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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돌아왔다' 갑질 논란의 첨예한 양면성 본문

스타와 이슈

'슈퍼맨이 돌아왔다' 갑질 논란의 첨예한 양면성

빛무리~ 2015. 4. 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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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이 촬영 장소 문제로 '갑질'을 했다는 기사가 큼직하게 떴을 때, 나는 그 내용을 보고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촬영 장소에서 일반인에게 피해를 끼쳤다든가 혹은 장소를 심하게 훼손했다든가 하는 문제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답사차 방문했던 장소에서 촬영 불가 결정이 내려져 취소했기 때문이라니, 이 정도로 '갑질'이라기엔 너무 미약하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심지어 강봉규 PD의 해명글을 읽고 나니, 그만한 일로 정색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체험관 측의 요구가 심히 오만하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일단 강봉규 PD의 해명부터 살펴보면 "지난 21일 오후 1시, 해당 업체에 장소 헌팅을 갔었다. 하지만 회의를 거쳐 오후 6시에 최종적으로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결정이 내려졌기에 업체에 통보하며 상황 설명을 하고 사과했다. 업체에서도 동의를 했고, 잠시 후 문자메시지가 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시청자 입장에서 응원하겠으며, 이번에 촬영을 하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그 문자 메시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게시판에 항의글이 올라왔기에, 우리는 다시 사과를 드리고 손해 배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업체 측에서는 '다시 촬영을 와라'고 했다.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촬영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며 정중히 사과를 했다." 대략 이러한 내용이었다. 


제작진의 이와 같은 해명이 100% 진실이라면, 업체 측의 앞뒤 다른 행동과 그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선 업체(체험관) 측의 입장을 살펴본 후 다시 말하기로 하겠다. 내가 뒤늦게 접한 항의글에는 진심어린 억울함이 가득차 있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은 토요일에 답사를 가겠다며, 체험관련 미술작가 인터뷰와 품목 세팅을 요구했다. 

2. 해당 미술작가는 토요일에 중요한 선약이 있었지만 취소하고 '슈돌' 제작진의 답사를 기다리며 준비했다. 

3. 하지만 제작진은 사정이 있다면서 토요일 답사를 취소했다. 

4. 화요일에 답사를 온 제작진은 체험 품목이 좋다면서 다음 날(수요일) 촬영을 위한 각종 준비물을 지시했다. 

   (등받이 의자, 테이블 세팅, 조명, 단상 등) 

5. 촬영하는 게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며 십여 차례나 입단속을 시켰다. 

6. 촬영이 확정되었다고 생각한 체험관 측에서는 수요일 다른 방문객들의 예약 문의를 여러 건 거절했다. 

7. 제작진이 요청한 준비물을 마련하고 있던 중, 오후 6시쯤 촬영이 취소되었다는 통보가 왔다. 

8. 촬영 때문에 여러 건의 예약을 취소하고, 단체 예약도 받지 못한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9. 제작진은 그런 생각은 미처 못 했다며, 촬영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알고 나니, 체험관 측의 억울함도 십분 이해가 되었다. 가볍게 시설을 구경시켜 주는 정도의 답사가 아니라 중요한 선약과 예약까지 취소하는 등의 대가가 치러졌다면, 합당한 손해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는 일이다. 게다가 체험관 측 사람들은 답사를 온 제작진이 상당히 무례한 태도를 보였노라고 주장했다. 반갑게 명함을 주면서 인사를 했으나 명함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자기네 말만 하고, 내일 촬영이니 이것 저것 준비하라 지시하고, 미술작가들을 가리키며 '저 아줌마들 입단속 시키라'고 수차례나 명령했다는 것이다. 상사도 아니고 대등한 입장인데 그렇게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면,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촬영 때문에 분주하다 해도 그로 인해 일반인이 겪는 피해에는 지나치게 무신경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미술작가 인터뷰와 품목 세팅까지 요구해 놓고서 일방적으로 답사 약속을 한 차례 취소한 것부터가 체험관 측의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무개념 행동이었다. 답사 후 촬영이 확정된 것도 아니면서, 각종 준비물을 지시하거나 입단속을 시킨 것도 부당한 행위였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오늘 몇 시까지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해 놓고, 확정이 된 후에 연락해서 준비물과 입단속을 요청했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방송 촬영 때문에 일반인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참 어이없는 것이 방송국이라고 해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갑질을 할만한 근거가 없는데, 현실적으로는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촬영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양해를 구하는 행위이니 최대한 정중하고 친절해야 할 터인데, 마치 당연한 권리 행사라도 하는 것처럼 명령을 한다면 어찌 꼴불견이 아니겠는가? 얼토당토 않은 우월감을 버리고 조금만 더 겸손 친절하게 행동한다면 이런 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촬영이 취소된 후 업체 측의 대응에도 의문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작진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 놓고서, 잠시 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촬영 불가 결정이 내려졌음을 이미 통보했는데도, 무작정 "촬영을 와라"는 식으로 대응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촬영 불가의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해도, 장소 결정은 제작진의 권한이므로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답사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배상을 요구했어야 할 일이다. 


취소를 통보하는 제작진에게 "무조건 촬영을 와라. 손해 배상은 촬영을 하는 것으로 대신해라"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체험관 측에서는 인기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화제성에 편승하여 인지도와 매상을 올리고자 혈안이 되었다는 의심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방송사의 부당한 갑질 만큼이나, 유명인 또는 유명 방송에 기대어 자신의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부당한 행위도 판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번 '갑질 논란'은,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갑과 을의 양면성을 가장 첨예하게 보여주는 한 가지 예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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