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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신유경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것인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신유경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것인가?

빛무리~ 2010. 9. 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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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했던 것처럼 팔봉 선생(장항선)이 하차한 후의 '제빵왕 김탁구'는 완전히 김 빠진 사이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쪽에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신유경(유진)이 있고, 한쪽에는 누구의 아바타인지 다 알고 있는데 괜히 어설픈 연막을 치는 조진구(박성웅)가 있습니다.

너무 뻔한 결말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덜기 위하여 미스테리한 느낌을 가미한 듯한데, 솔직히 조진구가 김탁구를 배신하고 다시 한승재와 손을 잡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말이 나온 김에 조진구 쪽 이야기를 먼저 해보도록 하지요. 조진구는 박변호사와 더불어 구일중(전광렬)이 남겨 둔 탁구의 수호천사라 볼 수 있습니다. 김탁구(윤시윤)가 거성에 입성하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초반에 강력한 버팀목이 되어 준 사람이 박변호사였다면, 나중에 김탁구가 한승재(정성모)의 덜미를 잡고 증거를 확보하여 악의 무리를 쳐부수고 결정적 승리를 거머쥘 수 있도록 도와 줄 사람은 조진구일 것입니다. 그건 누가 보더라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마치 여동생의 수술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한승재의 하수인이 된 것처럼 연막을 치고 있으니 참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약간이라도 "혹시...?" 라는 의심이 들어야 미스테리의 효과가 있을 것인데, 절대 그럴 리 없다는 확신이 드는 상태에서는 배우들의 모든 행각이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인위적 쇼처럼 보여서 지루할 뿐입니다.


조진구는 병원에서 김미순(전미선)을 납치해 한승재에게 데려왔으며, 그녀 소유의 주식 지분을 양도하라는 한승재의 요구를 거절하여 다시 위험에 처한 김미순을 또 질질 끌다시피 차에 태워서 어디론가 데려갑니다. 마침 그 때 엄마의 소재를 파악하고 달려온 탁구는 14년 전과 똑같이 김미순이 태워진 차의 뒤를 쫓다가 놓치고 말지요. 친동생처럼 아끼는 탁구가 울부짖으며 쫓아오는 것을 보면서도 매정하게 차를 출발시켜 버리는 조진구의 모습이 언뜻 냉혹해 보였지만, 그래봤자 훼이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불안하거나 궁금한 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조진구의 어설픈 미스테리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김탁구와 김미순의 모자상봉을 너무 필요 이상으로 지체시켜서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들 모자가 다시 만난다고 해서 무슨 천지개벽할 구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렇게 대수롭지도 않은 그 내용을 가지고 질질 끄는 것일까요?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될 거라 생각해서 자꾸 미루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봐야 점점 더 김만 빠질 뿐입니다. 벌써 뚜껑은 열린지 오래니까요.


한쪽에서는 어른이 된 김탁구의 엄마 찾아 삼만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구마준(주원)과 신유경의 결혼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왜 드라마 속의 결혼식은 불문곡직하고 모두 성당에서 치르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그림이 예쁘게 나오니까 무조건 들이밀고 보자는 식인듯 한데, 부부 양쪽 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경우에는 성당에서의 결혼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주례신부님이 신랑 신부에게 질문하시는 혼인 서약의 문구조차 너무 엉터리여서 기가 막힐 뿐이었습니다.

신유경의 주정뱅이 아버지 신씨는, 14년만에 못된 딸을 만나겠다고 한승재를 따라 기세등등하게 들이닥쳤으나 막상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유경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니 생전 처음으로 약간의 부성애가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그는 자기의 코 앞에 서서 "이 사람은 내 아버지가 아니에요!" 라고 외치는 딸자식을 보며 아무 말 없이 서 있었고, 며칠 후 구마준을 찾아 와 "나는 신유경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니, 나 같은 아비를 두었다고 그 녀석 무시하지 말고 둘이 행복하게 잘 살라." 면서 한승재에게 받았던 돈봉투를 돌려주고 갔습니다. 최소한 짐승보다 못한 인간은 아닌 상태로 남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신유경은 14년만에 아버지와 재회하면서 과거의 악몽에 시달리는데, 곁에서 마준이 따뜻하게 위로하며 안아 줍니다. "다 필요없어. 상처주려고 나를 낳은 사람따윈 그냥 무시해 버려." 라는 대사는 역시 구마준답게 유치하고 속좁았지만 (문맥상으로는 '너를 낳은 사람'이라고 해야 맞는데, 구마준은 분명히 '나를 낳은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원의 실수가 아니라 원래 대본이 그런 거라면, 한승재를 향한 구마준 자신의 마음을 유경에게 빗대어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겠군요...) 그렇게 완전한 자기 편이 되어 주는 마준에게 유경도 조금씩 진심어린 마음을 열어가는 듯 했습니다. 키스하며 마준의 뺨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에서 마음이 느껴졌지요.

비뚤어진 복수심으로 결합된 밉상 커플이었지만 그래도 저 순간만큼은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이제라도 두 사람이 정말 서로를 사랑한다면, 워낙 외로웠던 아이들이니까 당연히 축복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날이 밝자마자 곧바로 흔들리기 시작하는 그들을 보니, 어쩔 수 없는 짜증이 치밀더군요. 신유경은 김탁구를 찾아가 자신의 결혼 소식을 전하며, 평생 너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합니다. 진심으로 행복을 빌며 축하한다고 말하는 탁구에게 유경은 덥석 달려들어 울며 포옹을 하는데, 활짝 열려있는 사무실 문 밖에 구마준이 서 있습니다. 지겹도록 인위적인 설정입니다.


공공장소라 할 수 있는 사무실에서 문을 이중삼중으로 열어놓고 과도한 스킨십을 하는 신유경도 어처구니 없거니와, 분명히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하는 탁구의 말을 들었을텐데, 단순한 질투심에 못이겨 식식거리는 구마준도 너무 한심했습니다. 하긴 원래 이해할 수 없는 찌질한 악역이긴 하지만요. 화가 나서 그랬는지 구마준은 결혼식장인 성당에 느즈막히 도착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한참이나 혼자 기다리면서 유경도 화가 났는지 시큰둥한 얼굴로 그가 내미는 부케를 좀처럼 받으려 하지 않더군요. 둘 다 너무 쿨하지 못하고 답답했습니다.

결정타는 주례사제의 질문에 선뜻 답하지 않는 유경의 모습이었습니다. 대략 "이 사람을 배우자로 맞이하여 평생토록 사랑하겠느냐?"는 내용의 질문을 받으면 신랑과 신부는 각각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해야 하는 것인데, 곧바로 대답한 구마준과 달리 신유경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하필 그 순간에 김탁구와 사랑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이었어요. 정신감정이라도 받아봐야 할 듯한 신부의 비정상적 행동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 참을성 많은 주례사제는 다시 똑같은 질문을 리바이벌하면서 아주 간신히 신유경의 대답을 이끌어냈습니다. 


갈팡질팡도 정도껏이라야 하는데, 구마준의 위로에 눈물을 흘리며 그의 뺨을 쓰다듬고 키스하던 신유경은 어디로 사라지고, 결혼식장에서 혼인서약을 하는 순간 김탁구를 그리워하고 있으니, 이 캐릭터가 그 누구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신유경은 거성가의 며느리로 새 인생을 시작하며 서인숙(전인화)의 목을 조르기 시작할 듯한데, '비 오던 그날 밤'과 '잃어버린 팔찌'의 모티브도 이제는 너무나 식상하여 지겨울 뿐입니다. 계속 터질 듯 하면서 터지지 않고 질질 끌다보니, 이것도 저절로 김이 다 빠져 버렸어요.

제가 알기로는 원래 30부작으로 계획된 드라마였는데, 왜 무리하게 연장이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뒷심 부족은 우리나라 드라마의 넘어설 수 없는 한계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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