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신언니' 최고의 명장면은 키스씬이 아니었다 본문
반응형
선거 개표 방송으로 인하여 '나쁜 남자'가 결방되는 바람에 '신데렐라 언니'를 별 기대 없이 본방사수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장면에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비록 초반의 기대를 무너뜨린 이번 작품으로 큰 실망을 안겨 주었으나, 역시 김규완 작가는 범상치 않은 저력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된 장면이었습니다.
은조(문근영)가 세상 다른 일은 모두 잊은 채 환상으로 뒤섞인 기훈(천정명)과의 연애에 심취해 있는 동안, 집에서는 갑자기 어린 동생 준수가 사라집니다. 효선(서우)에게 준수는 평범한 동생이 아니라 특별한 존재입니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단 하나의 혈육이며, 엄마 송강숙(이미숙)과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끈입니다. 그래서 효선에게 준수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세상 한가운데에 홀로 남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소중한 준수가 행방불명이 되고, 효선의 급한 연락을 받은 송강숙은, 마치 오늘 아침에 나갔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버선발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옵니다. 그리고, 마치 돌아온 엄마의 기척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송강숙은 책상 밑에 들어가 웅크리고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울고 있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아 끌어냅니다. "준수야, 이리 와. 엄마야, 엄마 왔어." 그리고 잠시 후, 그립던 엄마가 돌아와서 마냥 좋은 준수는 함박웃음을 얼굴에 가득 머금은 채, 강숙과 효선의 손에 몸을 맡기고 비누거품 목욕을 합니다. "책상 밑에 왜 들어갔어?" 하고 묻자 활짝 웃으며 "술래잡기!" 하고 대답합니다. "준수, 누구랑 술래잡기 했어?"
다음 순간, 제 가슴이 쿵 내려앉게 만든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준수아빠, 구대성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숨이 멎을 듯한 놀라움과 감동 속에, 오직 준수만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던 아빠의 모습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책상 밑에 들어가 숨은 준수를 찾아낸 구대성은 아이와 신나게 놀아준 후, 품에 안고 편안히 잠들게 합니다. 그리고 어린 아들의 귓가에 나직히 속삭입니다. "그 동안 심심했지? 착하게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와서 계속 놀아 줄거야..... 준수야, 이제 네가 아빠 대신 엄마랑 누나들 보살펴야 해. 네가 이제... 그 가여운 여자들 지켜 줘야 해... 알았지?" 그러자 이 못되고도 예쁜 녀석은 잠결에도 "응"하고 대답을 하네요.
이렇게 구대성은, 아이들에게 다시 엄마를 찾아주기 위해 다녀갔습니다. 준수의 꿈이겠지만, 그것은 그냥 꿈이 아니었습니다. 아빠의 말대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돌아와 있었거든요. 얼굴을 들지 못할 만큼 미안한 마음에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는 송강숙을 불러들이기 위해, 구대성의 영혼이 준비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송강숙은 돌아왔습니다. 이제 그녀는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항상 어린 아들 준수의 곁에서 놀아줄 것이고,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치근덕거리며 매달리는 효선이도 뿌리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창자가 끊어지는 것처럼 아프지는 않아도, 칼에 벤 상처만큼은 아플 정도로, 이제는 효선이도 딸로서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니까요.
구대성의 영혼이 남은 가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마음속에 커다란 안도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이제 송강숙이 명실상부한 대성참도가의 안주인이 되어, 효선이와 준수를 데리고 살림을 잘 꾸려가면 될 것 같습니다. 효모는 이미 개발되었고, 홍주가는 내부의 분열로 인해 몰락했으니 최대 적수도 사라진 셈이니까, 은조와 기훈이 없어도 대성참도가의 사업은 서서히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신데렐라 언니' 마지막회를 시청하려 합니다.
*******
송은조는 홍기훈이라는 남자와 함께 있어야 행복할텐데, 홍기훈이 저지른 일을 강숙과 효선이 알게 되면 더 이상 곁에 머물 수 없을 테고, 그렇다고 계속 그녀들을 속인 채 곁에 있는다는 것은 더욱 못할 짓이죠. 그러니 차라리 그 두 사람은 둘이서 멀리 떠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 큰 딸이 좋아하는 남자를 따라간다는데, 송강숙도 굳이 붙잡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그들은 그들대로 행복하면 되겠죠.
책상 밑에서 준수를 찾아내었을 때, 효선이는 강숙과 더불어 준수를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은조는 곧바로 자기 방에 돌아와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동화는 5시 20분에 끝났다..." 동생을 찾은 기쁨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홍기훈이라는 남자 외에는 들어올 자리가 없었던 것이지요. 강숙과 효선이 준수를 목욕시키는 장면을 한쪽에서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은조의 모습은, 가족이 아니라 방관자이며 이방인처럼 보입니다. 아무래도 떠나는 게 맞아요.
결국 기훈이라는 녀석은 대성참도가를 위해 결정적으로 한 일이 없습니다. 불치병에 걸린 박기만 본부장이 기껏 자료를 넘겨주었는데도 그냥 움켜쥐고만 있었을 뿐, 속시원히 공격을 하지도 못하고 방어선을 치지도 못한 채 주춤주춤 버벅거리고만 있었습니다.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더니 뭘 알아서 했는지 모르겠군요. 오죽 답답했으면 박기만이 스스로 양심선언을 하여 터뜨렸겠습니까? 차마 자기 아버지를 공격하기 어려워서 그랬다지만, 그가 선택한 것처럼 바보스런 방법 외에는 정말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못난 남자예요.
그리고 그 못난 남자에게 빠져버린 송은조에게 자존심도 없이 거절당할 줄 알면서 청혼을 감행한 순수청년 한정우(택연)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 그는 옆집 드라마 '나쁜 남자'에 나오는 모네(정소민)처럼 순수한 여자아이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얼핏 떠오른 생각이지만,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니 썩 잘 어울리는 듯 하군요. 왜 꼭 순수한 남자와 여자가 나쁜 남자와 여자를 만나서 맘고생들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순수한 아이들끼리 사랑하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어쨌든 이렇게 모두 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누가 죽거나 해서 끝까지 징징거리는 드라마로 만들지 말고, 구대성의 영혼이 다시 찾아오면서까지 지켜주고 싶어한 사람들이니까,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
'종영 드라마 분류 > 신데렐라 언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프'의 용서 VS '신언니'의 용서, 그 엄청난 차이점 (23) | 2010.06.01 |
---|---|
'신데렐라 언니' 은조, 성장은 커녕 퇴보하고 있는 불쌍한 캐릭터 (15) | 2010.05.27 |
'신데렐라 언니' 은조와 기훈의 멜로가 너무 싫다 (23) | 2010.05.21 |
'신데렐라 언니' 은조가 이름을 부르는 단 한 사람 (16) | 2010.05.14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