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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민 전처 폭행 재연, 그 당당함이 놀라울 뿐이다 본문

스타와 이슈

박상민 전처 폭행 재연, 그 당당함이 놀라울 뿐이다

빛무리~ 2015. 11. 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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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박상민보다도 방송사가 더 문제였다. 출연자의 너무 지나친 솔직함으로 논란이 유발될 것 같으면, 그 부분은 마땅히 편집해야 옳았을 것이다. 더욱이 EBS는 교육 방송으로서 타에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 마치 자극적인 연출로 시청률을 올리고자 한 것처럼, 박상민이 스스로 재연해서 보여준 전처 폭행 장면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것은 명백한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리얼극장'이라는 제목에 충실하려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방송의 결과로 박상민과 그 가족은 물론 이혼한 전처까지도 묵은 상처를 헤집고 또 새로운 상처를 입게 되었으니, 출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숨김은 꼭 필요했을 터였다. 

지난 10일 방송된 EBS '리얼극장'에는 배우 박상민이 어머니와 함께 출연했는데, 주된 내용은 6년째 뇌병변장애를 앓고 계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과 더불어 5년 전의 이혼소송과 그로 인한 고통에 관한 이야기였다. 박상민은 2007년 11월 한모 씨와 결혼을 했으나 2009년 12월부터 별거를 시작했고, 이듬해 3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한씨는 이혼소송 한 달 만인 2010년 4월 박상민을 상습폭행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연기파 배우 박상민의 이미지는 큰 손상을 입었는데, 어려움 속에도 '자이언트'에 출연해서 열연하는 그의 모습에 수많은 사람이 격려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면 그냥 그쯤에서 마무리되었을 일이다. 슬픔과 고통은 그들 가족 내부의 일로 덮여지고, 대중은 이혼이나 폭행이라는 단어를 까맣게 잊어버린 채 오직 배우로서 활동하는 박상민의 모습만을 기억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스스로 다시 추락을 선택했을까? 실로 놀라운 것은 박상민의 당당한 태도였다. 오른손을 풀스윙으로 휘둘러 아내의 뺨을 때리던 장면을 스스로 재연할 때, 그의 표정에 나타난 것은 일말의 죄책감이나 뉘우침이 아니라 여전한 분노와 증오였다. 5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박상민은 당시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왈칵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어머니를 모시던 간병인이 말했다. '제가 온 지 3개월이 넘었는데 아직 상민씨 와이프를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래서 전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따졌더니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라고 했다. 어느 날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어머니를 뵈러 갔는데, 친구분들과 함께 짐을 챙겨서 나오고 계셨다. '엄마, 어디 가세요?' 했더니 '나 재활병원으로 옮기기로 했어. 혹시 네가 왔다가 허탕칠까봐 네 처한테 전화로 미리 말해 두었는데 못 들었니?' 하셔서 전처를 찾아가 '엄마가 너한테 병원 옮긴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왜 나한테 얘기 안 했니?' 하고 물었더니 '아차, 깜박했네'라고 대답했다. '깜박할 게 따로 있지. 너 아까 점심 때도 나랑 같이 밥 먹었잖아. 그 때도 생각이 안 났다고? 내 눈 똑바로 봐. 잊어버릴 수 있어, 없어?' 그런데 '있다'고 하길래 화가 나서..."

 

확실히 박상민의 전처가 크게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투병 중인 시어머니에게 3개월 동안 한 번도 안 찾아가고, 심지어 병원을 옮기신다는 연락이 왔는데도 깜박 잊고 남편에게 말조차 안 했다는 것은 지나친 무신경이다. 하지만 그것이 '맞아도 싼'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잘못은 잘못이고 폭행은 폭행일 뿐, 잘못이 폭행의 이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면 그저 합당한 절차를 밟아 이혼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박상민은 폭력을 선택했다. 5년 전의 일을 무심결에 재연하는데도 그 순간 박상민의 표정과 눈빛은 무섭도록 살벌했고, 풀스윙을 날리는 손동작은 나무 기둥이라도 한 방에 부러뜨릴 듯 세차 보였다. 


남자와 여자의 세계가 달라서 그런 것일까? 가끔 일부 특정한 남자들은 폭력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때리고 맞는 거야 흔한 일인데, 그까짓 몇 대 맞았다고 뭐..." 이런 식이다. 노희경 작가의 '바보같은 사랑'에는 전형적인 폭력 남편이 등장하는데, 용배(김영호)가 옥희(배종옥)에게 휘두르는 가정 폭력은 너무 잦고도 심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맞다가 지친 옥희가 결국 떠나려고 하자 용배는 붙잡으며 말한다. "내가 때린 게 그렇게 아팠냐?" 진짜 말 같지도 않은 소린데, 놀랍게도 용배는 '그게 뭐 별 일이라고' 굳이 떠나겠다는 옥희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옥희는 너무 착하고 순하고 힘없고 무지했기 때문에, 상우(이재룡)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지옥에서 도망칠 엄두조차 못 내고 계속 그렇게 맞으며 용배와 함께 살았을 것이다. 가정 폭력에 외부의 개입이 꼭 필요한 이유는 옥희처럼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다. 그런데 다행히도 박상민의 전처는 옥희처럼 약하고 무지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영어에 능통한 앵커로서 EBS, 아리랑 TV, ABC 방송사의 뉴스를 진행한 경력이 있었고, 결혼 후에는 중식당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런 여자가 남편으로부터 귓방망이가 터져 나가도록 맞았으니 어찌 함께 살 수 있을 것인가? 그녀의 주장처럼 신혼 초부터 상습적 폭행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나, 박상민이 스스로 재연까지 하며 인정한 단 한 차례의 폭행만으로도 이미 결혼 생활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박상민의 생각은 여전히 확고했다. 무조건 잘못한 쪽은 전처이며 자기는 억울하다고 했다. 그 폭행 사건이 있은 후 일주일 동안 각방을 썼는데, 생각할수록 기막혀서 "야, 네가 잘못했다고 먼저 말해야 하는 거 아냐?" 라고 따졌더니 사과하기는 커녕 오히려 짐을 싸들고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박상민은 아직도 전처의 그런 행동을 적반하장이었다고 확신하며, 그녀의 큰 잘못에 비하면 자신의 폭행쯤은 깃털처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너무 자신있어서 이혼 과정의 전말을 다 밝히려고 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 제작자 분들이) 참으라고 하더라고요!" 박상민을 가장 아낀다는 그들이 왜 참으라고 극구 말렸을까? 


박상민의 이야기만 들으면 전처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지만, 그녀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바빠서' 그랬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바쁘기도 했겠지만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일단 남편과의 사이에 애정과 신뢰가 부족했을 것이고, 시어머니와의 사이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일들이 있었을 수 있다. "엄마가 까다로우셔서 가사도우미가 못 버티고 나가는 일이 많다. 내가 방송 활동을 하면서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시설 좋은 요양병원에 모시겠다고 했더니, 엄마는 절대 싫다고 죽어버리겠다고 하셨다."는 박상민의 말을 들어보니, 며느리 입장에서는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재혼을 원하신다지만, 박상민은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그것은 박상민의 판단이 옳은 것 같다. 아무튼 개인사와 가정사는 알아서 하면 될 일인데, 걱정되는 것은 배우로서 계속 활동해야 할 박상민의 이미지 추락이다. 너무 당당하게 전처 폭행을 재연한 모습이 방송에 고스란히 나왔고, 그 충격적인 장면은 네티즌에 의해 무수히 캡처되어 나돌기 시작했으며, 뉴스 기사로까지 작성되어 폭넓은 대중에게 적나라히 공개되고 말았다. 어쩌면 이것은 5년 전의 이혼 소송보다도 더욱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괜한 선택으로 추락을 자초한 배우 박상민의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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