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사구체종양(사구종) 수술, 11년만에 그 녀석을 보내다 본문

나의 생각

사구체종양(사구종) 수술, 11년만에 그 녀석을 보내다

빛무리~ 2016. 4. 28. 12:00
반응형

사구체종양(사구종:glomus tumor)이란 사구(glomus)세포에서 발생하는 양성종양이다. 사구세포는 신경계와 혈관계에서 혈관의 흐름이나 온도조절 역할을 담당하는데, 사구종은 인체의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호발부위는 손톱과 발톱 밑이다. 크기가 매우 작고 천천히 자라는 특징이 있으며, 충격과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날카로운 통증을 동반한다. 매우 작은 종양이라 지름 5mm만 되어도 사구종으로서는 굉장히 큰 편이다. X-ray나 CT로는 판독하기 힘들고 MRI를 찍어야만 판독이 가능한데, 초기여서 종양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MRI에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사구종 환자들은 어느 날부터 손톱 밑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어느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부과? 정형외과? 더욱이 사구종은 희귀 질환에 속하여, 작은 동네 의원은 물론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도 쉽게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오가며 검사 비용으로 적잖은 돈을 쓰고도 명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헛된 몸고생 맘고생 돈고생에 시달리게 된다. 다행히(?)도 나는 미련스럽게 10년 이상을 방치해 두다가 첫번째로 찾아간 병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프면 그냥 아픈가보다 하고 내버려 두었던 오른쪽 엄지 손톱의 문제를 이제는 좀 해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불쑥 들었다. 그래서 폭풍 검색을 했고, 신기하게도 내 증상과 거의 똑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 친절하게도 자신의 투병과 수술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써서 공개해 주었고, 덕분에 나는 안개 속을 헤매지 않고 금세 정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 역시 나의 경험담이 또 다른 사구종 환자들에게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엄지 손톱의 왼쪽 부분에 빨간 줄이 생겼던 것은 대략 2005년쯤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좀 흐르자 빨간 줄의 아랫부분은 피멍든 것처럼 검붉은 보라색으로 변했다. 적청색 결절. 이제야 알았지만 그건 피멍이 아니라 사구종이었다. (나처럼 육안으로 뚜렷하게 보이는 경우는 좀 특이한 편이고, 손톱 아래쪽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손톱은 살짝 찢어지거나 갈라졌어도 새 손톱이 나오면서 자연스레 치유가 되었는데, 2009년쯤 빨간 부위의 손톱이 살짝 갈라진 후에는 절대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고 계속 갈라지더니 급기야 손톱 가운데가 툭 튀어나오면서 모양까지 변했다. 하지만 외관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사구종의 가장 큰 특징은 아주 가벼운 충격에도 눈앞이 캄캄해질 만큼 엄청난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손톱 위로 연필 한 자루를 떨어뜨렸을 때, 보통 사람들은 '아프다'는 느낌조차 없겠지만 사구종 환자들은 쇠망치로 내리찍는 것만큼의 통증을 느낀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내 경우는 충격에만 예민했을 뿐 온도에는 별 반응이 없었는데, 다른 환자들은 찬물이나 찬바람에 닿았을 때도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증상이 악화되면 아무런 충격이나 온도 변화 없이도 그냥 찌릿찌릿한 통증이 수시로 찾아오곤 한다. 종양이 신경과 붙어 있어서 때로 찌릿한 통증은 손목까지 이어진다. 

 

내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사는 내 얼굴과 손톱을 번갈아 유심히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딱 봐도 99%는 사구종이네. 굉장히 오래된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버텼어요?" 지금껏 이 문제로 병원에 찾아가 본 적은 없었다고,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더니 더욱 황당해하는 표정이다. 엄청 아팠을 텐데 어떻게 그처럼 오랫동안 방치하며 버틸 수 있었는지가 너무나 신기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의사는 말했다. 사구종의 위치가 손톱 정가운데 쪽이거나 깊은 안쪽이었다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을 거라고, 하지만 내 경우는 왼쪽 옆으로 치우쳐 있는 데다가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형태라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안쪽으로 파고드는 경우는 사구종 때문에 손가락 뼈의 일부가 녹을 수도 있다던데, 다행히 내 경우는 돌출된 형태라 수술도 비교적 용이했고 예후도 좋을 거라고 했다. (워낙 오랫동안 키웠기 때문에 사이즈는 매우 큰 편이었다고 한다..;;) 하긴 인터넷에서 찾아 본 다른 사구종 환자들의 손톱 사진은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을 만큼 평범하던데, 나처럼 색깔과 모양이 심하게 변한 손톱은 정말 특이한 케이스였다. 하지만 모양이 흉칙했던 대신 통증이 덜했고 수술도 용이했으니 잘 된 셈이다. 사구종은 거의 모든 경우에 양성이지만 전세계 1~2명 정도의 악성 사례는 있었다기에 완전히 맘 놓지는 못했는데, 조직검사 결과도 양성으로 확진되었다. 

 

내가 인터넷 폭풍 검색 후 사구종을 자가진단하고 즉시 찾아간 병원은 부천에 있는 '예손병원'이었다. 사구종이 매우 희귀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예손병원은 수족구 전문병원으로서 사구종 수술 경험이 무척 많다고 했다. 그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 및 보호자들의 체험담이 각종 개인 블로그에 상세히 올라와 있었는데, 치료는 물론 비용에 이르기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는 내용이 99.99%였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의 믿음이 싹텄고,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결정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예손병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2014~2018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4. 20. 오후 13:30  예손병원 첫 방문. 상담 및 수술 예약 

4. 21. 오후 13:00  오른팔 부분마취로 사구종 절제술 시행 

4. 22. 오전 10:30  퇴원. 4일치 약과 붕대를 지급 받음 

 

전신마취 경험은 있었지만 부분마취는 처음이었는데,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수술을 받으려니 무척 긴장했던 모양이다. 분명 마취가 잘 되었다는데도 손톱을 뜯어내는(..;;) 느낌이 너무나 선명했고 찌릿한 아픔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잔뜩 겁을 먹은 채 아프다고 징징거렸더니 의사는 "차라리 좀 재워주겠다"면서 수면주사를 놓았고, 나는 잠들어버린 후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사구종 수술 과정은 간단하다. 손톱을 뜯어내고 손톱 밑에 있는 종양을 제거한 후, 녹는 실로 제거 부위를 봉합하고 그 위에 뜯어냈던 손톱을 다시 덮어 실로 고정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사구종이 있는 손가락 자체에 마취주사를 찔렀었는데 환자들이 너무 아파해서 이제는 한쪽 팔 전체를 마취한다고 했다. 마취주사의 통증은 훨씬 적은 대신, 마취가 완전히 풀리려면 8~10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좀 불편할 거라고 했는데, 막상 수술 후 마비된 오른팔과 링거가 주렁주렁 달린 왼팔로 8~9시간 가량을 지내다 보니 과연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수술 당일에는 보호자가 동행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수술 후 통증은 개인차가 큰 듯하다. 어떤 사람은 3일 가량 좀 욱신거렸을 뿐 거의 안 아팠다 하고, 어떤 사람은 열흘 넘도록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잠을 못 잤다고도 한다. 내 경우는 통증이 아주 적은 편에 속했다. 수술 직후에도 별로 안 아파서 12만원이나 하는 무통주사를 괜히 맞았다고 후회될 정도였다. (환자 본인이 무통주사액 유입을 조절할 수 있는데, 막아놓거나 열어놓거나 아무런 차이가 없었음 ㅠ) 수술 부위보다는 오히려 굵은 바늘을 찔러넣은 왼쪽 손목의 링거가 더 아팠다. 다음날 오전 일찍 퇴원을 했고, 며칠 동안 의사의 지시에 따라 포비딘으로 자가소독을 했는데, 수술 부위는 2~3일 정도 조금씩 욱신거렸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다. 물론 꽉 힘을 주거나 어딘가에 살짝이라도 부딪히면 아프다. 

 

수술 후 5일째 되는 3월 26일에 병원을 다시 방문하여 환부 상태를 검토했다. 이제 열흘 후(5월 6일)에 실밥만 뽑으면 모든 치료가 끝난다고 한다. 병원에서 우리집이 좀 멀기 때문에 의사는 그냥 동네 정형외과에 가서 실밥을 뽑아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기꺼이 다시 방문하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수술한 병원에서 끝까지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실밥을 뽑은 후 보험금 청구를 위해 진단서를 요청했는데, 내가 받은 질병코드는 D18.08 이었다. 사구종은 질병코드가 좀 애매한 편이라 보험사와의 시비가 잦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나의 보험금은 서류를 접수시킨 다음날 곧바로 지급되었다. 

 

인터넷 검색 결과로는 실밥을 뽑기 전까지 환부에 절대로 물이 닿으면 안 된다고 했었는데, 내 담당 의사는 수술 3일 후부터 흐르는 물에 씻어도 된다고 했다. 손에 땀이 많은 편이니, 오히려 깨끗하게 씻고 약을 바르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지냈는데 감염 증상은 전혀 없다. 현재는 외출시에만 붕대를 살짝 감았다가 집에 와서는 답답하니 그냥 풀어놓고 지낸다. 오른손 엄지에 힘을 줄 수 없으니 생활에 불편한 점들이 있지만 대충 견딜만하다. 웬만한 것은 그럭저럭 다 할 수 있는데 젓가락질은 여전히 불가능해서 포크를 사용해 식사한다. 수술 후 다시 붙여놓은 손톱은 새로 자라나는 손톱에 밀려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인데, 개인차가 있지만 대략 1~2개월쯤이 걸린다고 한다. 

 

10년 넘게 피멍들고 변형되고 갈라지고 쿡쿡 쑤시는 손톱을 지닌 채 살아왔던 나는 새로 자라날 엄지손톱이 몹시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이제 정상적이고 건강한 손톱이 자라나면, 다시 예전처럼 기타도 치고 새롭게 우쿨렐레도 배워보고 싶다. 이미 사구종에 대한 자료가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기는 하지만, 뒤늦은 나의 체험담도 그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과 위로와 희망을 더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부족한 글을 마친다. 

 , , , , , , , , , , , , , , , 

오늘은 2019년 8월 24일... 내가 사구종 수술을 받은 후 어느덧 3년 4개월 가량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3년 동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 포스팅을 통해 도움을 받으셨다는 분들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으니 정말 고맙고 흐뭇한 심정이다. 

 

내 손가락의 현재 상태를 혹시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까 하여 오늘 찍은 사진을 첨부한다. 아주 건강한 손톱이 새로 자라난지 오래이며 그 모양도 거의 정상적이다. 사구종 있던 자리에 미세한 굴곡이 있고, 손톱 오른쪽 아래 살갖에는 실밥을 뽑았던 자리의 흔적이 약간 남았지만 별로 눈에 띄지는 않는다. 과거 고생했던 10여년을 생각하면, 이렇듯 건강한 손가락으로 회복될 수 있게끔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행운이 있기를! 

 

*** 덧붙이기

1. 개인적으로 수술방에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팔 부분마취를 시작할 때였다. 막연히 예방주사처럼 팔에다가 주사를 놓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료진이 다짜고짜 팔을 번쩍 들어올리더니 겨드랑이를 알콜솜으로 닦기 시작했을 때 1차로 혼비백산했고, 두번째로 목덜미 아래쪽을 알콜솜으로 문지를 때 2차로 기절할 뻔했다. 겨드랑이에 주사바늘?? 목덜미에 주사바늘?? 상상이나 해본 적이 있는가?? 몇 년이 흐른 지금도 그 순간에 놀랐던 걸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를 정도인데... 다행히도 전혀 아프지 않았고 심지어는 주사가 들어가는 느낌조차도 전혀 없었다. 그러니 수술받으실 분들은 알콜솜으로 겨드랑이와 목덜미를 닦는다 해도 너무 놀라지 마시길 바란다. 내 경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정신적 패닉 상태가 와서 마취가 안 되었다고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성격이 원래 굉장히 예민하고 겁이 많은 데다가, 수술방의 침대에 누웠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긴장과 공포에 질려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국 내시경할 때처럼 수면마취를 했었는데, 수술 후 반나절 동안 계속 구토를 했던 이유와도 혹시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다. 

2. 예손병원에서는 내가 입원했던 2016년 당시, 무조건 병원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해야만 했다. 다른 병원에 입원 경험이 있던 나는 여기서도 당연히 선택권이 있는 줄 알고 수차례나 병원밥을 먹지 않겠다고 요청했으나 (병원비에서 식사비용을 제외하는 것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무조건 밥상을 받아야만 했다. 수술 후 이상하게 속이 메슥거렸던 나는 결국 저녁 밥을 한 숟갈 뜨다 말고 심한 구토 증세가 시작되며 상을 그냥 물려야 했고, 다음날 아침도 죽 몇 숟갈만 먹고 밥은 손도 못 댄 채 그냥 물려야 했다. 예손병원의 치료 자체는 아주 좋았으나, 무조건 병원밥을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시스템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 년 흘렀으니 지금은 달라졌으려나? ㅎㅎ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