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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송중기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성균관 스캔들

'성균관 스캔들' 송중기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

빛무리~ 2010. 9. 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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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준 역을 맡은 박유천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표정이 다양하지 못한 점은 미숙하다 하겠으나, 발성이나 억양 등 대사 연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더군요.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워낙 좋아서 별 것 아닌 말을 하는데도 괜히 몇 차례나 감동을 받았다는..;; 하여튼 경력이 일천한 연기자들은 대부분 표정보다 대사에서 헛점을 많이 드러내는데, 박유천은 연기에 괜찮은 소질을 갖춘 듯하여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은... 박진감이 넘치던 1회에 비해 확연히 지루해진 2회를 보자 조금씩 난감하다는 쪽으로 기울어 가더군요. 너무 성급한 우려인지도 모르지만, 벌써부터 힘이 딸리기 시작한 것인가 싶기도 했구요. 아무래도 '신데렐라 언니'의 제작진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 우울하던 용두사미의 기억을 떨치기가 어려운 듯 싶습니다. 어쨌든 그 지루함의 원인을 생각하다 보니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릴 수가 있더군요.


폭풍 전개 속에서도 수많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데 성공했던 1회에 비해, 2회에서는 다른 인물들의 분량이 현격히 줄어들고 남녀 주인공인 이선준과 김윤희(박민영)에게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 두 명의 캐릭터가 너무 단선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게 문제였어요. 올바른 것도 좋고 정의로운 것도 좋은데, 너무 대책없이 솔직하고 용감합니다. 과거시험 답안에 버젓이 "나는 거벽을 하러 과거시험장에 들어왔소" 하고 밝히는 김윤희의 대담함은 솔직히 저로서는 이해되지 않았어요.

이선준의 계략에 빠져 예정에도 없던 과거를 치르게 되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마땅하거늘, 그런 답안을 제출하면 당연히 눈에 띄게 될 것임을 어찌 몰랐을까요? 남동생 김윤식의 호패를 제출하고 시험을 치르면서 어찌 그토록 무엄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정체가 드러나서 잡히는 날에는 거벽을 도모한 것만으로도 대죄인데다가, 여인의 몸으로 사내를 가장하고 시험장에 들어왔으니 그 또한 추가 죄목이 될 것이었습니다. 자칫하면 임금을 능멸한 죄로 죽음을 면할 수 없을 것이요, 자신뿐만 아니라 남동생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만큼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김윤희에게 거벽을 시킨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나서서 밝히는 이선준의 태도 역시 지나친 감이 있었습니다. 1회에서도 그가 얼마나 겁 없는 인물인지는 충분히 드러났지만, 시험장에서 부정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히는 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짚단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행동까지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능력있는 선비 김윤식을 격려하여 출사토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나, 스스로 거벽을 제안하여 과거시험장에 사람을 끌어들인 것은 명백한 범법행위였습니다. 더구나 임금이 참관하는 시험이었던 만큼, 면전에서 주군을 농락한 셈이 된 것입니다. 임금이 포용해 주지 않았다면, 그 역시 죽어도 할 말 없는 죄인이었습니다.

이선준과 김윤희는 이렇게 언제나 솔직 당당하고, 자기의 신념대로 행동함에 있어 무지막지하게 용감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이 별로 멋있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들은 행동하기에 앞서 한 번 고민하는 법도 없습니다. 언제나 신속하게 결단을 내리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들의 단선적인 캐릭터는 벌써 아무런 궁금증도 일으키지 않을 만큼 파악되어 버려서,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그냥 눈에 보일 지경이에요.


물론 앞으로는 조금씩 달라지겠지요. 강력한 신권주의자이며 당파싸움의 영수인 아버지 이정무(김갑수)에게서 받은 교육만이 세상의 전부라 여기던 이선준이, 어진 임금 정조를 만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면서 그는 고민에 빠질 것입니다. 그때에 가서는 좀 더 매력이 살아날 거라고 기대해 봅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까지는 너무 단순한 캐릭터예요. 그리고 김윤희는 예상컨대 앞으로도 성품에 큰 변화는 없을 듯 싶군요.

이선준과 김윤희는 이제 서로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깨달으며 사랑에 빠지겠지요. 이렇게 비슷한 성격의 남녀 주인공이 2회에서는 거의 80% 이상의 분량을 차지하며 활동했던 것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시끌벅적했던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지루할 만큼 잠잠하다고 느껴졌지요. 주인공들의 단선적인 캐릭터를 보완해 줄, 매력적인 조연들의 지원이 시급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용하(송중기)에게 더욱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사실은 개인적으로 제가 매우 흥미있어하는 종류의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1회에서 구용하가 남긴 인상은 결코 이선준보다 약하지 않았지요. 2회에서는 비중이 너무 줄어들어 아쉬웠지만, 앞으로 그의 역할을 잘 살리기만 하면 드라마에 더없는 활력소가 될 거예요. 이 사람은 이선준과 김윤희에 비해 훨씬 복잡다단한 성향을 지녔거든요.

그의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속은 허전합니다.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을 만큼 심한 장난을 치기 때문에 언뜻 악해 보이지만, 그의 속마음은 어린아이처럼 애정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시종일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꼿꼿이 앉아 있는 이선준이나 하인수에 비해, 그는 언제나 파안대소하며 비스듬히 늘어져 있는데, 그 몽롱한 여유로움 속에서 이따금씩 번뜩이는 칼날이 비치기도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다니는 것 같지만, 성균관에서 벌어지는 모든 기괴한 장난질은 이 자의 영리한 머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올곧은 사람은 그 변화의 패턴 역시 단순하기에, 앞으로 이선준의 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는 벌써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구용하처럼 복잡한 인물은 그 변화의 패턴 역시 종잡을 수가 없지요. 재미있는 장난거리 정도로만 여겼던 계집애 김윤희를 사랑하게 되면서 과연 냉소적인 허무주의자 구용하가 어떻게 변해갈지, 저는 상상만 해도 짜릿합니다.

그리고 송중기의 연기력도 믿을만하더군요. 약간의 경력을 더 갖추었기 때문인지, 살짝 경직되어 있는 박유천이나 유아인보다 확실히 더 여유로운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자세는 구용하의 캐릭터와도 아주 잘 어울렸지요. 캐스팅 면에서도 송중기의 구용하는 거의 완벽한 듯 하니 저의 기대감은 더욱 커집니다.


그나저나 문재신(유아인)은 언제쯤이나 제대로 등장해 줄까요? 일단 수면 위로 떠오르면 그 역시 상당히 강렬하게 어필할 듯한 인물인데, 아직도 저잣거리에서 왈패 행세를 하고 다니는 모습만 아주 가끔씩 비춰질 뿐이니 이것도 어지간히 답답하네요. 기왕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마련되어 있고 멋진 연기자들도 준비시켜 놓았으니, 부디 망가뜨리지 말고 잘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재료들이 있는데, 제대로 이용도 못 하고 무너지면 너무 아깝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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