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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순백의 그녀, 모네의 속삭임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나쁜 남자

'나쁜 남자' 순백의 그녀, 모네의 속삭임

빛무리~ 2010. 6. 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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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번쯤은 하늘을 날고 싶었어. 비행기도 헬기도 타지 않고, 그냥 하늘에 부는 바람을 내 몸으로 맞으며 그렇게 날고 싶었어. 왜 그랬을까?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늘만 보면 마냥 웃음이 났어.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다들 나를 욕하고 미워하겠지만... 나는 자유롭고 싶었던 것 같아.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졌으니까... 아니,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자유롭고 싶다고 말하면 다들 나를 미워하고 욕할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했지만, 나는 하늘을 보면 웃다가도 눈물이 났어.


나도 알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며 살고 있는지... 가벼운 병도 치료할 돈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는지... 공부를 하고 싶어도 가난해서 못 배우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지... 나도 알아.

그래서 나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어. 내가 힘들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가 될 테니까... 내가 홍모네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로 태어났다면, 나도 홍모네를 부러워했을테니까... 그래서 나는 참을 수밖에 없었어. 참기름통에 빠졌다가 나온 것 같은 엄상무 아저씨와 결혼해야 한다는 건 정말 죽기보다 싫었지만, 남들보다 많은 것을 두 손에 쥐고 태어났으니까, 내가 견디어 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아니, 사실은 그게 아니야. 아무도 내 말에는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어. 내가 아무리 싫다고 말해도 소용 없을 거란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거든. 그래도 태라 언니는 가끔씩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지만, 결국 내 편이 되어 주지는 않았어. 그녀는 언제나 이렇게 말했지. "모네야, 지금 힘들더라도 꾹 참아. 나중에는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될거야." 정말 그럴까? 내가 보기엔 그렇게 살아 온 언니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 대들어봤자 소용 없으니까 잠자코 있었던 것뿐이야.

엄마의 갤러리 직원인 재인 언니는 나에게 말했지. "너는 좋겠다. 네가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으니까..." 나는 그냥 웃었어. 정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살아왔나? 내 속마음을 그녀에게 말하지는 않았어. 다만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도 많아." 라고 대답했을 뿐이야.


남들이 욕하거나 말거나, 사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어. 나중에 후회를 하거나 말거나,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 속도 모르고 부러워만 하는 거...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았어.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그러면서도 나는 괜시리 미안했어. 남들이 그토록 누리고 싶어하는 좋은 것들을 가졌으면서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가진 것들을 못 가져서 남들은 불행한데, 심지어는 죽기까지 하는데... 정말 너무너무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별로 소중한 것이 아니었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을 날아서 그 사람이 내게로 왔어. 꿈만 같았어. 내가 서 있던 요트의 갑판 위로, 하늘을 날아서 내려오던 그의 모습을 나는 지금도 기억해.


그의 손을 잡으면,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것 같았어. 고인 물처럼 썩어가던 나의 일상이... 절대로 깨뜨려지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일상이, 그 사람으로 인해 한 순간에 깨어져 버렸거든. 그 이후에도 그 사람만 나타나면 내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뛰었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 사람 때문에 나는 처음으로 희망이라는 것을 가슴에 품게 되었던 거야.

어차피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을 거란 걸, 나도 알고 있었어. 지금까지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언니의 말처럼 그 사람은 위험한 사람일지도 몰라. 하지만 상관없어. 나는 무섭고 위험한 그 사람이, 가장 편하고 좋은 걸! 그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였어. 그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나를 이 견고한 일상에서 꺼내주지 못할거야.


지금 이 사람을 놓치면, 나는 언니처럼 살아가야 하겠지. 그래, 그것도 나쁘지는 않아.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삶을 산다는 거, 아무나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거, 나도 잘 아니까... 언니처럼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거, 충분히 알아. 나는 바보가 아니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사람을 붙잡고 싶어.

어쩌면 나는 건욱 오빠를 사랑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 내가 사랑하는 건, 어려서부터 그려오던 나의 꿈인지도 몰라. 크리스탈 궁전 안에 사는 공주가 아니라 평범한 여자로 살고 싶어했던, 미움받고 욕 먹어 마땅한 나의 철없는 꿈을, 아마도 나는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나봐. 하지만 건욱 오빠는 그런 나의 꿈조차 포근하게 안아 주었어.


눈앞에 절벽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눈을 감고 달려가는 나를 보며, 다들 얼마나 걱정할지, 나도 알아. 하지만 제발, 한 번만이라도 나를 꿈꾸게 해 줘. 운명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지만, 내 삶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황홀한 꿈에서 나를 너무 일찍 깨우지 말아 줘. 나는 살아 온 날들 중에 지금이 가장 행복하니까...... 행복해서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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