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복면가왕' 스틸하트 밀젠코 출연이 감동적이었던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복면가왕' 스틸하트 밀젠코 출연이 감동적이었던 이유

빛무리~ 2016. 2. 28. 22:49
반응형


'복면가왕'에 외국인 출연자가 등장했다는 소식은 이미 지난 주부터 들려왔지만, 그 정체가 '쉬즈곤(she's gone)'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록그룹 '스틸하트(Steelheart)'의 메인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Miljenko Matijevic)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물론 평소 스틸하트의 음악을 자주 들었던 사람들은 예측했겠지만, 나처럼 팝송에 문외한이고 '쉬즈곤'이라는 노래 정도만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짐작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그의 정체를 알기 전에는 '복면가왕'에 외국인이 출연해서 쟁쟁한 국내 가수들을 꺾고 승승장구하는 현상 자체가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저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식의 지극히 단순한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번개맨'의 정체를 알고 나니, 세계적인 톱스타가 기꺼이 복면 안에 얼굴을 감추고 한국 노래를 2곡이나 열창하며 한국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 했던 마음이 퍽이나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밀젠코 마티예비치가 들려준 한국 노래는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임재범의 '고해'였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던 밀젠코는 오직 이 '복면가왕' 무대를 위해 4개월 동안이나 연습을 거듭했다고 한다. 노력의 보람이 있었는지 한국어 가사로 노래하는 밀젠코의 발음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아주 약간의 외국인스러움은 느껴졌지만 내용 전달에는 물론 듣는 이의 감정 몰입에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가 얼마나 이 무대를 성의껏 준비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밀젠코는 3차전에서 EXID의 하니에게 패하고 말았다. 임재범의 '고해'는 록 음악이지만 한국적인 정서가 매우 짙게 담겨진 노래인데,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가창력은 탁월할지언정 노래 특유의 정서 전달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반면 하니는 걸그룹의 특성상 감추어야만 했던 중저음의 매력적인 음색을 뽐내며 가왕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승리였다. 록그룹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로 예측되는 음악대장은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를 선곡하여 5명이 부르는 노래를 혼자서 너끈히 소화하며 3연승에 성공했다.



 

한 편 이 날 '복면가왕' 무대에는 레이디스코드의 소정이 출연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이름의 복면을 쓰고 등장한 소정은 판정단 모두가 연륜있는 선배 여가수라고 추측할 만큼 깊이 있는 노래 실력을 드러냈는데, 1년 6개월 전의 교통사고로 멤버 2명을 잃은 후 처음 선보이는 무대라서 특히 의미가 깊었다. 살짝 눈물 고인 모습에 가슴이 울컥했지만 "무엇을 해도 안스럽게 보셔서 속상했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호의에서 비롯된 시선들이 오히려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경연이 끝난 후 밀젠코가 라이브로 선사하는 특별 무대가 이어졌다. 이 날의 방청객들은 그야말로 특혜받은 사람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틸하트의 내한공연 티켓 한 장은 대략 수십만원의 값어치가 있을진대, 그 귀한 공연을 엉겁결에 눈앞에서 감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1964년생 밀젠코는 어느 덧 50세를 넘긴 중년이 되었으나 전성기 때 못지 않은 날카로운 고음으로 '쉬즈곤'을 불렀고, 비록 화면을 통해서였지만 혼신의 힘을 다 쏟아 열창하는 그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일었다. 



밀젠코는 "한국과 가까워질 기회를 더 만들고 싶다. 그래서 친구가 되고 싶다. 한국에서는 내가 노래하면 같이 불러준다. 그런 호응이 내겐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말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내한공연을 하러 온 외국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를 따라 불러주는 한국 팬들의 모습에 감동 받는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들어 왔는데 밀젠코 역시 그랬던 모양이다. 세계인들과 화합하는 데 있어 한국 특유의 떼창 문화가 이토록 거대하면서도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줄은 미처 몰랐었다. 


수천 수만 명이 노래를 함께 불러주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외국 스타들의 가슴에 사랑과 친밀감을 심어주고, 그들은 자신이 느낀 행복에 보답하기 위하여 또한 최선을 다한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가 오직 '복면가왕' 때문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밀젠코가 한국을 매우 사랑하고 있으며 한국 팬들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사실 만큼은 의심치 않고 믿어도 좋을 듯 싶다. 소탈하면서도 열정적이었던 밀젠코의 '복면가왕' 무대는 그렇게 깊은 감동과 행복을 전해주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