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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한의 기묘한 이미지 메이킹 - 혼 2회 본문

드라마를 보다

이규한의 기묘한 이미지 메이킹 - 혼 2회

빛무리~ 2009. 8. 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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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2회는 어설프긴 했지만, 내게는 다행히도 무난했다. 1회에서 받은 충격이 만만치 않았기에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2회를 시청했는데, 이번에는 어두운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내용도 거의 없었고 끔찍한 장면도 별로 없었다.




이렇게 되면 공포물로서의 가치가 많이 손상되기는 하겠으나, 내가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목적은 공포를 만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서진과 김갑수, 이진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연기를 보기 위함이므로, 스토리 진행과 구성 면에서 상당히 어설펐던 '혼' 2회에 나는 그런대로 만족했다. 어떤 점에서 구성이 어설펐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분의 포스팅에서 충분히 언급이 되었으므로 내가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더구나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드라마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규한이라는 배우를 꽤 좋아했다. 2005년에 방송되었던 SBS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의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때부터였다. 초반에 철없는 부잣집 둘째 아들이었다가, 일곱 살 연상의 김원희를 만나 차츰 사랑하게 되면서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매력을 뿜어내며 멋진 연하남으로 변신하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연기력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좋았다.... 그렇다. 사심 가득한 누나의 마음이었다. 흐흐.




'혼' 2회에서 연쇄살인범으로 출연한 그의 연기를 보며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해 왔던 연기가 주로 부잣집 아들 역할이라서인지 언제나 비슷해 보였었는데, 모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니 신선했다. 다치지도 않은 손에 깁스를 하고 다녔는데 그 이유조차 설명되지 않은 구성상의 헛점 때문에 어리버리한 살인범으로 보였으나 그 또한 꽤 잘 어울렸다.
여성에게 오히려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가냘픈 외모와 커다란 눈망울에 젠틀한 모습을 보이다가, 돌연 살인범의 본색을 드러낼 때는 마치 잔인한 장난을 즐기는 소년 같았다. 눕혀 놓은 피해자 앞에서 칼을 들고 아이처럼 중얼거린다. "아주 조심해야 돼. 칼끝이 심장이나 폐에 찔리지 않도록 말이야. 그럼 너무 쉽게 죽어버리니까." 무심한 듯 내리깔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 카메라를 응시할 때는 약간 섬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규한은 최근 들어 내가 좋아하던 그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뜨려 버렸기에 그의 연기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별로 애정어린 것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철없는 듯 하지만 순수하고, 제멋대로인 듯도 하지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자유로운 청년이랄까, 그것이 내가 좋아하던 이규한의 이미지였는데 아깝게도 깨져 버리고, 이젠 틈만 나면 강남에서 죽치고 노는 나이트클럽의 황제 이미지만 남아 버렸다.

대체 이규한은 무슨 생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기의 이미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자기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솔직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낸 걸까? 그렇게까지 무계획적으로 방송 출연을 하는 연예인이 있을까?

그 의외의 모습을 내가 처음 보았던 것은 가수 이정현과 함께 출연했던 '야심만만2' 에서였다. 화려한 골반돌리기 춤을 선보이며 그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나이트 죽돌이 경험을 늘어놓았다. 참 의외였고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이정현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자기가 클럽에 뜨면 다들 얼마나 뜨거운 반응을 보였는지, 클럽에서 자기를 어떤 VIP로 대접했는지를 자랑했는데, 이정현이야 원래 댄스가수이니까 그 이미지가 나쁠 것이 없었지만 이규한은 달랐다.




배우들이 예능에 출연하여 자기의 이미지를 한껏 업 시키는 경우는 많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패밀리가 떴다' 출연을 통해 자신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여 훨씬 자연스럽고 소탈한, 긍정적 이미지로의 변신에 성공한 박예진, 이천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완벽에 가까운 외모와 맡아왔던 배역에 의해 어딘지 가까이하기 어렵고 차가운 이미지를 지녔던 그들은 예능 출연을 통해 아주 친근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결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규한은 박예진이나 이천희처럼 딱딱하거나 차가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철없는 장난꾸러기 소년같은 이미지로 친근하게 다가온 배우였다. 그런 그가 한동안 TV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오랜만에 예능을 통해 클럽의 황제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야심만만' 출연 후, '스친소 서바이벌'에서는 여성 출연자들의 몸매를 노골적으로 훑는 시선이며, "다리가 아주~ 흐흐" 이런 류의 발언을 함으로써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결과는 매번 여성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꽝남의 처지였는데, 그는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젊은 남자 배우, 게다가 미남 배우이므로 팬층을 두텁게 하려면 당연히 남성 시청자보다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클럽의 황제이며, 여성을 볼 때 몸매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그 이미지가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예능 출연을 통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네임 밸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규한의 기묘한 이미지 메이킹은 실패다. 대체 무슨 생각에서 그런 것인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나는 요즈음 이규한을 보면 늘 그게 궁금해진다.




각설하고, '혼' 2회는 신류(이서진)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회였다고 볼 수 있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가) 역할은 이서진에게 매우 잘 어울렸다. 안정적이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연쇄살인범의 정체에 대한 분석 결과를 브리핑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뢰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연쇄살인범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부분과 검거하러 가는 과정이 너무나 어설펐으므로 이서진의 괜찮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신뢰도는 그다지 높게 형성되지 못했다.

앞으로 내가 드라마 '혼'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좀 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구축해 줄 것, 그리고 속이 메슥거리도록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로 원초적인 공포를 조성하기보다는, 알찬 내용으로 표현해내는 높은 수준(?)의 공포를 만들어 줄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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