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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여우누이뎐' 영혼 깊은 곳을 들여다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구미호 여우누이뎐

'구미호 여우누이뎐' 영혼 깊은 곳을 들여다보다

빛무리~ 2010. 7. 2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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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여우누이뎐' 6회를 보면서 저는 줄곧 무언가를 떠올렸습니다. 한때 저에게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던 영화 '엑소시스트' 였습니다. 사실 '엑소시스트'는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라서, 저와 같이 크게 공감하고 충격받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냐?" 면서 공감하지 못하기도 했던 영화입니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한 소녀가 악령에 사로잡혔고, 그 악령을 내쫓으려던 두 명의 엑소시스트(퇴마사) 신부는 오히려 악령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이 끔찍할 만큼 리얼하게 묘사되었었지요. 그 후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배우와 스탭들 중 다수가 사망하거나 마약 중독 등으로 인생의 파멸을 겪었고, 관객 중에서도 악령에 사로잡혀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들이 발생해서, 그 후일담으로 더욱 유명해진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괴질로 죽어가는 초옥(서신애)의 신들린 연기를 보며, 저는 엑소시스트의 여주인공이었던 소녀가 생각났습니다. 초옥뿐만 아니라 연이(김유정)의 눈빛과 몸짓에서도 순간 순간 그 소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혹시라도 이 드라마가 어린 김유정 양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지금 그녀가 감당하고 있는 역할은 어린 나이로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숲을 뛰어다니고 물에 빠지는 등의 육체적인 고달픔은 차라리 나은 편입니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 작품에서, 어린 소녀 '연이'는 그 모든 음모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보통 이런 드라마에서 아역이란 어른들 사이에서 중요한 '소도구' 정도의 역할로 그치게 마련인데, 연이는 능동적으로 그 상황 속에서 갖가지 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드라마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주제의식을 생생히 깨닫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추악한 존재인지를, 아름답지 못한 이 세상의 실체를 너무 일찍 알게 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지요.


아이들의 투명한 영혼은 무서울 정도로 흡수력이 빠릅니다. 아무리 대사라 하더라도 "어머니, 저는 괴물인가요? 제가 없어져야 모두가 제대로 살 수 있는 건가요?" 라는 말을 감정이입하여 입밖에 내뱉는다는 것은 그 영혼에 좋은 영항을 끼치지 않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에야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차츰 이 세상에서 버티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게 되면, 반드시 구미호의 딸이 아니더라도 저런 생각을 충분히 할 수가 있거든요.

영화 속의 대사였지만, 엑소시스트의 주인공이었던 그 악령들린 소녀도 차마 옮길 수조차 없는 음란하고 끔찍한 말들을 내뱉었는데, 불과 몇 년 후 그녀의 인생에도 치명적인 불행이 닥쳐왔습니다. 14세의 나이로 임신하고 마약중독에 걸렸던 것입니다. 물론 너무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어른과 달리 모든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특성을 생각해 볼 때, 그 끔찍했던 영화가 그녀의 인생에 악영향을 미쳤음이 짐작됩니다. 저는 그래서 아역들이 너무 처절한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아역에 대한 염려가 회마다 더해져 가는 것도 그렇거니와, 저는 이 드라마를 감상하기가 날로 더 힘겨워집니다. 외면할 수 없는 아픈 진실을 너무 차가운 눈으로,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산댁(한은정)과 연이의 눈빛이 새빨갛게 변하고 발톱을 드러낼 때면, 괴기스런 그 모습은 악령 들린 소녀를 연상케 하는데 그것은 사실 여우의 혼령입니다. 그리고 어설픈 퇴마사는 그녀를 계속 '요물'이라고 부르면서 죽이려고 쫓아다닙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드라마에서는 여우가 바로 악령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싶군요. 다만 아무 잘못 없는 가엾은 동물의 영혼이라는 점에서는 악령과 차이가 있지만 말입니다. 

구미호는 남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건만, 사람들은 자기네 이기심과 욕심, 그리고 명예욕 때문에 구미호 모녀를 끊임없이 해치려 하지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해서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바로 '악령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유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차라리 미워할 수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미워하지도 못하고 서로 사랑해야만 하는 것이 인간들에게 주어진 벅찬 숙제임을 자각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연이를 죽이려는 마음을 품고 있던 윤두수(장현성)는 구미호 모녀의 원수였습니다. 그러나 차츰 사랑과 은혜와 의리와 연민이 얽혀들면서 미워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양부인 역시 초옥에 대한 모정이 깊어서 그러할 뿐이니 무조건 탓할 수만도 없습니다.

밉지만 그저 미워할 수도 없고, 사랑하지만 그저 사랑하기에는 너무 비겁하고 추악한, 인간의 현실적인 면모를 너무 잔인하도록 적나라하게 그려내기에, 이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재미있게 시청하면서도 제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눈길을 돌릴 수 없는 것은, 아무리 힘겨워도 직시하고 극복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깨닫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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