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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그녀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네! 본문

스타와 이슈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그녀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네!

빛무리~ 2016. 9. 2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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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책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제2권까지 발행되고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즐겨 찾는 한 블로거님의 포스팅을 통하여 알게 된 책이다. 그 여성 블로거님은 이 책에 매우 큰 감명(?)을 받고, 벌써 몇 개월 동안이나 열심히 집안의 물건들을 구분하고 정리하고 버리면서 공간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나도 불쑥 호기심이 생겼다. '아무것도 없어'라는 제목에 걸맞을 만큼 휑하니 비어 있는 거실 풍경이 담겨진 사진을 보고는 더욱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그 발상 자체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자기 생활 공간을 사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은 '그 곳에 있는 무언가'를 자랑하게 마련이다. 비싸고 멋진 장식장,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그릇 등...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유루리 마이'는 생각의 출발부터가 달랐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공간을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그것부터가 매우 신기했지만,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물품들조차도 갖춰져 있지 않은 듯한 실내 풍경에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저러고 살지? 저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순전히 호기심과 궁금증에 도서관에서 대출을 받아 왔다. 몰랐는데 펼쳐 보니 이건 '만화책'이었다. 


불과 30~40분 가량의 짧은 시간에 한 권을 통독 완료했다. 이로써 모든 호기심은 완벽히 충족되었고, 더 이상 제2권이나 드라마까지는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게는 별로 매력적이거나 감동적(?)인 책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저자 유루리 마이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집안을 깨끗이 정리해서 쾌적한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게 문제였다. 책, 졸업앨범, 소파, TV 받침대, 협탁 겸 장식장, 전용 세제, 현관 부엌 매트, 싱크대 거름망, 목욕타월, 가방, 속옷 등등등 그녀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버. 렸. 다. 

그녀가 '당장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없어도 된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버린 물건들 중에는 꽤나 쓸모있는 것들도 많았고, 없어도 되긴 하지만 있으면 훨씬 편리한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유루리 마이는 "버리기의 한계점을 넘어 보겠어!" 하고 외치며 여전히 매일 매일 눈에 불을 켜고 텅 빈 집안에서 또 버릴 것을 찾아 다닌다. 하지만 있으면 편리한 것들을 모두 버린 후 불편함을 감수하고, 늘 쓰는 게 아니라 가끔씩 필요한 것들도 싹 다 버린 후 남에게 빌려 쓰거나 하면서, 도대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나에겐 없었다. 그런데 유루리 마이에게는 개인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유루리 마이의 집안에는 어릴 때부터 잡동사니가 무척 많았다고 한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가 물건을 절대 못 버리게 하셨기 때문에, 고조 할머니 때부터 간직되어 온 케케묵은 옛날 물건들이 집안을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쓰지도 않는 물건들로 꽉 차서 공간이 무척 좁았을 뿐 아니라, 바닥에까지 굴러다니는 물건들 때문에 걸어다니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유루리 마이는 그런 게 너무 싫어서 몇 번이나 할머니에게 안 쓰는 물건들을 버리자고 졸랐지만 돌아오는 것은 호통 뿐이었다. 집안 꼴이 그 모양이라 친구도 초대할 수 없었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꽉 찬 물건들 때문에 답답해서 편한 마음으로 쉴 수가 없었다.


 

둘째, 가뜩이나 그러던 와중에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엄청난 흔들림 속에, 집안에 있던 모든 물건들은 흉기로 돌변했다. 물건으로 가득찬 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그 때 처음 알았노라고 저자는 서술한다. 쏟아져 내리는 물건들로 인해 삽시간에 집안은 죽음의 공간이 되었고, 다행히 모든 식구들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지만 유루리 마이는 그 일을 계기로 '물건들을 버려야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굳힌다. 그 후 할머니와 엄마와 끈질긴 투쟁을 벌인 끝에 그녀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자신의 로망을 거의 90%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을 말이다. 


유루리 마이는 물건을 버릴 때마다 짜릿하고 시원한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그렇게 될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잡동사니로 꽉 찬 집에 살며 수십년 동안 답답하게 쌓인 감정에 더해, 대지진을 경험하면서 그 물건들이 살인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극한의 공포까지 겪었으니, 똑같은 경험을 했다면 나도 그녀와 비슷한 성향을 갖게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아서인지 크게 마음이 울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경우일 뿐, 나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항상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큰 지진을 경험한 적도 없었다. 


유루리 마이는 물건을 다 버려서 텅 빈 집을 만들면 일단 청소하기가 무척 쉽다고 한다. (이건 100% 동의한다.) 그리고 필요한 물건을 훨씬 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동의하지만, 그건 물건을 다 버리지 않아도 평소 정리 정돈만 잘 해두면 가능한 일이다.) 텅 빈 공간이 무척이나 쾌적하다고 한다. (이건 별로 동의할 수 없다. 물건으로 꽉 찬 것도 문제지만, 물건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다. 텅 빈 방안에서 혼자 말하면 목소리가 윙윙 울려서 기분이 이상해진다.) 

나도 내년에 이사 계획이 있는데, 최대한 짐을 버리고 줄여서 가볍게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집에는 책이 너무 많아서 잔뜩 버려야 할텐데, 남편이 책 욕심이 많아서 절반이나 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유루리 마이처럼은 안 할 것이다. 당장 쓰지 않을 물건도 언젠가는 꼭 필요할 수 있고, 없어도 되지만 있어서 훨씬 편리한 것들도 있으니 잘 선별해서 낭비하는 일 없이 처리하려고 한다. "필요 없어!" 하고 버렸는데 막상 가서 살다보니 "필요하네ㅠ"로 바뀌어서 다시 구입하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리 정돈은 워낙 습관화되어 있으니, 물건을 몽땅 버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깔끔하게 해 놓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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