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여친구' 구미호(신민아)의 구슬이 의미하는 것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여친구' 구미호(신민아)의 구슬이 의미하는 것은?

빛무리~ 2010. 8. 19. 15:27
반응형




홍자매와 이승기의 이름 때문이었을까요? 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시청했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였습니다. 솔직히 2회까지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는데, 아무런 기대 없이 시청했던 3회에서는 의외로 감동을 느끼며 눈시울까지 젖어 오더군요. 역시 무엇에든 너무 큰 기대를 걸면 안된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했습니다.

1회부터 2회까지 구미호 신민아가 했던 대사 중에 압도적으로 많았던 말은 "나는 구미호니까!" 였습니다. 늘 함께 다니면서도 차대웅(이승기)이 좀처럼 자기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니까 명백히 깨우쳐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재주 하나를 드러낼 때마다 과시하듯이 "나는 구미호니까!" 라고 되풀이하는 구미호는 참 매력없게 느껴졌어요. 이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구미호가 원래 어린아이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는 해도, 그것이 순수함과 귀여움으로 다가와야 효과가 있는 것이지, 유치함과 고집스러움으로 다가오면 좀 문제가 있다고 보여졌거든요.

이렇게 저에게는 2회까지는 유치하고 고집스런 민폐녀로 느껴지던 구미호였는데, 3회에서 그 진실한 속마음을 내비치며 갑자기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아주 갑자기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대웅은 자기가 짝사랑하는 누나 은혜인(박수진) 앞에서 미호(구미호)를 잠시 떼어놓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두 사람을 무심히 지켜보던 미호는 대웅의 친구인 병수(김호창)에게서 "대웅이가 저 누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대웅이가 저 여자랑 짝짓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거야? 안 돼!" 거침없이 동물스런(?) 발언을 내뱉으며 미호는 대웅에게 달려가서 찰싹 달라붙습니다.

"내 구슬이 네 몸 속에 있는데, 네가 다른 여자와 기를 나누면 안 돼. 그럼 내 구슬이 다쳐!" 저 말을 듣는 순간 왠지 제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다친다'는 단어가 아프게 와 닿았습니다. 누나랑 같이 밥만 먹고 올 테니까 기다리라고 아무리 말해도, 미호는 가까이에서 지켜봐야겠다며 떨어지질 않습니다. 자기를 뿌리치고 가면 네가 죽든 말든 구슬을 꺼내 가겠다는 말에 대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잠시 기다리던 혜인은 대웅이 미호에게 붙잡혀서 자기에게 오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화가 나서 차를 몰고 가 버리네요.


혜인을 쫓아가다가 놓치고 돌아온 대웅은 미호를 원망하며 중얼거립니다. "하긴, 누나가 기다려 줬는데도 같이 못 간다고 말했으면 더 미안했겠지." 그 말을 들은 미호는 뛸 듯이 기뻐하며 묻습니다. "너... 저 여자가 기다려 줘도 안 가려고 했구나?" 대웅이 분해서 소리칩니다. "그래. 난 좋아하는 사람 위해서 목숨 걸고 밥 먹을 용기도 없는 그런 놈이다!" 그러자 미호는 깊이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합니다. "나는 너를 살려주려는 거야. 계속 안 죽게 살려 두고 싶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너한테 준 건데..."

오해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저는 때때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오해받는 거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진심을 거짓으로 오해받거나, 정성을 다했음에도 무심했다고 오해받거나, 좋은 뜻으로 잘해 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악의를 가졌던 것으로 오해받거나... 그럴 때마다 가슴 속에 느껴지는 아픔은 이루 형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상 생활 중에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바로 오해가 아니겠습니까? 웬만하면 좀 무디어질 법도 하건만, 저는 이상하게도 무디어지지 않더군요.

그래서인지 저는 바로 그 순간 구미호의 대사에 완전히 꽂혀 버렸습니다. 이 드라마를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포기하려던 찰나에 저를 붙잡은 것이 바로 그 대사였어요. 마치 자기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처럼 펄펄 뛰는 대웅을 보면서 "나는 너를 살려 주려는 거야..." 라고 말할 때, 신민아의 연기도 참 괜찮았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서운해하는 표정이 그대로 나타나더군요.

생각해 보면 대웅이가 절벽에서 굴러 떨어져 중상을 입은 것을 그녀의 탓이라고 할 수도 없었지만, 미호는 500년 동안 그림 속에 갇혀 있던 자기를 풀어 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가장 소중한 보물인 여우구슬을 대웅에게 주었습니다. 코믹 터치의 드라마라서 그 부분이 가볍게 지나가긴 했으나, 만약에 미호가 구슬을 주지 않았다면 대웅은 깊은 산중에서 숨을 거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과연 구미호에게 있어 '구슬'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제껏 단순하게 생각해 왔던 것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의미가 있는 듯합니다. 

첫째로 구슬은 구미호의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누구나 처음부터 알 수 있는 부분이지요.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도 구슬을 잃은 여우가 힘을 잃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여우누이뎐'의 한은정은 구슬이 없는 상태에서는 제 새끼 연이(김유정)가 어디 있는지도 못 찾아낼 만큼 모든 능력을 잃는 데 반해, '여친구'의 신민아는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차대웅이 어디 있는지를 단박에 알아낼 만큼, 어느 정도의 능력은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구슬은 '마음'을 의미합니다. 미호는 대웅이가 버스에 두고 내린 휴대폰을 찾아주기 위해 몇 정거장을 달려갔다 와서 숨을 헐떡입니다. 

"너도 많이 뛰면 숨도 차고 그래?"
"응, 지금은 구슬이 없으니까... 너한테 줬잖아." 
"구슬이 너한테 정말 중요한 거구나."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데, 말한다고 어떻게 아냐?"

그러자 미호는 살며시 웃으며 대웅을 포옹합니다. 대웅의 가슴 속에 들어 있던 구슬이 주인과 접촉하자 신비한 반응을 일으키며 대웅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군요. 꿈을 꾸다 깨어난 듯한 대웅에게 미호가 말합니다. "내 가장 소중한 일부가 네 안에 들어 있어. 다치지 않게, 소중히 여겨 준다고 약속해."

'구슬이 다친다'는 말은 곧 '마음이 다친다'는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차대웅이 은혜인과 '짝짓기'를 하면 내 구슬이 다친다고 말했던 의미는, 미호가 이미 차대웅에게 마음을 주었으며,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사랑에 빠졌으면서도 스스로 그것을 인식 못 하는 구미호의 순수함이 왠지 쓰리도록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셋째로 구슬은 '용기'를 의미합니다.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널 때, 구슬이 없는 미호는 두려움에 숨을 죽이고 떨었습니다. 백화점에서 벌어졌던 미호와 혜인의 다툼 때문에 액션배우 오디션에 참가하지 못한 대웅이가, 미호를 떼어버리려고 일부러 데려갔던 유람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자기에게 주었기 때문에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미호를 유람선에 홀로 버려둔 채 대웅은 도망치고, 정박해 있던 유람선은 미호를 태운 채 출발하여 강 위로 둥둥 떠나갑니다.

"이렇게 맑은 날 비가 오려면, 내가 울어야 하는데... 맑은 날에 오는 비를 여우비라고 부르는 건, 내가 울면 오는 비라서 그런 거야."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빗줄기가 흩뿌리기 시작하자, 미호를 떼어버리고 도망치던 대웅의 머릿속에는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르고, 그 순간 대웅은 멍하니 서서 "미호가... 우네..." 하고 중얼거립니다.

'여우누이뎐'과 '여친구'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사람의 약속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충고입니다. '여우누이뎐'에서는 구미호 자신이 딸 연이에게 가르쳐 놓고도, 그 자신이 빠져서는 안 될 함정에 빠지고 맙니다. 믿어서는 안 될 사람 윤두수(장현성)를 믿다가 새끼를 잃게 되지요. 그리고 '여친구'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의사 박동주(노민우)가 구미호에게 같은 충고를 하지만, 구미호는 차대웅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배신을 당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새드엔딩을 각오할 수밖에 없는 '여우누이뎐'과 달리 '여친구'에는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예감입니다. 왜냐하면 차대웅은 결코 독하지 못한 녀석이라, 잠깐 배신했다가도 곧 뉘우치고 미호의 곁으로 돌아올 테니까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호의 눈물을 보며 갑자기 넋을 잃는 듯한 대웅의 모습은 바로 그런 희망을 의미합니다. 사랑보다 무서운 것이 정이라더니, 매일 밤낮으로 붙어 있다가 어느 새 정이 들어 버렸나봐요.


어쩌면 구미호의 사랑은 그 어떤 인간의 사랑보다도 깊고 순수합니다. 대웅이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미호가 그에게 준 것은 단지 작은 구슬 한 개가 아니라 그녀의 생명과도 같은, 모든 것이었어요. 미호처럼 자기의 용기와 능력과 마음을 모두 상대방에게 주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흔히 있을까요?

그러고 보면 미호를 마음에 들어하시는 할아버지(변희봉)의 안목이 과연 대웅이보다 높으십니다. 철없는 대웅이한테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최고의 여자친구가 바로 미호라는 사실을, 할아버지는 한 눈에 알아보셨군요. 이제 머지않아 대웅이도 그녀의 고마움과 가치를 알게 되겠지요. 순정만화에 빠졌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는데, 갑자기 이 말도 안 되는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졌으니 큰일입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