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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설원랑의 마지막 편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편지시리즈

'선덕여왕' 설원랑의 마지막 편지

빛무리~ 2009. 11. 1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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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美室), 그대가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설원공께는... 미안합니다."


나는 그대의 인사를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다른 경우였다면 나는 결코 그대가 나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온 몸과 영혼이 오로지 그대의 것인 나에게, 그대가 미안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대의 마지막 부탁은 나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시는 그대가, 나의 고통을 낱낱이 헤아리실 그대가 나에게 차마 따를 수 없는 명을 따르라 하셨습니다.

나는 이제껏 그대라는 빛을 따라 살아왔습니다. 그대가 없는 세상이란 나에게 암흑일 뿐입니다. 그대는 나에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남은 자들을 인도하며 살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떠나신 후에도 내가 숨을 쉬며 살아있게 되리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건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그대의 잔인한 당부를 거역하지 못하여, 이미 혼이 떠난 죽은 몸으로 살아 있습니다.


그대는 이 설원(薛原)의 주인이셨던 것처럼 이 신라의 주인이셨습니다. 내가 이미 알고 있었듯이, 그대를 마음으로 따르는 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덕만공주가 입을 열어 감히 그대에게 주인이 아니라고 말하였으나, 그 아이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동해의 푸른 바다와도 같은 그대를 감히 자기의 그릇 안에 품겠노라고 말하는 그 철없는 아이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그대는 피와 눈물로 신라를 지켜오셨습니다. 사다함을 연모하시던 그 마음 그대로, 아니, 날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마음으로 신라를 연모하신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속함성주 여길찬이 백제와의 국경을 위태롭게 방치하면서까지 이곳으로 달려온 이유는 그대를 구하기 위함이었으나, 결국은 그대의 마지막 발길을 재촉하고 말았군요.


나는 그래도 여길찬의 군사를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 일시적으로 국경이 무너지더라도, 그대가 다시 제자리를 찾기만 한다면 곧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내게는 그대의 존재가 바로 신라였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신라를 위해 자신을 버렸습니다. 내전으로 피폐해짐과 동시에 국경침탈로 위협받을 백성의 고통을 원치않으셨던 그대는 스스로 몸을 던져 신라와 백성을 지켜내셨습니다. 이제 감히 누가 그대를 신국의 주인이 아니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은 아직도 그대에게 있습니다. 그대를 다시 만날 희망으로 나는 버티고 있습니다. 떠나시면서 나에게 사랑했다는 말도, 고마웠다는 말도 아닌, 미안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나신 잔인한 그대를 나는 그리워합니다. 내가 그대를 연모하는 초라한 마음은, 그대가 신라를 연모하는 큰 마음에 미치지 못하였으나 그래도 나에게는 모든 것이기에, 내게 있어 그대는 언제나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현재입니다.


그대... 사다함을 만나셨거든 나의 소식을 전해 주십시오. 그가 떠나고 없는 세상에, 그래도 이 설원이라는 못난 사내가 있어 아주 조금은 힘이 되었노라고, 아주 조금은 덜 외로웠노라고 말해 주십시오. 그리고... 기다려주시겠지요? 이제 멀지 않았습니다. 내가 곧 그대에게 가겠습니다.


* 이 블로그에 게시된 '선덕여왕' 관련 모든 편지글은 저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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