시작되었을지도 모르지요. 그 후로도 수천년을 인간 세상에서 살아오며 그는 때가 묻을대로 묻었고, 상처를 받을 만큼 받았고, 불신의 벽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딱하게도 박동주는 마음을 열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의 양면성 중에 가장 추악한 부분만을 보며 그 오랜 세월을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는 인간 사회에 진정한 사랑 따위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그저 돈을 비롯한 물질적 가치에 한없이 약한 인간의 추레함을 보며 비웃고 있을 뿐입니다.


반대로 미호는 처음으로 접하는 인간 세상에서 차대웅을 가장 먼저 만났고, 투덜거리면서도 자기의 친구가 되어 주고 소고기도 사주고 가끔은 진심으로 걱정도 해 주는 그를 사랑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로써 미호는 동주가 수천년 동안 배우지 못했던, 인간의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부분을 먼저 배우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인간 중에도 신뢰할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과, 인간들에게도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대웅이가 그녀에게 가르쳐 준 것이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차대웅 역시 미호만큼이나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남자였기 때문이지요.

저는 박동주의 사랑 또한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차대웅의 순수한 사랑과 비교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빛이 바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대웅이는 미호를 사랑하게 되면 앞으로 얼마나 힘들어질지를, 막연하게나마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애써 그녀를 짐승이라 생각하며 자기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힘겨움을 각오하면서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주려 합니다.


자기 가족과 친구들에게 온갖 거짓말을 지어내서 미호의 정체를 숨긴 채 앞으로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는 100일 후에 미호가 사람이 될 거라는 사실을 모르니까, 인간과 구미호의 결합이 어떤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지도 알 수 없어서 매우 불안하고 두려울텐데 (어쩌면 '여우누이뎐'의 연이처럼 반인반수의 아이가 태어날지도..ㅎㅎ)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미호를 사랑하려는 차대웅은 정말 놀라운 남자입니다. 어쩌면 아직 철이 없어서 가능한지도 모르지만, 생각해 보니 아직 세상을 모를 때 다가오는 철없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사랑의 본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더군요.

대웅과 미호가 순수한 첫사랑의 이미지로 다가온다면, 다른 한쪽에서 그들을 유혹하는 박동주와 은혜인(박수진)은 아주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사랑을 대변합니다. 미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차대웅을 하루하루 죽음으로 몰아가는 박동주와, 대웅을 차지하기 위해 날마다 계략을 짜내어 미호를 해치려 하는 은혜인 덕분에 이 순수한 커플의 사랑은 하루도 바람잘 날이 없습니다.


이제 혜인의 기습 키스 때문에 대웅의 안에 들어 있는 미호의 구슬이 다치고 말았네요. 무력하게 정신을 잃은 상태로 높은 곳에서 추락했으니 가엾은 미호의 운명이 궁금해집니다. 저의 예상으로는 그녀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동주나 대웅이, 둘 중 한 명이 구해 줄 것 같군요. 어느 쪽의 발이 더 빠르냐에 따라 앞으로의 전개는 아주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능력으로 따진다면야 동주의 발이 빠르겠지만, 그것은 아직 모를 일이지요.

두 남자의 상반된 사랑은 어찌 보면 참으로 식상한 소재인데, 구미호라는 존재가 중간에 끼어들게 되니 의외로 상당히 새롭게 느껴집니다. 우선 그 사랑에 반응하는 방식부터가 구미호는 인간과 다르니까요. 생각할수록 이 드라마의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아요. 신민아의 독특한 캐릭터로 인해 아주 가볍고 경쾌한 마음으로 시청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 은은히 스며드는 슬픔의 기운을 부인할 수도 없네요. 저는 이 묘한 매력의 드라마에 점점 더 사로잡혀 가고 있습니다. 이러다 새드엔딩이면 너무 마음이 아플 듯한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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