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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이슈

조민기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빛무리~ 2018. 3. 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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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조민기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피해자가 있다면,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의 죽음은 당신의 책임이 아니다. 그의 죽음은 그가 저지른 죄에서 비롯된 결과이며, 또한 그가 스스로 선택한 길일 뿐이다. 혹시라도 어떤 몰지각한 자가 있어 그의 죽음을 이유로 당신을 비난한다 해도 전혀 아랑곳할 필요가 없다." 세상 모든 범죄의 피해자들이 혹시라도 가해자가 자살할까 두려워하며 입을 다물어야 한단 말인가? 죄는 밝혀져야 한다. 그 결과가 설령 죽음일지라도, 혹은 그보다 더한 것일지라도. 

그는 끝내 뉘우침도 진실한 사과도 없이, 도망치는 길을 선택했다. (유서가 되어버린 손편지 내용 중에 "지난 7년 고되고 어려운 배우 길을 시작한 후배들에게 녹록치 않은 배우의 길을 안내하고자 엄격한 교수가 됐고, 사석에서는 엄격함을 풀어주고자 했지만 모멸감과 수치심을 줬다." 는 내용이 있던데, 이것을 진정하게 뉘우치고 사과하는 자세라 보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어차피 쌓아올린 거짓된 명성은 무너졌고, 인생은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으니, 굳이 법적으로 죄가 확정되고 마땅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기다리며 인내하는 것보다는, 함구한 채 이렇게 끝내는 것이 가장 깔끔할 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죽는다고 끝은 아니다. 


매국노 이완용의 죄가 죽었다고 사라졌던가? 잊혀졌던가? 용서받았던가? 미투 운동으로 밝혀진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모두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사과하면 용서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늦게나마 사과함으로써 최소한의 인간된 도리라도 지키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투 가해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수많은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그들의 인생을 망가뜨려 왔다. 이런 종류의 죄는 사과한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 어떤 인간이 그토록 큰 죄에 대하여 감히 용서를 운운할 수 있을까? 그것은 하늘의 몫일 뿐이다. 


태어나 수십 년 동안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용서'라는 단어가 역겹게 느껴진 적이 없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오래된 명언조차도 그저 가소로울 뿐이다. 도저히 폭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만큼 영혼에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감히 어느 누가 나서서 용서를 강요할 수 있겠는가? 아니, 그들 앞에서는 '용서'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죄가 될 것이다. 남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가며 오히려 착한 척하는 위선자들에게 나는 경멸의 썩소를 날려주겠다. 


조민기의 죽음을 보니 어쩌면 연이어 또 다른 자살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추악한 범죄들이 더욱 더 적나라하게 파헤쳐진 인간들도 몇몇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그런 일이 발생한다 해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첫째로는 그들 죄의 대가이며, 둘째로는 그들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숨겨졌던 죄를 세상에 밝힌 자들이여, 그대들은 오직 선량한 피해자이며 용감한 영웅일 뿐, 결코 남을 죽음으로 몰아간 죄인이 아니다. 평생 하늘을 우러러 떳떳하게 살아도 좋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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