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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삼켜라' 화려한 누더기 같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태양을 삼켜라' 화려한 누더기 같다

빛무리~ 2009. 8. 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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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삼켜라'(이하 '태삼)는 화려한 볼거리와 군데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극적 구성으로 현재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내게는 좀처럼 채널을 그쪽으로 돌리게 되지 않는 거부감이 있었다. 지성, 성유리, 이완 등 주연급들의 연기도 그리 혹평을 들을 정도는 아닌 듯하고, 특히 평소 좋아하던 유오성의 등장과 중후한 악역의 전광렬 때문에라도 볼만한 것 같긴 한데 갈수록 묘한 거부감이 든다.

그 이유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작위적 설정'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요즘이야 모든 드라마가 시청률 전쟁 때문에 진정한 작품성보다는 부수적인 다른 면들에 치중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태삼'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우선, 지난번 '태삼' 관련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최인호 작가의 소설 '불새'에서 차용한 듯한 '부잣집 아들인 친구 대신 감옥에 가는' 극적 설정 자체가 식상한데다가 그 설정을 위해 만들어낸 사고라는 게 참 어처구니 없었다.

장태혁(이완)이 말다툼하다 친구를 한번 밀었는데 그 건장한 청년이 마치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쓰러지더니, 땅바닥 위로 조금밖에 올라오지 않은 대리석 장식에 머리를 부딪히고 저세상으로 가버린 거다.

환자도 아니고 노인도 아니고 멀쩡한 청년이라면, 밀려서 넘어지더라도 보통은 머리가 땅에 부딪히기 전에 손을 짚어 상체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돌장식이 좀 더 높은 위치에, 쓰러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부딪힐만한 위치에 있었다면 모를까 거의 바닥에 있었는데...
그야말로 '여기서는 사람이 죽어줘야 하니까 억지로 끼워넣은' 티가 팍팍 나는 설정이었다.


두번째로, 나에게 가장 거부감을 주었던 작위적 설정은 이수현(성유리)가 미국 유학까지 가서 서커스 공연 기획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과정이 나타나지 않은 점이었다. 정말 생뚱맞아도 너무 생뚱맞다.

이수현은 어려서부터 음악을 해 왔고 대학도 음대에 갔다. 악기 연주라는 것이 1~2년 공부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어린시절과 청춘은 오직 음악과 함께 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부모님의 돌연한 죽음과 집안 몰락 후, 간신히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유학을 감행하는데, 음악을 버리고 다른 것을 선택한다는 것도 개연성이 없을 뿐 아니라 그 분야가 너무도 생소한 서커스 기획이라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납득할 수 있단 말인가.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우연히 관람하게 된 미국 서커스가 너무 보기 좋아서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뭐 이런 이유가 조금이라도 먹힐 거라고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아예 이런 부분은 시청자를 이해시킬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것처럼 보인다.

중요한 건 모처럼 섭외에 성공한 미국의 대형 서커스쇼와 그 뒷 이야기들을 '화려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을 뿐 구성과 스토리의 개연성이 아니라는 것을 그냥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이미 많은 분들에게서 지적당한 '선정적' 장면 또한 아무런 개연성이 없다는 점이 역시 내게도 거부감을 주었다.

이완과 소이현, 심은진의 키스신도 필요 이상으로 너무 끈적하게 묘사되었고, 처음부터 수시로 등장하던 맨살이 드러나는 베드신(진구와 임정은, 백실장과 선영, 김새롬과 외국인 남친 등)은 무슨 양념처럼 여기저기 골고루 뿌려 놓았다.

게다가 잭슨 리(유오성)와의 사랑으로 인해 아버지에게서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바랄 수 없게 된 문회장 딸(연우현진)의 갑갑한 처지야 이해가 가지만 왜 하고많은 직업 중에 하필 스트리퍼라야 했는지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살면서 무슨 돈 들어갈 일이 그렇게 많다고 수입이 좋다는 이유로 스트리퍼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을 만큼 소중한, 그 애인이 말리는데도 뿌리치면서까지 말이다.

이 모든 선정적 장면들에는 오직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그저 시청률을 의식한 '자극적인 볼거리'가 필요했던 거다. 그 결과 캐릭터는 망가지고 스토리 라인조차 어색해지고 말았다.

*******

어느 정도의 작위적 설정이라면 눈 감아 줄 수도 있다. 요즘 드라마는 거의 다 그러니까, 오죽 시청률이 목을 조여 오면 그럴까 하여 제작진을 안스러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가 한 벌의 옷이 되어야 한다고 치면, 이건 옷이 아니라 번쩍거리는 천들을 아무렇게나 연결해 놓은 누더기에 불과하다. 신기하게 볼만한 구경거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아무도 이 화려한 누더기를 입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청자로 하여금 몰입할 수 없게 하는, 시청자와 하나가 될 수 없는 드라마라는 거다.

현재까지 봤을 때 '태삼'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보다도 전체 스토리와 각 캐릭터의 '개연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미 너무 망가뜨려 놓아서 얼마나 회복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계속 개연성 없는 진행으로 겉돌기만 한다면, 다음 주 이서진의 컴백과 티아라 지연의 출연으로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는 MBC '혼'과의 대결에서 참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20억원의 제작비가 허공에 뜨게 될 위기다.


* 사진 출처 - SBS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홈페이지 (모든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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