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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구' 이승기가 구미호에게 떠나 달라고 한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여친구' 이승기가 구미호에게 떠나 달라고 한 이유

빛무리~ 2010. 8. 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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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가 구마준을 비롯한 '악역 패밀리'를 너무 심하게 망가뜨리면서 그 작품성마저 무너뜨리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와중에, 얼핏 유치하고 만화적인 껍질을 쓰고 시작했던 '여친구'는 그 안에 숨어 있던 진주처럼, 등장인물들의 아름다운 진심을 드러내며 매력을 발산하네요. 하긴 원래 그런 것이 홍자매 드라마의 특성이지요.

사랑은 구미호(신민아) 쪽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그녀의 표현대로 '귀엽게 생긴 젊은 남자' 차대웅(이승기)은 아홉개의 꼬리를 그림에 그려 넣어 줌으로써 그녀를 500년간의 감옥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었고,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구미호는 중상을 입은 그에게 소중한 여우구슬을 넣어 주었지요. 자기의 구슬과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없기에 구미호는 차대웅을 따라다니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사랑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음... 그냥 잘생기고 귀여우니까! 사실 맞는 말이지만 이건 농담이고,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날로 커졌겠지요. 차대웅은 그녀를 해방시켜 주었을 뿐 아니라, "호이~ 호이~" 를 주고받으며 외롭던 그녀의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산 속에서는 그녀가 짐승의 공격을 받을까봐 구하러 달려와 주었으며, 한강 다리를 건너던 버스 안에서는 물을 보고 두려워하는 그녀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유람선에 버리고 달아난 줄 알았지만, 늦지 않게 돌아와서 다시 구해 주었습니다. 500년 동안 갇혀 있던 구미호가 사랑에 빠지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그럼 차대웅은 어떨까요? 처음에는 그저 귀찮았습니다. 그리고 정체를 알고 난 후에는 무서웠습니다. 싫지만 무서워서 없는 돈에 매일 고기까지 사 주며 데리고 있던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새 정이 들어 버렸군요. 어렵게 다시 기회를 얻어서 오디션을 보러 가는 대웅에게 구미호는 "나 때문에 망치지 않게, 나는 안 따라갈래." 하고 말하며 그를 혼자 보내 주었습니다. "내가 기다리고 있으면, 대웅이 너는 꼭 돌아올 거잖아, 그렇지?" 하고 묻는 구미호의 순진함이 참 예쁘면서도 괜히 좀 슬프네요.


그런데 "놓아 줘서 고맙다. 그럼 나 간다~" 하고 돌아서던 대웅은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미호야, 너 배고프다고 쓰레기통 뒤지지 말고 이걸로 닭이라도 사 먹어." 하면서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 만원짜리 한 장을 내미는군요.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미호야,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내 전화번호 알지? 그리로 전화해!... 오늘 일 잘되면 또 소고기 사 줄게. 기다리고 있어." 하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미호는 그의 말이 끝날 때마다 "응!" 하고 대답하며 잘 다녀 오라고 손을 흔드는군요. 완전히 출근하는 남편과 배웅하는 아내의 모습입니다.

오디션에 통과한 대웅에게 은혜인(박수진)이 다가와 서로 축하하는 의미로 같이 밥을 먹자고 하지만, 대웅은 거짓말을 둘러대며 거절합니다. 짝사랑하던 여자가 먼저 다가오는데도 물러선다는 것은 이미 그 마음이 변했다는 증거입니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집에 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웅은 밥을 먹지 않고 일찍 나섰거든요. 고급 한우 세트까지 얻어 들고 말이지요. 이 모든 것은 구미호를 위한 마음이었습니다.

사람인데 여우같은 은혜인보다, 여우인데 강아지같은 구미호가 더 좋아졌나봅니다. 항상 자기만 믿고 의지하며 졸졸 따라다니는 그녀에게 측은함과 친밀감을 느끼다 보니 사랑하게 된 모양이에요. 그런데 아직 차대웅은 자기의 마음을 모르고 있습니다.


어장관리녀 은혜인으로서는 속이 터질 노릇입니다. 사실 좀 허당같아 보이기는 해도 차대웅 정도면 놓치기 아까운 남자니까요. 집안 좋고 돈 많고 잘 생기고 착하고 게다가 이제는 영화에 캐스팅까지 되었습니다. 혜인의 어장에 또 얼마나 괜찮은 남자들이 있는지는 모르나, 차대웅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 싶네요.
그런데 이 큰 물고기가 자기의 어장을 빠져나가려 합니다. 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남들은 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하네요. 정체가 무엇이든간에 지금 차대웅의 곁에 그 여자가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솔직히 그 여자가 자기보다 예뻐 보여서 더욱 샘이 납니다. (신민아가 박수진보다 예쁜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구미호니까 사람보다 예쁜 설정이 아닐까 싶네요..ㅎㅎ) 그리고 더 기막힌 것은 영화감독 반두홍(성동일)이 그 여자를 주인공으로 낙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칫하면 일도 사랑도 모두 그 여자한테 빼앗기게 생겼습니다.

은혜인은 제대로 맘 먹고 차대웅을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말... 언젠가 네가 먼저 나한테 정식으로 해 주길 기다렸어. 대답도 마음에 준비했었고... 그런데 요즘 널 보면 네 마음도 믿을 수 없고, 내 답도 맞는 건지 모르겠어... 나 계속 이렇게 흔들리게 놔 두지 마... 확실하게 정리하고 와서... 잡아 줘."


이렇게 되면 차대웅은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 같으면 세상을 다 얻은 듯 좋아했을 일인데 지금은 고민에 잠겨서 술을 마십니다. 잔뜩 취해서 돌아오니 구미호는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도 먹지 않고 강아지처럼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그런 미호에게 대웅은 말합니다. "미호야, 너 나랑 친구하기로 했지? 그럼 내 부탁하나만 들어 줄래? 미호야... 너 제발... 없어져 주면 안되냐? 부탁이야, 미호야... 나 정말 죽을 것 같아. 그러니까 너 좀... 내 앞에서 사라져 주라."

"대웅아, 사실 너... 다 나았어. 이제 안 아프게... 나 갈게." 착할 뿐 아니라 쿨하기까지 한 구미호는 그렇게 대웅의 손을 잡아주고 떠나갑니다. 지난 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대웅은 잠에서 깨어나 미호를 찾지만,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군요. 


차대웅은 왜 구미호에게 떠나 달라고 했을까요?

"미호랑 나랑은 근본적으로 절대 같이 있을 수가 없어. 외계인 ET도 사람이랑 친구 먹고 잘 지냈어도 결국 우주선 타고 떠나잖아." 친구인 병수(김호창)에게 대웅이가 했던 말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대웅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가 있군요. 그는 미호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녀는 언젠가 자기의 세계로 돌아가야 할 구미호이며, 지금은 자기에게 구슬을 빌려주었기 때문에 곁에 있을 뿐입니다. 그녀와 자기는 근본적으로 절대 사랑할 수 없는 사이인 것이죠.

은혜인의 프로포즈를 받고 대웅은 괴로워합니다. 혜인으로 인해 비로소 자기 마음을 알았는데, 사랑해선 안 될 존재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기에 그는 너무도 아픕니다. 그리고 더욱 더 아파질까봐 두렵습니다. 이쯤에서 멈추려고, 더 아프지 않으려고 그는 미호에게 떠나 달라 애원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 슬픈 부탁의 진실이었습니다.


수의사 박동주(노민우)가 미호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래도 속임수를 썼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쉽지는 않겠으나 그래도 미호가 100일 후에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림 속에 갇혀서 영원히 사는 것보다야, 대웅이처럼 귀엽고 멋진 남자와 사랑하면서 짧은 삶을 누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거든요. 코믹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이들의 사랑이 부디 영원하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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