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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클레오파트라 김연우, 색다른 편견의 희생자였을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복면가왕' 클레오파트라 김연우, 색다른 편견의 희생자였을까?

빛무리~ 2015. 5. 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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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미 대중의 반응은 98% 정도 김연우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나 역시 그러한데, 이유는 가왕 진출전에서 에일리와 대결할 때 불렀던 마지막 노래 '가질 수 없는 너'의 목소리가 영락없이 김연우였기 때문이다. 배다해와 듀엣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부를 때는 힘찬 바리톤 음색이 인상적이라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 또는 팝페라 가수가 아닐까 싶었고, 두번째 무대에서 솔로곡 '만약에 말야'를 부를 때는 전혀 딴사람처럼 확 달라진 강렬한 탁성의 록 보이스에 놀라서 멍해진 나머지 누군지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역시 본인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발라드를 부를 때는 원래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이다. 



송일국네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의 매력에 푹 빠진 이후, 일요일 저녁 예능을 본방 사수할 때 나의 선택은 언제나 망설임 없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였다. 최근에는 이휘재네 쌍둥이 서언, 서준이도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귀여움이 배가되었고, 엄태웅의 딸 지온이는 특유의 청정무구한 매력을 발산하며 '슈돌' 개국공신인 추성훈네 사랑이와 더불어 일요일 저녁을 난공불락의 성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복면가왕' 쪽으로 본방 사수의 채널을 바꾼 이유는 어쩔 수 없는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이었다. '슈돌'은 스포일러를 먼저 접해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복면가왕'은 스포를 접하는 순간 김이 푹 빠지면서 이후의 시청에 큰 지장이 있었다. 


인터넷 신문 기자들은 어쩌면 그리도 부지런한지 출연 가수의 정체가 밝혀지자 마자 득달같이 기사를 써서 올리는데, 내용이 아니라 기사의 제목에 스포일러를 떡하니 올려놓는 바람에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주 조금이라도 늦으면 복면 속 얼굴이 누구인지를 뻔히 알고 보게 되니까, 아예 시청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본방 사수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궁금증을 가득 품은 채 본방을 시청하다 보니, 노래 대결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도 과감히 식상함을 깨부순 '복면가왕'이 생각보다 훨씬 쫄깃한 재미와 만족감을 주고 있어서, '슈돌' 아가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계속 이쪽을 본방 사수할 것 같다. 그야말로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의 쾌거다. 



초반에 강세를 보이며 화제를 몰고 온 복면 가수들은 EXID의 솔지, f(x)의 루나, B1A4의 산들 등 대부분 현직 아이돌이었다. 춤과 퍼포먼스 위주의 활동을 선보이는 아이돌에 대한 편견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창력은 평가절하되던 그들이 기라성같은 대선배들과의 대결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가히 반란이라고 할만했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한 김종서나 박학기 등 선배 가수들의 노래에 더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돌 열풍에는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창력은 충분히 인정하겠지만 노래 안에 깊은 감성을 담는 능력은 역시 선배들이 한 수 위라고 내게는 느껴졌다. 


뜻밖에도 가장 짜릿한 반전의 쾌감과 감동을 준 복면가수는 홍석천이었다. 나직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울림이 있는 '철물점 김사장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주인공이 홍석천일 거라고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거의 모든 판정단이 홍석천과의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공개되기 전까지 그 정체를 알아맞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매우 가까이에 있으며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모습은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솔직히 나는 매우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홍석천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거부감을 떨쳐내고 호의어린 시선을 보낸지가 별로 오래되지는 않았다. 은연중에 드러나는 그의 인품이 보면 볼수록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따뜻하니, 결국은 완고하게 닫혀 있던 내 마음도 열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 생각해 왔는데, 더욱이 이토록 멋진 노래 실력마저 겸비하고 있었다니... 한 사람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과, 그 덕분에 나 자신도 편견을 버리고 한 뼘 성장할 수 있었다는 기쁨으로 가슴 벅차기까지 했다. 


'질풍노도 유니콘'과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함께 꾸민 '오페라의 유령' 무대는 더할 나위 없는 음악의 감동을 선사했다. 현장에 있던 판정단과 청중들뿐 아니라 TV를 보던 시청자들까지도 숨을 죽이고 몰입하지 않을 수 없는 무대였다. 정확히 1표 차이로 승패가 갈린 것 역시 극적인 무대 만큼이나 드라마틱한 현상이었다. 아쉽게 탈락한 '유니콘'의 정체는 배다해로 밝혀졌는데 '남자의 자격-하모니' 이후 오랜만에 방송에서 보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자기 안에 수많은 감성이 들어 있는데 대중에겐 '넬라 판타지아' 밖에 보여준 것이 없어서 안타까웠다는 그녀에게도 이번 '복면가왕' 출연은 매우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어쩌면 '클레오파트라'의 4대 가왕 등극은 그 첫 무대에서 이미 결정된 것이었다. 막강한 우승 후보 배다해를 1표차로 물리치는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대적할 사람이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20년 경력의 실력파 뮤지컬 가수 이건명도, 신세대 가수들 중 단연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에일리도 '클레오파트라'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한 채 패배하고 말았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세 차례의 무대에서 매번 전혀 다른 목소리와 창법을 선보이는 '클레오파트라'의 변화무쌍한 기량이었다. 물론 다른 가수들도 무대마다 새롭게 변화를 주긴 했지만 '클레오파트라'처럼 완전히 딴사람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클레오파트라'를 가리켜 작곡가 김형석은 '자기 목소리로 묘기를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실력자'라 극찬했고, 작곡가 윤일상은 '선을 넘어선 고수'라고 지칭하며 '내가 생각하는 그 분이 아니라면 이렇게 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일상이 지칭하는 '그 분'이란 현재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 '보컬의 신'이라 불리는 가수 김연우였다. 노래 잘하는 가수가 무척 많지만 '보컬의 신'이라 하면 누구나 김연우의 이름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검색창에 '보컬의 신'이라고 쳤을 때도 연관 검색어로 뜨는 이름은 역시 김연우일 뿐이다. 



그런데 '복면가왕'에서 선보인 '클레오파트라'의 3차례 무대에 큰 감명을 받은 후, 내 머릿속에는 어쩌면 그 '보컬의 신'이라는 영광스런 별칭이 오히려 굴레가 되어서 김연우라는 가수의 다양한 능력과 참된 매력을 옭아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김연우의 보컬은 젊은 가수 지망생들에게 교재로 사용될 만큼 정석적이고 완벽한데, 오히려 그런 이미지에 갇혀 있다 보니 변칙적이고도 색다른 매력은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닐까? '만약에 말야'를 부르던 그 거친 탁성이 정말 김연우의 목소리였다면, 이것은 놀라운 사건이요 대발견이 아닐 수 없다. 


또 나 같은 경우에는 김연우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명색이 보컬의 신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이름값을 해야 하니까" 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의 무대를 순수한 마음으로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전혀 몰랐는데 '복면가왕'을 계기로 문득 깨닫게 된 사실이다. 말하자면 그런 무의식도 엄연한 편견의 일종이니, 아이돌에 대한 편견과는 종류가 다르지만 김연우를 향한 편견도 분명 존재했던 셈이다. '클레오파트라'가 정말 김연우라면, 그는 이번 기회에 '보컬의 신'이라는 편견(?)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부정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긍정적 이미지도 고착화되면 편견이요 굴레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4대 가왕으로 뽑혔을 때 기뻐하기보다는 난처해하면서 "다음 주에 또 나와야 하느냐?"고 묻던 '클레오파트라'의 태도에 청중과 판정단은 웃음을 터뜨렸다. 가왕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만큼 초탈한 그 모습도 역시 범상치 않았다. 현재 대중들은 "보컬의 신 김연우가 재미삼아 놀러왔다가 실수로 가왕이 되었다"며 재미있어하고 있다. 또 어떤 네티즌은 "김연우가 첫 무대에서 배다해를 지원해주려고 나왔는데 본의 아니게도 이겨버리는 바람에 일이 꼬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대중에게는 커다란 설렘과 재미와 즐거움을 선물한 셈이니 '클레오파트라' 김연우의 '복면가왕' 출연은 더할 나위 없는 신의 한 수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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