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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주는 남자' 유기견 입양한 김승수의 선택이 놀라운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개밥 주는 남자' 유기견 입양한 김승수의 선택이 놀라운 이유

빛무리~ 2016. 4. 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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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고양이, 토끼 등의 털 달린 동물을 무척 좋아하지만 극심한 알레르기로 인해 키울 수 없는 나에게, 각종 동물 관련 프로그램은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SBS의 'TV동물농장' 뿐만 아니라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JTBC의 '마리와 나', 채널A의 '개밥 주는 남자' 등 각종 채널에서 방송되는 거의 모든 동물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나인데, 최근 '마리와 나'의 종영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호동, 서인국, 심형탁, 이재훈, 김진환, 김한빈 등 모든 출연자들이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다해 위탁받은 동물들을 보살피는 모습이 정말 훈훈하고 보기 좋았는데 아무래도 시청률 면에서는 큰 재미를 못 본 모양이었다. 


한편 '개밥 주는 남자'는 주병진네 웰시코기 삼둥이 '대중소'의 인기에 힘입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처음엔 강아지들의 이름을 다만 덩치에 따라 '대', '중', '소' 라고 짓다니 너무 성의 없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계속 "대야~, 중아~, 소야~" 라고 부르는 걸 듣다 보니 의외로 나름 귀엽고 정감있는 느낌까지 들어서 재미있게 시청하는 중이다. 그런데 주병진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대중소를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 감동적이긴 한데, 과연 어느 만큼이 진실이고 어느 만큼이 방송을 위한 설정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중소가 주병진을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 평소에도 나쁘게 대하지는 않는 듯하니 그럼 된 거라고 생각한다. 



주병진 외에도 몇 명의 연예인들이 자신의 반려견을 데리고 출연했지만, 대중소의 존재감이 워낙 크다 보니 별로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스페셜 멤버로 합류하게 된 배우 김승수의 경우도 그럴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승수가 출연한 첫 방송을 보며 나는 펑펑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일반인들은 물론 연예인 중에서도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입양하는 사람이 많고, 유기견 센터 등에서 봉사 활동을 하거나 후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김승수가 반려견 로리의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유기견 입양을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는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강아지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유기견 입양센터에 모친과 함께 들어선 김승수는 상처입은 강아지들의 모습 하나 하나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매맞고 학대받던 아이, 시궁창에서 구조된 아이, 철사줄로 입이 꽁꽁 묶였던 아이 등등 못된 인간이 연약한 동물에게 저지른 행위들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잔혹했다. 김승수는 한 마리씩 안아보고 토닥이는데 '강아지 공장'에서 평생 쉴 틈 없이 새끼만 낳다가 구조되어 왔다는 열 살 짜리 암컷 '로로'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연민 가득한 눈으로 끌어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설마 그 아이를 입양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다. 열 살인데... 열 살이면 벌써 노년층에 접어든 개인데!


김승수의 반려견 로리의 나이도 이미 14살이나 되었다는데, 당연히 어린 강아지를 데려올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보통 반려견을 키우던 사람들은 강아지를 떠나보내고 나면 상실감과 아픔이 너무 커서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수명을 다한 녀석이 떠나가더라도 아직 어린 녀석이 곁에 남아 있다면 훨씬 아픔도 덜하고 큰 위로가 될 것이다. 그러니 반려견이 늙어갈수록 불안을 느낀 견주들이 어린 강아지를 새로 입양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김승수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승수는 무려 열 살이나 된 로로를 선택했다. 고민하지도 않고 단숨에, 더구나 로로는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치료중이었는데 말이다.


인터뷰에서 김승수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계속 물어봤던 것 중의 하나가 나이였어요. 나머지 다른 강아지들은 거의 다섯 살 미만이더라고요. 그런데 로로가 열 살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제 마음에 탁 와 닿았죠. 강아지의 수명이 보통 15~16년인데, 열 살이면 벌써 수명의 2/3는 다 산 녀석이고, 어쩌면 이제 병수발까지 들어줘야 할 그런 나이가 된 건데... 아무도 안 데려가겠구나... 그렇다면 내가 데려가야겠다 싶었죠." 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김승수는 말했다. "너무 힘들게 살아왔던 녀석인데, 이제부터라도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고 싶어요!" 



김승수는 따뜻할 뿐만 아니라 참으로 용감한 사람이다. 나이 많은 강아지를 입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정 주고 함께 살던 녀석을 떠나보내면 아플 수밖에 없으니까, 어차피 살 날이 오래 남지 않은 녀석을 데려온다는 것은 뻔히 보이는 이별의 아픔을 자초하는 셈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게 두려워서라도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하는 것이다. 나이 많은 유기견을 불쌍해 하면서도 정작 입양은 어린 강아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런데 김승수에게는 자신보다 로로가 먼저였다. 사랑받고 행복한 삶이 어떤 건지를 로로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워낙 커서, 자신이 받게 될 상처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다. 


떠나보낸 후의 고통뿐만이 아니다. 아픈 강아지를 돌보는 것도 얼마나 몸과 마음이 수고로운 일인데, 김승수는 그조차도 쿨하게 받아들였다. 귀여운 재롱을 보여줄 나이는 벌써 지났고 이젠 병수발 들어줄 일만 남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열 살 난 로로를 품에 안고 집에 돌아올 때 그의 마음에는 어떤 생각들이 오갔을까? 어쩌면 나 같이 소심하고 걱정 많은 사람과는 달리, 앞으로의 행복한 나날을 꿈꾸며 설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친구 로리와 새로운 친구 로로가 함께 어울려 뛰노는 모습을 보며, 그게 몇 달이든 몇 년이든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행복을 누리게 될 날들을 꿈꾸며 말이다. 


그렇게 두려움 없이 사랑할 줄을 아는 남자라면, 앞으로 그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후회 없는 인생을 꾸려갈 수 있지 않을까? 혼기를 훌쩍 놓친 노총각 아들 때문에 어머니는 날마다 걱정이시라지만,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해서일 뿐 언젠가 때가 오면 누구보다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미게 될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어머니도 참 선량하고 교양있어 보이시던데, 이제 김승수의 손을 잡게 될 그녀는 참으로 복받은 여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단한 삶의 길목에서, 그리고 위태로운 죽음의 문턱에서 서로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 김승수와 로로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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