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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세경과 지훈과 자옥의 회자정리(會者定離)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세경과 지훈과 자옥의 회자정리(會者定離)

빛무리~ 2010. 3. 1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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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122회를 보고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였습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의 불교용어지요. 모든 것이 무상함을 나타내는 말인데, 왠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살짝 저려오는 이 단어는 김병욱표 시트콤의 결말에 참 잘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1. 세경 - 가녀린 그녀, 당차게 떠날 것을 결심하다


그녀의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오신 나라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이었습니다. 부유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작고 가난한 나라였나봐요. 아빠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이곳에서의 생활보다 더욱 쪼들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상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학교에 갈 수 있을지는 더구나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세경은 꼬박 이틀간이나 고민하지만, 결국 신애와 함께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사실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곳에서 그녀 혼자 신애를 키우면서, 돈도 벌고, 자기 공부도 한다는 것은 무모한 희망입니다. 잘 될거라는 보장도 없는 희망을 위해 아빠와 함께 사는 행복을 포기한다는 건, 세경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순재옹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비자와 여권을 준비하며 하루하루 떠날 준비를 해 나가던 세경은, 한국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위해 신애를 데리고 나들이를 합니다. 사진을 찍고, 뷔페에서 식사를 하고, 남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이 모든 일에 드는 비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적잖이 애를 먹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2학년짜리 신애가 언니의 등에 업혀, 세살짜리 또는 네살짜리 아기인 척 무리한 연극을 하면서 결국은 모두 성공했습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고국이기에, 마지막 추억을 위해서 약간은 뻔뻔해도 괜찮을 일이었습니다.

이제 작별을 고하고 떠날 일만 남았는데, 그래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겠지요?

2. 지훈 - 두 소녀의 사랑을 받던 남자, 쓸쓸히 홀로 남겨지다


'지붕킥' 122회에서 제일 가엾어 보인 사람은 바로 지훈(최다니엘)이었습니다. 한때 그는 아름다운 두 소녀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고, 그 중 한 소녀를 사랑했었지요. 하지만 그가 사랑한 소녀는 어느 날 갑자기 차갑게 돌변하여 그를 차버렸고, 한켠에서 오랫동안 그를 바라보던 다른 소녀도 이제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르는, 머나먼 곳으로 떠나겠다고 합니다. 정작 그 자신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영문을 알지 못합니다.

정음으로부터 자기가 버림받아야 했던 진짜 이유를 모르기에, 지훈은 극도로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정음이 선택한 이별의 방식은 지훈에게 있어 가장 잔인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그가 사랑했던 나영이도, 어느 날 갑자기, 납득할 수 있는 이유조차 말하지 않고 지훈을 떠나 버렸으니까요. 정음은 지훈을 위해서 그런 것이었지만, 지훈에게 있어서는 오래 된 상처를 헤집은 꼴이 되고 말았지요.


이렇게 상처받은 가슴이 채 아물기도 전에, 자기를 바라보던 세경의 마음들이,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 애잔한 마음들이 한꺼번에 그의 뚫린 가슴 속으로 밀려들어 옵니다. 누군가 자기를 그렇게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자각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합니다. 더구나 담담한 상태가 아니라 상처받아 흔들리고 있는 상태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지요.

그런데 얄궂게도, 그가 깨닫자마자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그녀는 멀리 떠나겠다고 합니다. "너의 미래를 위해서,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고 어설프게 만류해 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고민끝에 떠나기로 결정한 후였습니다. 한때나마 그녀가 자기를 사랑했던, 그 흔적에라도 기대어 "내가 너를 붙잡는다면..." 이라고 말해보려 했으나 그 말은 입술 밖으로 새어나오다가 멈춰 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확실해야 직성이 풀리는 지훈은, 이별을 고하는 정음에게도 몇 차례나 물었었지요. "내가 싫증나서 헤어지자는 말이 진심이냐" 고 말입니다. 정음의 속마음이 어떻든, 그녀가 확실하게 대답하자 그제서야 이별을 받아들였었지요. 이제 그는 세경에게도 확인을 위한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네가 잃어버렸던 빨간 목도리, 그렇게 울면서 찾아 다니더니... 다시 찾았을 때는 왜 그렇게 덤덤했어?" 그 질문에 세경은 의미심장한 대답을 합니다. "겨울이 다 가서..." 그러고 보니 지붕킥의 사랑은 겨울과 함께 시작되어 봄과 함께 끝나는군요. 새하얀 눈과 따스한 목도리... 겨울이 다 갔다는 말은 사랑이 끝났다는 뜻임을 지훈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알았다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지훈의 모습은 쓸쓸한 겨울나무 같기도 했습니다.

3. 자옥 - 평생 외롭게 살아온 그녀, 진정한 가족을 만나다


자옥여사가 순재옹을 어쩌다가 그토록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어쨌든 방귀쟁이 할아버지 이순재옹과의 결혼은,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그녀에게 처음으로 가족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녀는 언젠가 현경과 더불어 콩국수를 먹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털어놓았었지요. 어느 날 콩국수를 만들어 주고는 홀연히 집을 나가버렸던, 원망스런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의 가출 이후로는 한 번도 온전한 가정에서, 가족들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했던... 너무나 외로운 그녀였습니다.

의붓딸이라도 이제는 엄연한 딸인데, 현경은 계속 자기를 '교감선생님'이라고만 부르니 자옥은 못내 섭섭합니다. 어린애처럼 삐치는 자옥의 성격에도 이제 어지간히 적응된 현경이 그녀를 쫓아다니며 마음을 풀어주려고 하지만, 자옥은 원래 살던 한옥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아 걸고 현경에게 혼자 돌아가라며 심통을 부립니다. 현경이 설득하던 와중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스파이더맨 놀이를 하던 해리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엄마인 현경 못지 않게, 자옥도 소스라치게 놀라서 문을 열고 뛰쳐나와 함께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해리는 발목을 약간 삐었을 뿐 멀쩡하네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찰나, 보석이 자옥의 발을 보며 말합니다. "장모님, 그러고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신발조차 신지 않고 양말바람으로 달려온 자옥여사를 보며 현경의 눈빛이 따스해집니다.

다음날, 천방지축으로 뛰어노는 해리를 현경이 나무라자, 해리는 "할머니이~" 하고 부르며 자옥의 품으로 달려들어 구원을 청하고, 자옥은 인자한 웃음으로 "그냥 좀 봐 줘. 이제 위험한 곳에 안 올라간다고 나랑 약속했어" 하며 손녀의 편을 듭니다. 그러자 현경이 말합니다. "약속은 무슨 약속이에요! 어제 그 난리를 치고도 엄마는 진짜!"


그 소리를 들은 가족들 모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고, 어안이 벙벙한 자옥은 묻습니다. "방금 뭐라고 했어? 엄마라고 했어?" 그러자 현경은 태연하게 "그럼 아부지라고 해요?" 라고 눙치며 부엌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이선생~, 아니 현경아, 나랑 얘기 좀 해~~" 함박웃음으로 이제는 진짜 딸이 된 현경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가는 자옥여사의 얼굴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화합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자옥과 현경이, 의외로 참 쉽게 가족이 되었군요.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산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면서 한편으로는 아주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날 사람은 만나서 가족이 되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지고, 떠날 사람은 떠나려는데... '지붕킥'의 회자정리는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계속 구시렁거리면서도 역시 궁금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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