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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이슈

미투(me too) 운동의 확산, 그 커다란 의미

빛무리~ 2018. 2. 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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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사회 권력자들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현직 검찰 내부의 성추행을 과감한 방식으로 세상에 드러낸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이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 동안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어 왔던 수많은 성추행과 성폭력들이, 피해 여성들의 용기에 힘입어 잇달아 세상에 폭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투(me too) 운동으로 고발당한 가해자들은 모두 막강한 명성과 권력을 지닌 사회 저명인사들이다. 정치, 문화, 연예계는 물론 종교계까지도, 그 어느 곳에도 성역은 없었다. 권력의 이름으로, 절제 못한 욕망을 핑계로, 약자들을 짓밟고 죄책감조차 없이 살아온 범죄자들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있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서지현 검사에게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검사를 비롯하여 연극계에서는 이윤택, 오태석, 윤호진 등의 거장 연출가들과 한명구, 이명행 등의 배우들이 고발당했다. 문학계에서는 원로시인 고은, 소설가 박범신 등이 고발당했고, 유명 사진작가 배병우도 이 거센 폭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TV를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탤런트 조민기와 조재현의 이름은 가장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조재현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사회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조민기는 처음에 부인한 후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수많은 피해자들의 고발이 밋발치듯 이어지며 곧 경찰 조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오달수와 곽도원의 이름도 거론되었는데, 이 두 사람은 사태가 불거진 후 며칠 동안 침묵하다가 절대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 선교지에서 봉사하던 중 천주교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한 여성 신도의 고백은 미투(me too) 운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주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한 모 신부는 남수단에서 선교 활동을 이끌며 '울지마 톤즈' 등의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한 적 있고, 정의구현사제단의 일원이고, 각종 사회운동에 적극 동참하여 정의를 부르짖던 인물이라 그 충격이 더 컸다. 


내가 천주교 신자로서 이 문제에 관한 개인적 의견을 밝혀 본다면,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가톨릭 신앙이 나의 목숨줄이지만, 그렇다고 천주교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모두 깨끗한 사람들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순진하기에는 지금껏 수십 년 동안 신앙 생활을 하면서 직접적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안 좋은 모습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 이 곳에도 분명 추악한 모습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은 세상 어느 곳에도 '성역은 없다'는 그 진실의 한 부분일 뿐이다. 특별히 천주교가 다른 종교보다 더욱 썩었다든가 악의 온상이라서 벌어진 일은 아니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악의 불씨가 이 곳에도 있었고 침묵 속에 그 숨겨졌던 불씨가 이번 기회에 드러난 것이다. 아직까지는 초기 대응이 좀 부실해 보이지만, 마침내 깨끗이 청산하고 교회 쇄신의 계기로 삼는다면 더 이상 좋은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미투(me too) 운동이 점점 확산되고 그들과 함께 하겠다는 위드유(With You) 운동까지 발생하며, 지금 한국 사회는 엄청난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제껏 침묵 속에 가해자들을 감싸주며 언제나 강자들의 편이었던 이 사회의 분위기가, 놀랍게도 약자들의 편에 서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분위기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저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속에, 권력자들이 처음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그들은 이제껏 수많은 죄를 짓고도 거리낌 하나 없이 사회의 모든 권력과 특혜를 누리며 의기양양하게 살아왔다. 그들의 눈에 사회의 약자들은, 특히 여성들은 지렁이처럼 미천한 존재였다. 아무리 짓밟고 희롱하고 이용해 먹어도 감히 반항하는 시늉조차 할 수 없는, 하찮고 미약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의심없이 믿었을 것이다. "감히 네까짓 것들이 어찌 입을 열겠어? 내 손아귀에 쥐어진 벌레같은 것들이, 내가 힘만 주면 곧바로 죽어버릴 것들이, 감히 어찌 나에게 덤빌 수 있겠어?" 


하긴 그 동안 성범죄 사건에 관한 한, 이 사회의 분위기는 절대적으로 피해자에게 가혹했다. 심지어 조두순 사건처럼 피해자의 신체에 엄청난 상흔을 남긴 명백한 성폭력 사건에서조차, 고작 12년에 불과한 징역형을 선고했을 만큼 법의 처벌은 어처구니 없이 미약했다. 그러니 증거 자료를 제시하거나 명백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조차 어려운 성추행이나 성희롱 범죄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용감한 피해 여성이 나서서 진실을 밝혀 보려 해도, 이 사회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색안경 낀 눈으로 피해자를 보며 그들의 책임을 성토했다. 먼저 유혹한 게 아니냐며 꽃뱀으로 몰아가니, 피해자는 그런 수사 과정을 통해 2차, 3차의 피해를 더 입게 될 뿐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피해자들은 점점 더 침묵하고, 가해자들은 점점 더 기세등등했다. 이 사회는 철저히 강자들의 힘에 종속된 사회였고, 힘 앞에 무릎꿇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것이 당연한 사회였다. 


자고 일어나면 또 새로운 이름이 뉴스에 등장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현재까지 미투(me too) 운동에 고발당한 권력자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드러난 부분이 이 정도라면, 드러나지 않고 아직도 숨겨져 있는 부분은 더욱 거대하리라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다. 이젠 성추행 한 사람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성추행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내는 게 더 빠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어쩌면 권력을 가진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가질 필요조차 없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약자들을 마음껏 희롱하며 육체적 쾌감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위치에서 그 특혜를 누리지 않고 굳이 거부하며 독야청청하게 산다는 건 오히려 바보 취급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그런 사람보다 안 그런 사람을 찾는 게 훨씬 빠를 것이다. 


미투(me too) 운동의 가장 본질적이고도 커다란 의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물론 이미 일어난 범죄와 피해 사실을 낱낱이 밝혀 죄 지은 자에게 벌을 주고 피해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사회의 인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자들은 물론 약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반드시 그 힘에 짓눌려 숨죽인 채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 번 물꼬가 트였으니 이제 더욱 거침없이 말하고 외쳐야 한다. 이제 침묵은 곧 죄악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강자들은 자신들의 특권 의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들이 벌레만도 못하게 여기며 죄책감 없이 괴롭혀 왔던 약자들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짓밟는 것은 범죄이며, 무심코 저지른 그 범죄가 자신의 명예로운 인생을 바닥까지 추락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평생 자신의 것이라고 믿었던 힘과 권력이 어느 한 순간 먼지처럼 흩어져버릴 수 있다는 무서운 사실도 그들은 알아야 한다. 그들은 마땅히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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