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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심운택에게서 얻은 한 가지 감동과 교훈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동이

'동이' 심운택에게서 얻은 한 가지 감동과 교훈

빛무리~ 2010. 6.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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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이'를 시청했습니다. 그 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동이'라는 드라마에 갖고 있는 불만은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연으로 점철되다시피 하는 미션 해결 방식도 그렇고, 줄창 현대극의 이미지를 모락모락 풍기는 한효주의 연기에도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고, 적정선을 넘어섰다 싶은 임금 숙종의 깨방정도 차마 오글거려서 보고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의외로 볼만하더군요. 특히 화요일에 방송된 26회는 꽤나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저에게 감동을 선사한 인물은 최근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새롭게 등장한 심운택(김동윤)이었습니다. 숙종에 이어서 깨방정2라고 불리운다는 이 인물에게 솔직히 별 관심은 없었습니다. 숙빈 최씨의 실제 애인이었다는 풍문의 주인공 김춘택이 그 모델이라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들었지만, 이상하게 관심이 끌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뜻밖에도 제가 그 인물에게 감동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

큰 나라에 어질고 현명한 임금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왕위를 물려 줄 아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공정하고 어질며 현명한 젊은이를 골라 외동딸의 배필로 삼고 나라를 물려주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종 단계에까지 올라온 세 명의 젊은이는 모두 훤칠하고 재능있는 인재였습니다. 왕은 그들을 두고 마지막 시험을 치르게 합니다.

"그대들 앞에 세 명의 거지가 있다. 나는 그대들에게 각각 금화 20냥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하나씩 주겠다. 그대들은 저 세 명의 거지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금화를 나누어 주도록 해라."

첫번째 젊은이는 세 명의 거지에게 각각 6냥씩을 나누어 주고 나머지 2냥은 자기가 챙겼습니다. 공평하게 같은 양의 금화를 받았으니 거지들은 만족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습니다. "자기의 몫을 따로 챙겨 두었다는 점에서 그대는 공정하지 못하다. 저 세 명의 거지는 2냥을 빼앗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두번째 젊은이는 세 명의 거지에게 제비를 뽑게 했습니다. 두 명의 승자에게는 7냥씩을 주고 한 명의 패자에게는 6냥을 주었습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그대는 첫번째 젊은이보다는 공정하고 영리하구나. 하지만 자기 혼자만 적은 양의 금화를 받은 저 한 명의 거지는 속으로 불만을 품고 다른 두 사람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세번째 젊은이는 자기 옷의 호주머니에서 한 냥의 금화를 꺼내어 왕이 하사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21냥의 금화를 세 명의 거지에게 각각 7냥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왕이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오호라, 공정하고 어질며 현명한 이가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그리하여 세번째 젊은이는 공주의 배필이 되고 왕의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훗날 왕위를 물려받고서도 그의 공정하고 어질며 현명한 인품은 변함이 없었기에, 오래오래 칭송받는 임금이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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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야기에서는 몇 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뚜렷하게 다가오는 교훈은 '희생의 가치' 입니다. 아무리 남에게 호의를 베풀고 사랑을 말한다 해도, 자기 자신의 희생이 없다면 그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왕이 후계자에게 원했던 최고의 덕목은 바로 백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정신이었던 것입니다. 앞서 시험을 치른 두 명의 젊은이는 오직 머릿속의 계산을 이용하여 왕이 제시한 문제를 풀려 하였으나, 세번째의 젊은이는 왕의 뜻을 가슴으로 받아들였기에 좁은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심운택과 동이는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닌 듯 하였습니다. 그저 변행수의 상단을 통해 우연히 만나, 몇 마디의 말을 나눈 사이에 지나지 않았지요. 그런데 장희재(김유석)의 손에 붙잡힌 동이가 죽음의 위기를 맞이했을 때, 심운택이 짱가처럼 나타났습니다. 장희재가 원하는 등록유초(국경수비대의 중요한 정보가 담긴 일지)를 넘겨줄 테니 동이를 풀어주라는 요구를 하면서 말이지요. 등록유초를 청나라에 넘기려는 장희재의 행위는 거의 매국과 다를 바 없었는데, 심운택은 그것을 알면서도 동이를 위해 결정을 내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크게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갇혀 있는 상황에서 동이를 향해 "네가 먼저 나가서 나를 살릴 방도를 강구해라.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죽어야 할 운명이라면, 나보다는 네가 사는 편이 백배 낫다는 말이다"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생각지도 않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비록 장희재와 장희빈 남매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심운택은 현재까지는 아무 사이도 아닌 동이를 위해 자기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은 그의 재산도 명예도 아니요, 바로 목숨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으나, 얼핏 인품이 가벼워 보였던 깨방정 선비의 숭고한 희생 정신이 어찌나 가슴 찡했던지, 그 의문은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재까지로 봐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어쩌면 숙빈최씨와 김춘택이 연인이었다는 풍문처럼, 동이와 심운택도 나중에는 조금이나마 서로에게 연정을 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입니다.

여전히 제가 보기에 논리성과 개연성은 많이 부족해 보였지만, 어차피 포기한 부분이기에 그러려니 했습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면, 심운택이 동이를 먼저 놓아주고 등록유초를 찾을 때까지 자기를 인질로 잡고 있으라고 말했을 때, 장희재가 순순히 동이를 자유롭게 풀어준 것부터가 그럴 듯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미리 자기 부하와 짜고서 동이를 풀어주는 척 하고는 다른 곳에 가두어 두는 편이 더 장희재답지 않겠습니까?

그래봐야 심운택에게는 원군 한 명도 없고, 정말로 동이를 풀어 주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자, 이제 동이를 풀어주었으니 등록유초의 행방을 말하거라!" 하고 다그쳤다면 그가 어찌 발설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나서 등록유초가 손에 들어오면 심운택과 동이를 각각 살해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바로 장희재다운 해결책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진짜로 동이를 풀어주어서 사방팔방으로 구원을 요청하러 다니게 만들었으니, 장희재는 완전히 바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문제 해결 방식이 역시 너무 쉬워요.


이렇게 내용 전개상으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서 도무지 몰입하기 어려웠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시청한 '동이'에서 한 가지만이라도 감동과 교훈을 얻었기에 나름대로는 만족스런 시청이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숙종과 동이가 다시 만나게 되면 예전처럼 또 깨방정 커플의 면모를 과시하며 제 손발을 오글거리게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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