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힐링캠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면서 방송합시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힐링캠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면서 방송합시다!

빛무리~ 2015. 9. 22. 06:30
반응형


'힐링캠프'에서 이경규와 성유리가 하차하고 김제동의 단독 MC 체제로 바뀌었을 때, 처음부터 기대는 커녕 호기심조차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톡투유' 때문이었다. 현재 JTBC에서 방송되고 있는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는 오프라인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를 과감히 TV 안으로 옮겨 놓은 프로그램이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대박 수준은 아니지만, TV에서는 이제껏 접할 수 없었던 새로움과 참신함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힐링캠프'가 느닷없이 김제동을 단독 MC로 내세워 500인의 청중을 모아놓고 토크를 진행한다니, 이건 아무리 차별성을 강조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 두 차례 시청해 보았지만, 기대감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더 실망스러울 만큼 재미가 없었다. 특히 평범한 일반인을 500명씩이나 모아 놓고, 그들에게 걸맞지도 않는 MC 자격을 일일이 부여한 것은 너무 억지스런 패착이었다. 일반인은 그저 관객이나 청중으로서의 역할에만 머물러야 했는데, 생뚱맞은 MC 자격을 부여받고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노를 저어대니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최 대본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1명의 게스트를 향한 500명 일반인 MC들의 질문은 계속 중구난방스럽기만 할 뿐 촌철살인의 재미는 전혀 살리지 못했다. 


그러더니 결국 사건이 터졌다. 게스트로 출연한 서장훈에게 한 명의 일반인 MC가 "혹시 이혼한 전부인이 그립거나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으신가요?" 라는 질문을 했다는 것이었다. (해당 기사 링크) 기사의 핵심은 그 질문에 응했던 서장훈의 답변 내용이었지만, 답변보다도 질문 자체에 경악을 금치 못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상식적으로 그런 질문은 공적인 자리에서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이다. 서로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라면 모를까, 그런 종류의 말은 결코 입에 담아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기사의 댓글들은 모두 '질문이 극혐'이라면서 난리가 났다. 너무 황당한 나머지 오히려 궁금해져서 뒤늦게 방송을 시청했는데, 일단 보고 나니까 아주 조금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오랜 절친이라선지 김제동은 처음부터 서장훈에게 노골적인 어조로 강도 높은 질문들을 쏟아냈으며, 서장훈 역시 본인의 이혼 경력을 스스로 먼저 언급할 만큼 과감하고 솔직한 자세로 토크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현역 농구 선수로 활약할 당시 다른 선수들과 싸우거나 심판에게 욕설(;;)을 하거나 경기 중에 후배 하승진 선수의 뒤통수를 때렸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서장훈은 크게 당황한 기색 없이 담담한 어조로 대응했다. 


서장훈은 시종 진지한 어조로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제가 이제 마흔 두 살인데... 모르는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까 말씀드리자면... 결혼에도 한 번 실패를 했었고, 가정을 제대로 꾸린 것도 아니고, 혼자 이러고 있는데 그닥 행복하진 않거든요. 저도 어렸을 때는 치열하게 농구 시합을 하고 연봉을 더 벌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맘때 쯤이면 엄청 행복할 줄 알았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때 생각했던 그림과 비교하면 지금의 현실은 전혀 다르거든요. 돈은 절대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주 뼈저리게 깨닫고 있어요!" 



서장훈이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서인지 김제동도 자연스레 동참했다. "제가 그 때 (두 분 결혼식에서) 사회를 봤었는데, 두 분하고 모두 친했거든요. 정연씨하고는 '스타골든벨'을 같이 진행했었고..." 오정연의 이름이 언급되자 서장훈이 펄쩍 뛰며 김제동의 입을 막기도 했지만, 거기까지는 웃으며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방청석에 앉아 있던 일반인 MC 한 명이 손을 번쩍 쳐들며 서장훈에게 질문이 있노라는 표시를 했다. 만약 대본에 따른 상황이었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겠지만, 단순히 개인적 판단 착오에 의한 실수였다 해도 그 질문은 방송 사고에 가까울 만큼 치명적인 것이었다. 


"좀 예민한 질문일 수도 있어서 안 하려고 했다가,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서장훈씨에게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일어났는데요. 제가 얼마 전에 타 방송사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그 분(오정연)이 나오신 걸 봤습니다. 화면에서 보니까 정말 아름다워지셨더라고요... 헤어지고 나서 많이 아름다워지셨는데...후회하느냐고 물어보면 분명히 아니라고 하실 거기 때문에... 혹시 가장 그리울 때나, 그 분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 전 그게 좀 궁금합니다!" 



 

차라리 후회하느냐고 물었다면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었을까? "많이 예뻐졌던데 좀 후회되지 않아?" 뭐 이런 식으로, 남자들이 흔히 하는 짖궂은 농담처럼... 글쎄, 그것도 별로 좋았을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그리울 때가 언제냐?"는 질문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 같다. 그리움이란, 그런 종류의 아픔이란 인간 마음의 가장 약하고 내밀한 부분인 것을, 어찌 생면부지의 인사가 대수롭지 않게 툭툭 건드릴 수 있다는 말인가? 자칫하면 극도의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장훈은 침착하게 대처했다. 물론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고, 답변을 하면서도 무척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였지만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생각은... 없죠. 왜냐하면 이제 시간도 많이 지났고... 친구간에도 처음엔 좋다가 성격이 안 맞으면 나중엔 안 보기도 하는데, 하물며 부부라면 얼마나 더 하겠어요. 완전히 남이었는데 정말 여러가지 일들이 잘 안 맞겠죠. 그런 부분들을 다 인내하고 참고 맞춰가면서 사는 게 부부생활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걸 못했어요, 제가..." 



"인내를 못했고 잘 맞춰가지 못했고... 그런 경험을 통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게, 제가 참 모자란 인간이라는 걸 여러가지로 많이 느꼈어요. 내가 농구를 해서 좀 유명해지긴 했지만, 기본적인 인간으로서는 참 모자란 사람이라는 걸 많이 느꼈고... 지금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그 분은 아직 저에 비해서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고 또 새로운 출발을 하셨기 때문에, 그냥 멀리서나마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것 말고는 다른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멋있고 훌륭한 답변이었다. 


앞서 그 질문을 받기 전부터 서장훈은 "제 사생활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는 생활 자체를 남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좀 더 바르게 해야겠다 마음먹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었다. 사생활에 대한 관심을 불쾌하거나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을텐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생활 자체를 올바르게 하려고 노력한다니 감탄스러웠다. 느닷없고 무례한 질문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의 그런 마음가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반인 MC의 부적절한 질문은 명백한 실수였다. "이혼이라든가 전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장훈이 좀 다운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차라리 재미있게 넘어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질문을 했는데, 너무 진지해지니까 어쩔 줄을 모르게 되었다"고 그 청년은 말했다. 하지만 서장훈의 말처럼 그 질문 자체는 가볍거나 재미있게 넘길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부재로 인한 결핍감이나 마음속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를 어찌 농담으로 할 수 있겠는가? 큰 실수였고 큰 무례였다. 


제작진이 그 부분을 편집하지 않고 방송에 내보낸 이유는 어쩌면 서장훈의 진솔한 모습을 좀 더 보여주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상황에서 의연하게 대처한 서장훈의 모습은 커다란 호감으로 다가왔고 매우 좋은 이미지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깜냥도 안 되는 일반인들에게 무리한 MC 역할을 맡김으로써 야기되는 사건 사고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은 몹시 불길하게 다가온다. 아무리 시청률 욕심에 자극적인 방송을 추구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더 늦기 전에 '힐링캠프' 제작진의 각성이 필요할 듯 싶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