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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

성유리가 윤은혜보다는 낫다

빛무리~ 2009. 8. 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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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이다. 나는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지금은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연기자로만 보았을 때는 성유리가 윤은혜보다 훨씬 낫다.

연기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변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임금을 연기할 때는 정말 임금같고, 깡패를 연기할 때는 정말 깡패같아야 하는 것이 연기자라는 말이다.

성유리는 '눈의 여왕'과 '쾌도 홍길동' 두 작품을 통해서 '변신이 가능한' 연기자임을 보여주었다.
'눈의 여왕'의 주인공 김보라는 부호의 딸로서 돈이야 충분하지만, 내면적 기쁨이라고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지극히 슬픈 캐릭터였다. 그녀는 평생을 지독한 병마에 시달렸고, 의지하던 오빠는 사춘기 때 자살하고 말았다. 간신히 사랑을 만났으나 결국 그의 손을 놓고 세상을 떠나야 했다. 이러한 비련의 여주인공을 성유리는 자연스럽게 형상화시키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에 비해 '쾌도 홍길동'의 허이녹은 지극히 명랑 쾌활 단순한 서민 아가씨 캐릭터였다. 태생은 양반가의 규수였으나 떠돌이 약장수 할아버지의 손에 자라며, 그 작은 품에 세상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엄벙덤벙 푼수떼기 소녀로 성장했다. 성유리는 그런 허이녹 캐릭터에 90% 이상 녹아들어가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쾌도 홍길동'을 본 사람들은 거의 다 성유리의 괄목할만한 연기 발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출연 중인 '태양을 삼켜라'에서는 성유리가 "예전의 발연기로 돌아갔다"는 평도 들리고 있지만, 그것은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작품 선택의 실패라고 봐야 할 것이다. '태삼'이라는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어이없을 만큼 빈약한 스토리 라인이다. 도무지 설득력이라고는 없는 스토리 속에서 연기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저 인형같이 대사를 외우며 대본과 연출에 질질 끌려가는 것 외에는 없다.
심지어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중견 연기자들(전광렬, 유오성 등)조차도 '태삼' 안에서는 거의 드라마에 녹아들지를 못하여 이상하게 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아직 그 정도의 안정적인 내공을 갖추지 못한 성유리가 더욱 우왕좌왕하고 초라해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성유리의 '태삼' 출연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에 출연한다 하여 무조건 연기자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되고 말았다.)

그에 비해 윤은혜는 지금까지로 보아서 '변신이 좀처럼 안 되는' 연기자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그녀가 여기까지 온 데는 작품 선택의 행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윤은혜에게 가장 잘 어울렸던 옷은 바로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다. 커프의 '고은찬'은 윤은혜를 위해 탄생한 캐릭터와도 같았다. 예쁜 여자로서 묘하게 중성적인, 미소년의 이미지와 에너지 넘치는 활발함을 겸비해야 했으니, 고은찬 역에 윤은혜를 캐스팅할 수 있었던 것은 커프 제작진에게 있어서도 행운이라 할만했다.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은 10대들의 넘치는 관심과 과도한 언플, 그리고 유치하긴 하지만 나름 탄탄하고 재미있게 구성된 스토리며, 궁을 배경으로 한 현대극이라는 신선함 등이 맞물려 필연적으로 대박을 친 경우이다. 윤은혜가 아니었더라도 '신채경' 역을 맡은 여배우는 웬만하면 주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은혜가 입은 '철없고 귀여운 여고생' 신채경의 옷은 그런대로 잘 어울렸기에 봐줄만 했다.


그러나 '포도밭 그 사나이'의 경우는 좀 다르다. 드라마의 대박 원인을 윤은혜 효과라고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윤은혜의 연기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저해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포도밭 그 사나이'는 독특한 소재와 재미있는 스토리에 건강한 메시지까지 겸비한 '워낙 좋은 드라마'였던 데다가, 브라운관에서 거의 처음 보는 오만석의 뮤지컬에서 다져진 신선하면서도 능란한 연기 덕분에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는 했으나, 윤은혜가 맡은 여주인공 '이지현' 역할은 솔직히 다른 연기자가 했더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그 사나이' 장택기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좀 더 성숙한 여인의 깊이 있는 매력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윤은혜가 표현하는 '이지현'은 여전히 혀짧은 소리를 내는 여고생 정도로 보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윤은혜는 '자기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맡으면 드라마의 완성도를 크게 저해한다. 연기자도 물론 사람이기에 좀 더 어울리는 역할과 어울리지 않는 역할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라고 해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그 캐릭터에 녹아들어감으로써 어울리게 만드는 것이 연기자의 본분이다. 언제나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만을 찾아 입으려 한다면, 결국 '배우'가 아닌 '연예인'으로만 남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아가씨를 부탁해' 를 보면서 '변신이 안 되는 연기자' 윤은혜의 한계를 다시 느꼈다고 하면 너무 심한 평가가 될까?
캐스팅이 확정된 후, 무려 2년 동안이나 기다려왔다고 하는데, 아무리 대본이 나온지가 얼마 안됐다고는 해도 '강혜나' 캐릭터를 연구하고 발음을 교정할 시간 정도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하면 부유하면서도 내면은 외로운 상속녀 강혜나를 '버릇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히로인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을 좀 해봐야 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나는 '눈의 여왕'에서 보여 주었던 성유리의 연기와 살짝 비교를 하고 싶다. '눈의 여왕' 초반부의 '김보라' 캐릭터는 '강혜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념없고 성깔있는 부잣집 공주님. 성유리가 입은 김보라의 옷은 썩 잘 어울렸다. 김보라가 성깔부리는 모습은 툭툭 던지듯 무심하고도 냉랭했다. 화려한 외모에 못 가진 것이 없지만 정작 속은 허하기 이를데 없는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반면 윤은혜가 연기하는 강혜나는 그야말로 "있는 힘을 다해서, 아주 열렬하게" 성깔을 부리고 있다. 그런 태도는 오히려 '가진 것 없는' 서민 연기를 할 때 어울린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갖기 위해서 열렬하고 간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모든 것을 손에 쥔 재벌가의 상속녀, 그러나 속은 허전하고, 게다가 첫사랑의 상처로 인해 인생 될대로 되라는 듯 대충 살고 있는 강혜나가 그런 모습을 보이니, 과연 윤은혜는 캐릭터를 이해하지도, 녹아들지도 못하였다.


차츰 좋아지겠지. 그러한 낙관론에 굳이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드라마의 후반까지 보게 되면 "윤은혜, 연기 변신에 성공하다" 이런 글을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초반부는 굉장히 중요하다. 준비 시간이 적지도 않았는데, 캐릭터 이해 부족으로 초반에 여주인공을 이토록 어색하게 만들어 버리면서 시청자들의 이해만을 바란다는 것은 옳지 않다. 자기의 이름값이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윤은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듯 싶다.


* 8월 22일자 DAUM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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