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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프린세스' 운명을 바꾸어 놓은 서변의 사랑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검사 프린세스

'검사 프린세스' 운명을 바꾸어 놓은 서변의 사랑

빛무리~ 2010. 5. 2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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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14회까지 시청한 후, 그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었습니다. 용서하기에는 마상태(마혜리의 아버지)의 잘못이 워낙 크고 무거웠기 때문이지요. 그가 살인을 저지른 것 자체는 실수였다 하더라도, 그 후에 자기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감옥에서 죽어간 서동근(서인우의 아버지)을 내버려 두었다는 점에서는 변명할 여지가 조금도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그가 살인죄인이든 아니든 간에 서인우(박시후)의 입장에서 볼 때는 똑같은 원수로 남아있게 된 셈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자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서인우가 찾아낸 해답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였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제가 생각했던, 죽은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조차 그는 '사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덮어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시니까, 내가 평생 불행하게 사는 것을 원치 않으실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어..... 내 손으로 혜리의 아버지를 법정에 세우고, 내 손으로 혜리가 검사를 그만두게 만들고, 내 손으로 그애의 남은 모든 인생을 흔들어 놓고, 돌아서서 내 남은 삶을 제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서인우가 생각하는 사랑은 자기 자신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마혜리(김소연)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 때문에 그 모든 일이 가능했겠지만, 그는 죽은 아버지가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헤아렸고, 마혜리와 마상태 부녀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또한 깊이 헤아렸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눈물로 뉘우치며, 딸을 위해 기꺼이 법정에 서겠다고 결심하는 마상태의 모습이 감동적이기는 했으나, 만약 서인우가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절대로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를 용서할 수 없었겠지요. 그러나 서인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힘든 일을 해냈습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마상태의 범죄가 살인이 아니라 폭행치사라는 점을 밝혀내기 위해 마혜리를 도와 최선을 다했습니다. 일단 방향을 정하고 나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원수를 도와주는 일이었지만, 이미 그는 오랫동안 준비해 오던 복수를 팽개치고 사랑과 용서를 선택했으니까요. 나아갈 곳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보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서인우의 범상치 않은 점이었습니다.

그렇게 도와주었으면서도, 나중에 마상태의 회사가 부도를 맞고 경제적으로 몰락하게 되자 그는 오히려 자책감에 괴로워했습니다. 미국에 가서 그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제니안(박정아)에게서 들은 마혜리는 어이없음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혼잣말을 하지요. "무슨 자책감을... 아, 정말 웃기는 사람이야."

"내가 죄를 인정할테니, 자네는 나 때문에 접근했던 내 딸을 놓아 주게. 영원히 그애 앞에서 사라져 달란 말일세..." 서인우의 귓가에 여전히 맴돌고 있는 마상태의 목소리는, 그로 하여금 마혜리의 곁을 떠나게 했습니다. 자신의 입으로 그녀 곁을 떠나겠다고 마상태에게 약속했기에... 또 그는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꼭 지키며 살았던 서동근의 아들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 슬픈 약속을 무효하게 만들어 준 사람은 마상태였습니다. 1년만에 귀국한 서인우를 찾아간 그는, 다시 한 번 깊이 뉘우치며 정식으로 잘못을 빌었고, 사업이 몰락한 후 아내와 둘이서 빵집을 운영하며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든 빵 두 개를 서인우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혜리와 하나씩 나눠 먹든지, 혼자 다 먹든지..."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뿐인 딸 혜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자기 때문이니 마상태의 마음 또한 편안할 수가 없었지요. 하지만 사실 그에게는 결정권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서인우 앞에서, 그리고 죽은 서동근 앞에서 여전히 그는 죄인이었으니까요. 결국 용서하고 받아들여 주느냐 마느냐는 서인우의 몫일 뿐이었습니다. "혜리와 하나씩 나눠 먹든지, 혼자 다 먹든지..." 라는 말은 서인우의 선택에 맡긴다는 뜻이었지요.

이렇게 마상태가 스스로 약속을 철회하자, 서인우는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죽은 아버지의 누명은 이미 벗겨졌고, 원수는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쳤습니다. 아버지는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가 슬픈 과거에 얽매여 불행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거라고 그는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무거운 마음을 툭툭 털어 버리고, 아무런 스스럼 없이 다시 마혜리에게 다가서지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들의 사랑은, 이렇게 거짓말처럼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문제를 풀어버리는 해답이 그토록 간단명료하다는 점 때문에 저는 한동안 충격받고 멍해져 있었습니다. 과거는 너무나 복잡하고 끔찍하게 얽혀 있었는데, '사랑'이라는 특효약 한 방울에 모두 스르르 풀려버린 것입니다. 만약 서인우가 지난 15년의 세월동안 그랬듯이, 끝까지 상처와 아픔 쪽에 집중하고 있었다면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었겠지요. 그러나 '사랑' 앞에서는 아무리 큰 상처와 아픔도 맥을 추지 못하였고, 서인우의 용감한 선택으로 그들 모두는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무덤 속의 서동근도 이제는 행복하겠지요? 아들이 그토록 훌륭하게 성장해서 자기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 주었고, 원수를 진심으로 용서할 줄 아는 심성을 지녔고, 이제는 사랑마저 얻어서 행복해졌으니까요. 그로서도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은 없지 않겠습니까?

남들은 일찌감치 '서변앓이'를 시작했다던데, 저는 끝까지 보고서야 이제 시작했습니다. 그의 사랑이 너무 커서, 멀찌감치서 지켜보던 저에게까지 뻗어와 덮어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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