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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프렌즈' 아름다운 꼰대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빛무리~ 2016.05.13 07:47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첫 방송을 앞두고 기대가 몹시 크다. 마음 끌리는 드라마가 거의 없는 요즘, '디마프'는 메마른 가슴에 촉촉한 비를 내려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고두심, 박원숙, 신구, 주현... 그들의 이름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벅차온다. 평균 연령 70여세, 평균 연기 경력 50여년... 젊은 주인공들의 뒷배경으로 물러선지도 어언 수십년인 그들이 이번에는 당당히 주인공으로 앞에 나섰다. 

"받아주지 않으니까, 이들은 돈이 되지 않으니까, 이들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니까... 실제 캐스팅을 하면서도 어른들 이야기를 보겠어? 했지만... 그런데 이제 문득, 진짜 그런가? 진짜 안 보나? 한 번 해보자, 저질러 보자 하는 생각이 첫번째였고, 그걸 받아준 방송사가 있었고, 고마운 마음이 있고요." (노희경) "이 드라마를 하게 해주신 분들이 어벤져스인 것 같아요!" (윤여정)여기서는 46세의 중견 여배우 고현정이 꼬꼬마 막내다. 촬영장에 도착하면 그녀는 여기저기 꾸벅꾸벅 인사하는 로봇이 된다. 

화자인 박완(고현정)의 극 중 나이는 37세, 노처녀다. 63세 과부 장난희(고두심) 여사의 외동딸인데,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엄마 초등학교 동문회에 끌려갔던 날 이후, 꼰대라고만 여겼던 이모, 삼촌들과 수시로 어울리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싱그럽고 찬란한 어른들의 세계를 목격하게 된다. 

72세 나이에도 소녀처럼 여리고 순수한 조희자(김혜자) 여사... 6개월 전 남편을 떠나보내고, 본인은 망상성 치매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절망에 빠져들던 그 순간, 어린 시절의 동갑내기 첫사랑 이성재(주현)가 운명처럼 눈앞에 나타난다. 삶의 막다른 벼랑 끝에서 그렇게 사랑은 다시 시작되고... 

72세 문정아(나문희) 여사와 75세 김석균(신구) 영감은 부부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배우자가 사망했거나, 헤어졌거나, 결혼을 안 해서 혼자인데, 이 두 사람만 굳건히 해로하고 있으니 행복할 것 같지만 전혀 안 그렇다. 

병든 시부모 똥오줌까지 받아내며 봉양하고, 8형제나 되는 시동생들 수발하고, 자식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며 뼈 빠지게 일하는 동안 문정아 여사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평생 할 일을 다 마치고 나면 꼭 세계일주 여행을 시켜주겠다고 젊은 시절부터 다짐하던 남편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 약속만 철석같이 믿고 참으며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남편은 말한다. "주제를 알아야지! 지 주제에 무슨 세계일주야? 지랄방구를 뿡뿡 뀌어요!" 그래서 문정아 여사는 분연히 남편에게 외치고 집을 나선다. "내가 지랄이냐? 니가 개새끼지!"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 완강히 거부하는 남편, 그들은 현실에 만연한 황혼이혼의 한 케이스를 보여주게 될 것인가? 

이영원(박원숙) 여사는 미국에 살다가 최근 귀국한 왕년의 스타 여배우다. 과거에는 장난희(고두심) 여사의 단짝 친구였지만 현재는 앙숙이다. 난희의 남편이 영원의 또 다른 친구와 바람을 피웠는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난희에게 숨겼던 일 때문에 원수가 되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차마 말하지 못했을 뿐인데. 

사랑에 속고 사랑에 울고, 이영원 여사는 쿨해 보이지만 정에 굶주린 사람이다. 비록 난희와는 원수가 되고 말았지만, 난희 엄마 오쌍분(김영옥) 여사 앞에서는 눈물 펑펑 흘리며 그 품에 얼굴을 묻는다. 86세의 오쌍분 여사는 딸의 동문들 모두에게 엄마같은 존재다. 노년에도 마음 기댈 엄마가 계시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65세 노처녀, 오충남(윤여정) 여사가 있다. 평생 자유롭게 연애만 즐기며 살았고, 지금도 카페를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삶의 낙이다. 죽는 것보다도 늙는 것이 무서워, 늙어버린 자기의 현실을 극구 부정한다. 자기 또래들과 노는 것보다 젊은 애들과 노는 것이 훨씬 즐겁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아프고 힘들 때 곁에 있어준 것은 늙은 친구들 뿐, 젊은 애들은 뺀질거리며 거짓말하고 오지도 않았다. 디어 마이 프렌즈, 정말 좋은 나의 친구들은 누구였을까? 

제각각 다른 인생을 살아온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이제 원로 배우들의 원숙한 눈빛으로 펼쳐진다. 50년 내공으로 캐릭터와 일체를 이루는 그들의 연기는 다른 어느 작품에서도 느낄 수 없는 깊이를 선물해 줄 것이다. 

그리고 박완(고현정)의 두 남자, 서연하(조인성)와 한동진(신성우)은 각기 다른 매력을 어필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특히 푸른 나무같은 조인성의 모습에서는 아련한 슬픔마저 배어나온다. 마치 꼰대들의 젊은 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옛날의 싱그러움을 상징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노희경 작가는 말한다. 

"그들은 나처럼 치열하게 사는 거예요. 젊은 우리가 치열하게 사는 것처럼, 인생을 나와 똑같이 살고 있는 거예요.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건 통계학적인 말이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디어 마이 프렌즈'는 우리가 사랑했던, 사랑한, 아니면 우리가 버렸던, 버리고 싶은 부모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머니, 아버지와 손 잡고, 소주 한 병 갖다 놓고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였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든 것은 자랑도 아니지만 흠도 아니라고 자신있게 외치며 오늘을 살아가는, 더없이 당당하고 아름다운 꼰대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페이드 인 (Fad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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