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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 열사 김부선, 그녀의 한 가지 착각 본문

스타와 이슈

난방 열사 김부선, 그녀의 한 가지 착각

빛무리~ 2015. 5. 2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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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 김부선은 그저 자신의 평소 성격대로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내뱉었을 뿐, 대중의 공감이나 응원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방 열사'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그녀에게 쏟아진 대중의 열광적 응원에 과연 그녀는 초연할 수 있었을까? 아파트 난방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그녀의 외롭고 힘겨운 투쟁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김부선은 순식간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솔직히 그 이전까지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여배우 김부선의 이미지는 별로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지만, 억울한 서민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용감하게 총대를 메고 앞장선 그녀의 모습은 진짜 멋있었다. 



투쟁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경찰은 난방비 0원을 부과받은 입주민들이 열량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형사입건하지 않았고, 동 대표와 관리소의 비리 의혹도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데, 오히려 김부선은 투쟁 과정 중에 일부 주민과 벌였던 몸싸움의 대가로 수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니, 결과만 놓고 본다면 더없이 비참한 패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부선의 마음속에 억울함보다 뿌듯함이 가득했으리라 짐작하는 이유는 그녀가 배우이며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대중의 관심과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 


수많은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기쁨이지만, 특히 연예인들은 그 욕구가 각별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 앞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기쁨과 동시에 만만찮은 고통 또한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에,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고통을 너끈히 이겨낼 만큼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다면 절대 버텨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부선의 일생을 통틀어 '난방 열사'로 이름을 날리던 무렵보다 더 큰 대중의 사랑과 응원과 박수를 받은 적이 있었을까? 사랑보다는 오히려 외면과 질시에 익숙한 그녀였기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절대 다수 대중의 열광적 사랑은 엄청난 황홀함으로 그녀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비록 여배우로서 작품을 통해 얻어낸 사랑은 아니었지만, 


만약 그 황홀함의 체험이 없었더라면, 출연하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을 때 김부선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SNS에 격앙된 언어들을 쏟아내며 떠들썩하게 자신의 억울함을 대중에게 호소했을까? 글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수시로 바뀌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며, 어쩌면 당연한 일로 인식되어 있다.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예능의 출연진은 굉장히 유동적이다. 매주 시청률과 대중의 반응을 민감하게 체크하며 그에 따라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높은 시청률과 대중의 열광적 반응을 추구하는 것은 방송가의 본질인데, 새삼 그것을 탓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의 중년 여배우 황석정은 최근 '나 혼자 산다'와 '라디오 스타' 등에 출연하며 삽시간에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다른 여배우에게서는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황석정의 독특한 캐릭터는 그야말로 신선함 자체였고, 대중은 그녀의 색다른 매력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 시대의 핫이슈가 된 황석정의 존재를 어떤 예능 제작자가 탐내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패널로 출연하던 JTBC '엄마가 돌아왔다' 녹화장에 황석정이 무려 2시간이나 늦게 나타나 촬영에 지장을 주었다는 김부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변명할 여지 없이 황석정의 잘못이다. 황석정은 '라스' 출연 당시에도 1시간이나 지각을 해서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을 기다리게 했던 전적이 있으니 더욱 치명적이다. 


아무리 성격이 좋고 재능이 있다 해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그 인기와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 역시 황석정의 소탈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좋게 생각했지만, 그녀의 지각이 일회성 실수로 그치지 않고 습관적으로 거듭되는 것이라면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그러므로 나는 황석정을 두둔할 생각이 없으며, 김부선이 10년 연상의 대선배로서 잘못을 저지른 후배 황석정을 따끔하게 야단쳤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왔다' 제작진이 때 이른 개편을 단행하며 일부 출연진을 물갈이할 때, 하차 통보를 받게 된 김부선이 황석정과의 그 사건을 결부시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22일 김부선은 자신의 SNS에 "늦어서 죄송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는 명문대 출신 여배우. 담당피디나 제작진은 시청률에 미쳐서 습관처럼 늦는 여배우 우쭈쭈 빨아대고 난 그 꼬라지 절대 못보고... 입 닥치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얼른 촬영 진행하라고. 너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이 또 밤 늦도록 일하고 촬영 펑크나고 지연되면 되겠냐고. 늦어서 피해준 거 책임지라고. 감히 위대한 명문대 출신 후배에게 소리지르고 야단쳤는데, 졸지에 나만 하차하라고 합니다. 녹화 시간 두 시간 넘게 지각한 명문대 출신 여배우말고 김부선만 나가라고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JTBC측에서는 '엄마가 보고 있다' 출연진과 제작진 일부 교체가 당초 예정됐던 일이며, 김부선의 주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대응했다. 프로그램 개편 과정의 일환으로 MC 포함 씬스틸러 11명 중 김부선, 원기준, 김강현이 하차하고 8명의 출연자로 구성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황석정의 지각 논란에 대해서는 '촬영장에서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부분'일 뿐 제작진의 결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양측의 입장이 상반되며 엇갈리는데, 과연 대중은 어느 쪽에 더욱 공감할까? 안타깝게도 '난방 열사' 시절과 달리 김부선에게 동조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단 김부선 혼자서가 아니라 동시에 3명이 하차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에서, 황석정 사건으로 미운털이 박혀 자기만 쫓겨나게 되었다는 김부선의 주장은 신빙성을 크게 잃는다. 일부 동조자들은 제작진이 김부선을 쫓아내기 위한 연막 작전으로 원기준과 김강현까지 함께 쫓아냈을 거라고도 하지만, 그 주장은 허무맹랑한 억지일 뿐이다. 김부선 한 사람 때문에 다른 두 사람을 덩달아 하차시키다니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며, 만약 그렇다면 원기준과 김강현의 무시당한 인격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어 김부선은 '엄마가 보고 있다' 계약 당시를 언급하며 "2주에 한번 녹화한다며 부담없이 함께하자고, 프로그램 폐지될 때까지 함께 하자고 약속하더니 매주 불러내서 녹화시켰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항의하거나 촬영에 늦거나 미팅에 빠지거나 스텝들에게 피해준 적 없다. 오히려 가장 열심히 방송에 임했다."라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제작진이 "아쉬울 땐 감언이설로 유혹하고 수틀리면 가차없이 내쫒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억울한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방송의 속성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니 대중으로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흥분하는 김부선에게 공감하기 어렵다. 


"프로그램 폐지될 때까지 함께 하자"는 말은, 이를테면 남자가 여자에게 프로포즈 할 때 무수히 쏟아내는 달콤한 말들과 비슷한 것이다. 네가 나와 결혼만 해 준다면 평생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줄게, 평생 꽃방석 위에 앉혀놓고 공주처럼 대접해 줄게, 술도 끊고 담배도 끊을게, 주말이면 항상 너를 데리고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갈게... 이런 말들이 나중에 곧이 곧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서 분개하면 오히려 이상해 보일 뿐이다. 물론 방송사와 출연진의 공적인 관계를 부부간의 사적인 관계와 똑같이 볼 수는 없겠지만, 정식으로 그 부분을 명시하여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닌 다음에야 프로포즈(제안) 당시의 달콤한 언어를 무거운 '약속'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더욱이 자신의 하차와 연관시켜 장동민을 언급한 것은 김부선의 큰 실수였다.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마구 마구 때리고 짓밟은 장동민은 그냥 두고 김부선만 나가라고 한다. 이유는 납득할수 없다!" 김부선은 장동민에 관한 여론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그와 자신을 비교해서 발언하면 대중의 공감을 얻을거라 생각했을지 모르나,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나는 장동민에 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나, 그와 상관없이 김부선의 장동민 언급은 철저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느낀다. 한바탕 파문이 지나가는 동안에는 잠자코 있다가, 자신이 하차 통보를 받게 된 지금에서야 언급하니 그 의도가 어찌 순수해 보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엄마가 보고 있다'의 녹화 시간과 광고 촬영 시간이 겹쳐서 무려 3500만원 짜리 광고를 포기했다며, 기타 등등의 피해액까지 합쳐 "인간적으로 4500만원만 입금 부탁드린다"고 덧붙인 내용은 김부선의 발목을 수렁에 빠뜨렸다. 속상한 마음에 반쯤은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겠지만, 논리적으로 지나치게 터무니없는 주장인데다가 4500만원이라는 액수 자체가 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기 때문이다. 88만원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4년 동안 꼬박 저축해도 이르지 못하는 액수인데, 고작 1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대가로 그 돈을 요구하니 어떻게 탐욕스러워 보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난방비 투쟁 당시 대중이 김부선에게 열광적 응원과 박수를 보냈던 이유는 그녀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힘없는 서민 대중을 위해서 용감하게 앞장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가 돌아왔다'에서 하차하게 된 것을 제작진의 횡포라 주장하는 김부선의 투쟁은 솔직히 그녀 자신만을 위한 것이기에 대중의 공감과 응원을 얻지 못할 것이다. 김부선은 방송사와 제작진의 부당한 갑질을 고발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나, 그녀의 발언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평범한 이기심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도 김부선은 자신을 향한 대중의 사랑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정확히 파악 못했거나 조금은 착각했던 것이 아닐까? 그 누구도 한 번 내 편이었다고 해서 결코 영원한 내 편은 아니다.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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