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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이병훈 PD, 이영애도 못한 것을 한효주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동이

'동이' 이병훈 PD, 이영애도 못한 것을 한효주가?

빛무리~ 2010. 5. 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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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포털사이트의 메인에서 언뜻 이병훈 PD가 '대장금'의 이영애와 '동이'의 한효주를 비교한 듯한 기사의 제목을 보았습니다. 깜짝 놀라서 읽어보니 대략의 내용인 즉, "본인은 여자주인공이 밝아야 드라마가 산다고 생각하여 항상 적극적이고 밝은, 전문적인 여자를 그리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서는 한효주가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영애는 대장금 출연 당시의 나이가 30대 중반이었던 데다가 성격이 너무 차분해서,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여성 캐릭터의 밝은 모습이 생각만큼 표현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더군요. 글쎄, 최고의 전문가가 하는 말임에도 저로서는 거의 찬성할 수 없는 의견이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친구도 연극배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실제 성격은 굉장히 내성적이고 낯도 많이 가리는 편입니다. 그런데 무대에만 올라가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표독스런 연기부터 유머러스한 연기까지 시원스레 잘 해내더군요. 연기자란 원래 그런 게 아닌가요? 그 친구의 말로는 무대에만 올라가면 누군가 자기에게 "레드썬!"을 외쳐주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만약 이영애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장금이' 역할을 했더라면, 과연 그 문제의 '밝음'이 더 효과적으로 표현되었을지는 의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려서부터 깊은 슬픔을 간직한 여주인공인 데다가 성장해서도 끊임없이 시련과 고난을 겪어야 했는데, 그 와중에도 그만큼의 밝음과 적극성을 표현했다면 제 생각엔 충분하지 않나 싶거든요. 


"천민 출신의 동이가 품위가 있어봐야 뭐 하겠느냐"는 말 또한 어느 정도 수긍은 가지만, 그런 논리로 무조건적인 밝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좀 심한 말이긴 하지만, 고난을 겪으면서도 헤벌쭉 웃고만 있다면 그거야 바보 캐릭터 아니겠습니까? 밝은 것도 좋지만 상황에 맞아야지요.

그리고 사대부가의 여인들은 배우고 익혀서 더욱 품위가 있을지 모르나, 천민 출신의 여인이라 해서 타고난 품위가 없으라는 법도 없습니다. 더구나 동이의 아버지 최효원은 드라마 설정상 역모에 휘말려 몰락한 양반가문 출신으로서 자식들에게 어려서부터 글공부와 각종 지식을 가르쳤던, 품위가 넘치는 인물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품위'와 '밝음'은 별로 큰 관계가 없으니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이쯤에서 접고, 제가 '동이'를 시청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문제점을 말해 본다면 "지나치게 속이 비어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벼워도 너무 심하게 가벼운 느낌이에요. 이런 분위기라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죽어나가도 별로 심각하게 느껴질 것 같지 않습니다. 사극이라고 해서 무조건 심각할 필요는 없으나, 현대적 스타일과 접목시킨 부분이 너무 어색하다보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현대극의 여주인공을 맡았을 때는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고 느꼈던 한효주의 연기력이 사극에서는 어쩌면 이토록 겉도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뭐랄까, 일종의 인형처럼, 내면 연기가 전혀 되고 있지를 않아요. 이병훈 피디의 말대로 밝아보이기는 하는데, 너무 대책없이 밝기만 하고, 형틀에 묶여 사지가 비틀릴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그냥 멀뚱히 있을 뿐 별로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는 것 같더군요. 주인공의 감정에 전혀 몰입이 되지를 않습니다.

하지만 한효주의 연기보다도 제가 더 큰 문제로 생각하는 부분은 언제나 작가의 대본이었지요. 주인공의 캐릭터도 지나치게 평면적일 뿐 아니라, 정통 사극적인 요소와 코믹적 요소를 배합해 놓은 것도 잘 어우러지지 않아서 너무 어색하고, 무엇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그 과정에 툭하면 '우연'을 설정함으로써 쉽게 끌고 나간다는 점 등등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이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는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은 언제나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시청자를 유쾌하게 웃기거나 애타게 울릴 수 있어요.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만들면, 정작 시청자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멀뚱멀뚱 보게 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동이'라는 대작을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쉬엄쉬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이른바 '대박' 작품이 아니었기에 이병훈 피디가 잠시 '서동요'를 잊으셨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에 '서동요'를 제일 좋아했거든요. 그 여주인공 선화공주 역을 맡았던 이보영은 당시의 나이가 스물일곱이었습니다. 현재 스물네살인 한효주보다 몇 살 위이긴 했지만, 그래도 한창 젊은 나이였지요. 지금 떠올려 보니 이보영의 선화공주야말로 티없이 밝고 적극적인 여성의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남주인공이었던 서동(조현재)의 캐릭터가 비교적 슬프고 음울해서인지, 선화공주만 등장하면 갑자기 모든 배경이 환해지는 것처럼 대조적으로 느껴졌지요.

어려서부터 공주의 신분으로 귀하게 자라난 선화공주의 밝음은, 그 자체로 매우 잘 어울렸습니다. 그녀는 내면에 깊은 슬픔을 간직해야 할 이유가 없었고, 두뇌는 명석하면서도 모든 일을 단순 명쾌하게 생각하고 처리할 줄 아는 과감성을 지녔습니다.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온갖 고난을 겪지만, 그 또한 씩씩하게 이겨냈지요. 한없이 밝으면서도 속이 꽉 차 보이는 캐릭터였습니다.

이렇게 '밝고 적극적인 여성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표현된 사례가 있었는데, 굳이 한효주를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라고 극찬한 이유라 하면, 아직도 갈 길이 한참이나 남아 있는 '동이'의 앞날을 위해서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군요. 이미 초반을 훌쩍 넘겼는데도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이니, 어떻게든 호감어린 시선을 붙잡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닐까 싶은데,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동이는 장금이 못지 않게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를 간직하고 궁에 들어왔으며, 천민 신분으로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고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천대받는 무수리였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랬을 거라는 말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일개 천한 노비일 뿐인 동이를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심지어는 임금 숙종과 장희빈이 직접 나서서 그녀를 챙겨주고 있지요..;;) 그리고 친한 친구 한 명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헤헤 웃으며 여기저기 참견하고 다니는 오지랖 동이의 모습은, 솔직히 밝다기보다는 속이 없어 보입니다. 밝으면서도 속이 꽉 차 보여야 하는데 텅 비어 보이는게 문제예요. 대본과 연기자의 몹쓸 상호작용으로 점점 더 몰입하기 힘들어지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입니다.

초반에 큰 기대를 품고 기다리면서까지 시청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합니다. 저도 그렇구요. 그들의 마음을 붙잡기 원하신다면, 뜬금없이 이영애와 한효주를 비교하는 인터뷰로 시선을 끌기보다는, 드라마의 내실을 기하는데 최선을 다하심이 훨씬 좋을 듯 싶습니다. 알맹이가 꽉 차서 허전하지 않은 드라마가 되어 준다면, 떠났던 마음들도 차츰 되돌아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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