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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업복이의 마지막 편지 - 초복이에게 [추노 편지6]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추노

'추노' 업복이의 마지막 편지 - 초복이에게 [추노 편지6]

빛무리~ 2010. 3.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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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아, 날 용서해라니... 네가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나는 갈 수가 없게 되었구나... "오실거죠?" 네가 울면서 물었을 때 "미칬나? 당연히 가야지... 내가 너를 거기 두고 어찌 혼자 사나?" 하고 큰소리를 쳤는데... 너는 내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매일 기다릴텐데, 나는 약속을 지킬 수가 없구나... 초복아, 날 용서해라니.


그래도 정말 고마웠다니... 둘이 도망쳐서 살기를 원하냐고 물어봤을 때, 네 맘도 내 맘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니... 나라고 왜 네 손만 붙잡고 도망칠 생각을 안 해봤겠나? 나는 사냥하고, 너는 농사짓고... 호랑이 잡아 가죽 팔아서 꽃놀이도 가고, 물놀이도 가고... 그렇게 살다가 애기도 낳고... 그렇게 살고 싶은 맘이 낸들 없었겠나? 그런데, 누가 나한테 세상을 바꾸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꼭 내 손으로 이놈의 더러운 세상을 뒤집어 놔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서... 물어보면서도 속으로는 너한테 미안했다니.

그런데 너는 아니라고,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구나. "그럼 세상은 누가 바꿔요? 가서 싸워야죠" 너는 그렇게 웃으면서 나를 보내 주었구나... 초복아, 세상에 너 같은 여자가 또 있겠나? 아니다, 너 하나 뿐이다. 그런 네가 나한테 귀한 맘을 줬으니, 내 손에는 세상을 바꿀 힘이 생겼구나.


사실 우리가 뭐 대단한 걸 바란 것도 아니잖나? 나는 그저 종노릇이나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랬고, 너는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노는 세상을 원했을 뿐이잖나? 그게 뭐 그리 죽을 죄라고, 이놈의 세상은 우리를 이용만 해먹고 죽이려 하였다니...

오늘밤에 두번째 큰 일을 치른다 하여 나는 굳이 너를 떼어놓고 장례원으로 달려갔지만, 가는 길에 칼을 맞고 죽어가는 끝봉이를 만났구나. 끝봉이의 가슴에 칼질을 한 것은 우리가 '그분'이라 떠받들던 젊은 놈이었단다. 그놈이 우리를 감쪽같이 속이면서 이용해 왔던 거란다.


하지만 초복아, 나는 죽은 동료가 남긴 총들을 집어들고 혼자 궁궐로 쳐들어갔다니... 놀랍지 않나? 이게 다 네 덕분이라니... 네가 나를 믿어주고 좋아해줘서 그런 힘을 낼 수 있었던 거라니... 초복아, 네가 정말 큰 일을 했다니.


궁궐을 지키던 수문장도, 우리를 속이고 배신한 젊은 놈도, 그리고 위에서 그놈을 조종한 좌의정도 모조리 내 총에 죽었다니... 이 더러운 세상 한복판에 시원하게 쏘아 봤으니, 세상을 뒤집어 엎지는 못했어도 이만하면 개죽음은 아니잖나? 나 같은 노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은 조금씩 바뀌는게 아니겠나? 초복이, 네 생각은 어떠하나?


후회는 안한다니... 왜냐하면, 너는 이런 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겠나? 네가 좋아한 업복 아저씨가 세상을 바꾸었다니... 너는 나보다 훨씬 똑똑하니까, 혼자 남아서도 잘 하고 있을 거라니... 초복아,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너랑 함께 가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나 후회는 안한다니.


설마 이게 끝이겠나? 이번에 조금 바뀌었으면, 다음엔 조금 더 많이 바뀌고... 그렇게 바뀌어가다 보면 이 세상도 언젠가는 살만한 곳이 되지 않겠나? 초복아, 그 때가 되면 내가 꼭 너를 찾아가마. 그 때까지 꼭 기다리라니... 그 때에 다시 만나면 나는 사냥을 하고 너는 농사를 지으면서, 봄이면 꽃놀이도 가고 여름이면 물놀이도 가면서, 그렇게 살 수 있지 않겠나? 그러니 초복아, 잊지 말고 기다리라니... 꼭 기다리라니.


* 업복이의 독특한 말투를 실감나게 살리고 싶었는데, 편지에서는 귀로 들을 수 있는 억양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좀 이상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그냥 보통 사람들의 말투로 고쳐서 쓰다가, 그렇게 해놓고 보니 또 업복이만의 특징이 살지 않아서 그의 편지같은 느낌이 안 들더라구요. 그래서 몇 번을 고치다가, 좀 이상하다 싶어도 할 수 있는 한 업복이의 말투를 재현하는 쪽으로 선택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와 억양을 상상하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련글 : 초복이의 편지 - 업복이에게 [추노 편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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