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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그린 달빛' 효명세자(박보검) 외 주요 등장인물 소개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구르미 그린 달빛

'구르미 그린 달빛' 효명세자(박보검) 외 주요 등장인물 소개

빛무리~ 2016. 8. 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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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세자라는 역사 속 인물에 퍽이나 관심과 호감을 품고 있던 중, 그를 주인공 삼은 사극이 방송된다 하여 제법 기대를 품어 왔다. 웹소설 원작이라 하니 실제 역사와는 많이 동떨어진 내용일 터라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애써 왔지만, 하필 효명세자 역을 맡은 배우가 '응답하라 1988' 이후로 역시 큰 관심과 호감을 품게 된 박보검인지라 저절로 샘솟는 기대감을 억누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절반은 효명세자 때문에, 또 절반은 박보검 때문에 설레며 기다려 온 '구르미 그린 달빛'이 드디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 1회를 시청한 결과, 스토리는 다소 어설프고 무리수에 오글거리지만 화사한 꿈결처럼 예쁜 화면과 배우들의 상큼한 비주얼이 마음을 사로잡으니 썩 나쁘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주에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가 시작되면 또 어떨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포기하지 않고 시청하기로 결정했으니 일단 등장인물 정리부터 좀 해봐야 겠다. 이에 가장 먼저 등장하실 분은 물론 목 빠지게 기다려 온 효명세자 저하이시다. 


효명세자 이영 (박보검) 

순조와 순원왕후 김씨 사이의 적장자로 태어난 효명세자는 이름대로 효성스럽고 명민했다고 전해진다. 19세 때부터 부왕 순조의 명을 받아 대리청정을 하면서 세도정치를 억제하고 왕정의 영향력을 회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21세의 이른 나이로 훙서(薨逝- 왕이나 왕족의 죽음)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인물이었다. 학문 정치적 능력뿐만 아니라 문학 예술적 능력도 탁월했으며, 누이인 공주들을 향한 우애도 몹시 깊었다고 한다. 


실제 19세 당시의 효명세자는 대리청정하느라 정무에 바쁘고 자신의 세력도 어느 정도 형성한 후였으며, 세자빈 조씨(훗날 신정왕후)과의 사이에 아들(훗날 헌종)까지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극 중 효명세자는 19세가 되었음에도 아직 미혼인 것으로 보이며, 안동김씨 세력을 견제하느라 자신의 능력을 꽁꽁 숨긴 채 허랑방탕한 모습으로 꾸미고 있는 잠룡(潛龍)처럼 표현된다. 이후 풍양조씨 가문의 딸인 조하연(채수빈)이 등장하면 그녀가 세자빈으로 간택되지 않을까 싶다. 


홍라온 (김유정) 

여주인공이며 웹소설에 특화된 가상 인물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냉혹한 친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딸 라온을 사내아이로 키웠다. 계집아이의 옷을 입고만 있어도 사정없이 두들겨 패면서 말이다. 그 와중에 무슨 난리통엔지 가족을 잃어버린 라온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남사당패 꼭두쇠(정석용)의 양녀가 되는데, 험난한 사당패 생활도 모자라 양아버지 꼭두쇠가 큰 빚을 지고 앓아눕는 바람에 그 약값을 대고 빚을 대신 갚느라 평생 허리가 휜다. 출중한 글솜씨로 남의 연서를 대필해 주고 연애비법 책을 집필하여 돈을 버는데, 천한 계집이 어디서 글을 배우고 그런 능력까지 갖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느 날 홍라온은 평소처럼 정덕호(안세하) 도령의 연서를 대필해 주다가 상대 규수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만남을 부추기는데, 그 편지 한 장이 엄청난 파문을 불러온다. 정덕호가 사모하는 여인이 바로 효명세자의 누이인 명은공주였기 때문이다. 구중궁궐의 순진한 누이를 유혹하는 사내의 정체가 궁금했던 세자는 직접 그를 찾아 나서고, 막판에 용기를 잃어 공주 앞에 나서지 못한 정덕호는 자기 대신 라온을 그 자리에 내보내면서 남녀 주인공의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진다. 


명은공주 (정혜성) 

효명세자의 실제 큰누이가 명온(明溫) 공주였는데, 극 중 명은공주는 이름만 비슷하게 창조된 가상의 인물인 듯하다. 뚱뚱할 뿐만 아니라 어딘가 좀 모자라(...)보이는데, 의외로 초반에는 이 공주님의 역할이 제법 크다. 정덕호와 명은공주 사이의 연서 때문에 효명세자와 홍라온이 만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효명세자가 자상한 오라비로서 좀 모자란 듯한 이 누이동생을 얼마나 극진히 아끼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남주인공의 따뜻한 인품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순조 (김승수) 

극 중 캐릭터명은 그저 '왕'이라고 나오지만, 효명세자 이영의 부왕이라면 당연히 조선 제23대 임금 순조다. 성군 정조대왕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정조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후, 고작 11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르며 순탄치 않은 인생이 시작되었다. 김조순 및 외가 인물들의 권력 강화에 맞서 선왕의 여러 정책을 모범으로 국정을 주도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조선 중기 이래 강화되어 왔고 영조 정조대의 탕평책에도 꺾이지 않은 소수 명문가가 주도하는 정치질서를 개편하지 못한 채 점차로 쇠약해져 갔다. 


결국 김조순이 외척간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안동김씨를 주축으로 한 세도정치가 위세를 떨치게 된다. 순조는 38세가 되던 해, 오랫동안 계획해온 대로 아들 효명세자에게 대리청정을 명하며 군사권을 제외한 모든 핵심업무를 위임한다. 젊고 영특하고 능력있는 세자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것이다. 세자는 김조순 일파를 견제하며 의욕적으로 정치의 개편을 추진하였지만, 불행히도...


김헌 (천호진) 

이 캐릭터의 모델은 실제 순조의 장인이었으며 안동김씨의 중심 세력이었던 김조순이 확실해 보인다. 유약한 임금의 숨통을 틀어쥐고 정사를 제멋대로 좌우하는 권신답게 그 위세가 대단하다. 순조를 압박하는 장면에서는 그냥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위압감이 느껴진다. 독특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천호진의 연기력 덕분에 꽤나 매력적인 악역으로 탄생할 듯 싶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퓨전 사극으로서 현대극과의 경계가 모호하다 싶을 만큼 색채가 가벼운데, 순조와 김헌이 등장할 때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이들이 없었다면 지나치게 붕붕 떠서 정체성을 잃은 드라마가 되었을 법도 한데,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중견 배우들의 존재감이 참 고맙기 그지없다. 더불어 첫 사극에 첫 주연을 맡아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박보검에게도 이 두 선배는 매우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실제 효명세자는 대리청정에 힘쓰던 중 21세의 젊은 나이로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다. 서거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당시 주류 권력층인 노론에 의해 독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역사학계는 보고 있다. 그와 같은 효명세자의 비극적 운명을 알고 있어선지, 드라마의 밝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박보검의 눈빛에서 문득 문득 처연함을 느끼게 된다. 부디 이와 같은 처연함의 카타르시스가 소멸되지 않기를, 지나친 가벼움과 오글거림에 함몰되지 않기를, 그래서 나로 하여금 계속 '구르미 그린 달빛'을 행복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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