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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부부를 보며 깨닫는 사랑의 방법 본문

스타와 이슈

이재은 부부를 보며 깨닫는 사랑의 방법

빛무리~ 2015. 6. 3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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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터 그랬습니다~ 좋아합니다~ 당신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감기처럼 열나고~ 그렇게 사랑을 알았습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르고~ 그대를 맞이 할 식탁에 장미도 꽂고~ 그대 없는 시간에 그대 양복다리며~ 그대 기다리는 아내이고 싶죠~ 콩나물 살짝 무쳐 된장찌개 끓이고~ 그대 돌아오면 다정히 안아주세요~" 2005년, 이재은은 여배우로서 정말 놓치기 아까운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전격 결혼을 선언했다. 가수로서도 재능이 있었던 이재은은 그 무렵 트로트 앨범을 발표하는데, 위에 소개한 닭살스런 노래는 바로 그 앨범의 대표곡인 '아시나요'의 가사 일부분이다. 



예비 남편이 무려 9살이나 연상인데다가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났다기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결혼을 앞둔 이재은의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감으로 가득차 보이기에 '그럼 됐지 뭐'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가뜩이나 귀여운 얼굴에 살살 녹는 애교까지 얹어서 '아시나요'를 부르는 사랑스런 모습을 보면, 그녀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비록 그녀가 작사한 노래는 아니지만 가사에 진심을 담아 부르는 듯한 그 표정을 보면, 예비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의지하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한창 젊은 나이에 다재다능하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 여자가 그토록 고전적인 내조형의 아내를 꿈꾼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 방송을 통해 밝혀진 이재은의 결혼 생활은 별로 행복하지 못했다. 'sbs스페셜-이혼 수업'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재은과 그 남편 이경수 교수는 언젠가부터 멀어져버린 냉랭한 부부 관계를 힘겨워하며 이혼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일반인으로서는 괜찮은 편이지만 여배우로서는 살이 많이 찐 데다가 몹시 지쳐 보이는 이재은의 모습에서는 10년 전의 상큼 발랄한 기운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무용과 교수로 재직중인 이경수는 그런 아내에게 무척이나 불만이 많아 보였다. 결혼 전에는 바쁜 연예인 활동을 하면서 장학금까지 받을 만큼 열정적이고 부지런하던 아내가 결혼 후 너무도 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은의 입장을 들어보니, 처음부터 그녀가 원했던 결혼 생활은 남편의 바람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아역 탤런트로 방송가에 데뷔하며 고생을 많이 했던 그녀는 결혼하고 나면 평범한 전업 주부로 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힘들게 돈을 벌었지만 거듭 사업에 실패하는 부모님의 빚을 대신 갚느라 손에 쥔 것은 없고, 결국은 빚에 몰려 갓 스무 살에 전라 노출의 영화까지 찍어야 했던 그녀의 인생은 참으로 고달픈 것이었다. 그런 이재은에게 있어 결혼은 좋게 표현하면 안식처였고, 나쁘게 표현하면 도피처였던 것 같다. 남편과는 나이차도 많고 한 때 스승이었으니, 그만큼 더 의지하며 기대고 싶은 마음이 컸을 듯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하는 것 외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잘 몰랐던 이재은으로서는 자기가 선택한 전업 주부의 생활이 예상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편히 쉬며 노는 것 역시 안해 본 사람은 힘든 법이다. 쉬면서 점점 더 외로워지고 우울해지고 몸매까지 뚱뚱해져 버린 이재은의 일상은 계속 침체되었고, 결혼 전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을 좋아했던 남편의 불만과 잔소리는 점점 더 심해져 갔다. 몸으로 예술을 창조하는 무용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남편은 자기 관리에 매우 철저할 뿐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칠 때면 손 끝 모양이나 발동작 하나까지 꼼꼼히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잔소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쩌면 방송을 위한 설정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내 앞에 불현듯 이혼 합의서를 내미는 남편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남편의 주장인즉, 아내가 어떤 점들을 고쳐 줬으면 좋겠는데 거듭 지적해도 변하지 않는 아내 때문에 자신이 너무 힘드니까 '이혼 연습'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내 가슴이 몹시 답답해졌다. 뭔가 저건 아닌데 싶었다. 방송이 끝날 무렵 두 사람은 서로의 입장을 더 많이 이해하도록 노력해 보자며 따뜻하게 화해했고 이혼 연습은 좋은 체험이나 공부(?) 쯤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나서도 내 가슴을 꽉 채운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갈등을 겪는 이재은 부부의 모습은 아직도 스승과 제자처럼 보였다. 남편이 계속해서 아내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아내는 야단맞는 어린애처럼 주눅든 채 "노력하는데도 잘 안 된다"며 울먹이고, 남편은 "그건 노력을 안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면서 아내를 쉴 새 없이 몰아붙인다. 다시 예전처럼 좋은 사이가 되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했지만, 그런 형태의 관계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아무래도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은에게도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나의 시각에서는 그녀보다 남편의 변화가 더욱 시급해 보였다. 



"우리가 고칠 수 없는 단점 가운데는 정말 한심한 것들도 있겠지요. 이런 것들을 다 알면서도 나를 사랑한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재은의 울먹이는 얼굴 위로 허수경의 내레이션이 흐를 때, 나는 답답함이 서글픔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느꼈다. 정말 그럴까? 상대방의 한심한 단점까지 다 알면서도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기적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까? 그렇다면 이 세상에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늘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타인들의 칭찬과 존경을 받고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만이 배우자로부터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오래 전 통일원 부총리를 역임했던 한완상 교수가 어떤 방송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신혼부부의 주례를 설 때마다 잊지 않고 당부하는 말이 있는데 "부디 '~때문에'의 사랑을 하지 말고 '~불구하고'의 사랑을 하십시오!" 라는 것이었다. "당신이 아름답기 때문에, 착하기 때문에, 부자이기 때문에... 그런 사랑은 상대방의 장점이 지속되지 않거나 자기의 욕심을 채울 수 없게 되면 아주 쉽게 변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예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병약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 사람은 '~불구하고'의 사랑을 나누며 평생토록 행복하게 사십시오!" 



비록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한완상 교수의 그 주례사는 감히 사랑의 본질이며 원칙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것이었다. 이 세상엔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이 없는데, 상대방의 예쁜 모습 훌륭한 모습만을 사랑한다면 어찌 함께 살아가며 행복할 수 있을까?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상대방을 자기에게 맞추어 변화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불행해질 뿐이다. "인간이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오직 자기 자신일 뿐, 타인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문제의 해결책은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다. 자신이 먼저 변하면, 나중엔 상대방도 그에 따라서 변하게 된다. 아주 느리고 힘들지만, 그것만이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이것도 어디서 들은 말인데 출처가 기억나지 않음..;;) 


이재은 부부에게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내가 변하기를 바란다면, 우선 남편이 먼저 변해야 할 것 같다. 지적과 잔소리를 멈추고, 지금 모습 그대로의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다. 비록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못해도, 예전처럼 날씬하지 않아도, 지치고 우울해 보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내를 진정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꾸중과 잔소리가 아니라 그토록 품이 넉넉한 사랑뿐이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이재은 부부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불구하고'의 사랑을 배워 실천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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