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동이'의 허다한 코믹요소와 그 문제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동이

'동이'의 허다한 코믹요소와 그 문제점

빛무리~ 2010. 4. 13. 06:08
반응형


요즘 사극은 코믹이 대세일까요? '추노'가 기본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으면서도 곳곳에 적지 않은 코믹 요소를 심어 놓았더니만, '동이'는 한술 더 떠서 아예 드라마 자체의 컨셉을 코믹으로 잡고 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1. 숙종 (지진희)


놀랍게도 코믹의 중심에는 임금 숙종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이와 함께 음변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다가 발각되어 위기에 처했을 때, 근엄하게 "내가 이 나라의 왕이니라!" 하고 소리치다가 안 먹히자, 눈을 감고 에잇 에잇 마구 칼을 휘둘러대던 모습은 정말이지 답이 안 나오는 허당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무슨 연예인처럼 궁녀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걸어다니더만, 임금이 이렇게 코믹하니 전체적 분위기도 코믹할 수밖에 없겠네요.

2. 오태풍(이계인)


음변 사건으로 인해 장악원에 자기 심복을 심어둘 필요성을 느낀 오태석(정동환)이 집안의 아우인 오태풍을 파견했습니다. 부제조라는 직책을 맡아서 얍삽하게 생긴 아들까지 데리고 장악원에 부임한 오태풍은, 왠지 모팔모의 기운을 가득 담고 있군요. 표정이며 말투며, 그의 모든 연기가 코믹의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그래요. 어차피 웃기는 쪽으로 갈 거라면 어설프게 하지 말고 저렇게 제대로 해야지요..^^

3. 황주식(이희도)과 영달(이광수)


장악원의 작은 벼슬아치와 악공입니다. 동이의 주변에서 항상 떠돌며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요. '대장금'에서 임현식이 맡았던 숙수 별사홍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코믹하지만 오버스럽지 않고 주변에 잘 녹아들어가니, 작은 배역이지만 성공적으로 보이네요.

4. 병조판서 정인국(나성균)


이 사람이 의외로 코믹하다는 사실은 7회에서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명성대비(박정수)와 더불어 장옥정(이소연)을 궁궐에서 쫓아내기 위해 음변을 꾸민 자가 바로 이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동이와 숙종의 합동수사에 발목을 잡혀 정체가 드러날 지경이 되었으니 큰일입니다. 그런데... 숙종이 음모의 배후를 찾아내겠다며 노발대발하고 있는데 바로 그 코앞에서 저렇게 낭패스런 표정으로 오만상을 찡그리고 있다니, 바보가 아닌 이상 금방 눈치채겠네요. 베테랑 연기자가 표현력이 없어서 저렇게 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병조판서를 코믹 캐릭터로 잡았나 봅니다. 황당하면서도 좀 우습기는 했어요.

5. 서용기(정진영)


절대 이 사람을 코믹 캐릭터로 규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대략난감한 장면이 7회에 나오더군요. 서용기라는 진중한 캐릭터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음변 사건의 수사에 공을 세운 서용기가 숙종의 눈에 들게 되자 그를 시기한 오윤(최철호)이 "자넨 참 운이 좋아" 라고 말했을 때, "그렇습니까? 저는 제가 실력이 좋아서 그런 건줄 알았습니다만" 하고 받아치는 모습을 보며 저는 깜짝 놀랐다지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서용기는 계속해서 깐죽거립니다. "잡혀온 죄인들의 추달은 의금부 소관이지요? 이제 나리께서 운이 좋을 차례인 듯하니, 잘해 보십시오.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음... 저토록 난감한 대사라니... 마지막에 "바빠서 이만~" 만 없었어도 좀 나았을 텐데, 정말이지 민망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었답니다. 도대체 어쩌자고 카리스마 서용기를 저렇게 깐죽대는 사람으로 변모시켰는지 모르겠군요. 설마 앞으로도 계속 저렇게 나가는 건 아니겠죠? 당황스럽고 어이없어서 실소했던 장면이었습니다.

*******

곳곳에 이토록 웃음 요소가 많으니 일단 분위기가 경쾌하고 편안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서용기에게까지 코믹을 첨가한 것은 실수가 아니었나 싶군요. 숙종 또한 5회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카리스마와 자유로움이 적절히 어우러진 멋진 임금의 캐릭터로 보였는데, 그 이후에는 너무 지나치게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어 좀 깬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무엇이든지 적절한 선을 넘어서면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지요. 반보 앞서 나가면 혁신이지만, 일보 앞서 나가면 ××짓이라는 말이 있는데 적잖이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게다가 정통 사극의 요소와 현대적 코믹의 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지면 괜찮은데, 현재 '동이'는 양쪽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습니다. 사극이었다가 만화였다가, 또 사극이었다가 시트콤이었다가... 뭐 이런 식입니다. 이를테면 인현왕후가 대비에게 탕약을 권하는 장면이라든가 장옥정이 오태석을 만나 계락을 꾸미는 장면 등은 20년 전의 사극 '장희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고풍스러운데, 동이와 숙종이 함께 벌이는 달밤의 어설픈 액션 활극은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하여, 일단은 좀 더 지켜보려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초반의 기대에 한참 못미치고 있어서 안타까운 사극 '동이' 입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