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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 이태임 동영상 유출, 비난하고 싶지 않은 이유 본문

스타와 이슈

예원 이태임 동영상 유출, 비난하고 싶지 않은 이유

빛무리~ 2015. 3. 2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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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MBC 예능 프로그램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제주도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배우 이태임과 가수 예원 사이의 욕설 파문이 연예계의 큰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디스패치를 비롯한 모든 언론 기사에서는 이태임이 일방적으로 예원에게 욕설을 퍼부었으며 예원은 속수무책으로 당한 후 눈물만 글썽였다는 식으로 보도가 되었다. 더욱이 이태임이 촬영을 중단하고 가버린 후 주인공도 아니었던 예원이 끝까지 남아 성실하게 촬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태임과 예원을 향한 여론은 극과 극으로 치달았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태임은 마녀처럼, 예원은 선녀처럼 이미지 메이킹이 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이태임은 '띠과외'에서 하차했을 뿐 아니라 그 여파로 출연중이던 드라마에서도 하차하게 되는 등 배우 생활에 치명상을 입었다. 과연 이미지를 회복하고 재기하는 것이 가능할지조차 의문인 최악의 현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반대로 예원은 장수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의 새 멤버로 합류하며 가장 화려하고 활발한 연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느닷없이 '띠과외' 촬영 현장에서 익명의 누군가가 몰래 찍은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유출되었다. 정확히 논란이 되었던 그 시점, 이태임과 예원이 부딪히며 욕설 파문이 일었던 그 상황을 찍어낸 동영상이었다. 


화면에는 예원의 얼굴만 비추어지고 이태임은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제주의 바닷바람 속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는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한 음질로 녹음되어 있었다. 동영상이 시작되면 바닷속에서 해녀 체험 촬영을 한 차례 마치고 돌아온 이태임이 예원을 향해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가 들린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채 앉아서 쉬고 있던 예원은 이태임을 보며 "추워요?"라고 묻는다. 이태임이 빠른 어조로 대답한다. "야, 너무 추워. 너 한 번 갔다와 봐!" 예원은 살짝 웃으며 "안 돼~"라고 말한다. 이태임이 발끈한 듯 "너는 싫어? 남이 하는 건 괜찮고 보는 건 좋아?"라고 묻는다. 


예원이 약간 당황한 듯 "아니, 아니~"라고 말하자 이태임은 "너 지금 어디서 반말하니? 내가 우습니?" 라고 쏘아붙인다. 배우와 가수로서 분야는 다르지만 이태임이 나이도 3살 위고 연예계 데뷔도 선배다. 이태임이 다그치자 예원은 "아니, 아니요... 추워가지고..." 하면서 얼버무리다가 이태임을 힐끗 쳐다보며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라고 묻는다. 극심한 추위와 컨디션 난조로 예민해져 있던 이태임은 그 말에 이성을 잃은 듯 폭주하기 시작한다. "눈깔을 왜 그렇게 떠? 너 지금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지, 응? 그치? 꼬마×이 진짜 ××"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스태프들이 달려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이태임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욕설을 계속한다. "반말 해대잖아. 반말.. 어따 ×××이 진짜... 너 쳐맞기 싫으면 눈 똑바로 떠 ×××아!" 살벌한 분위기에 스태프들 중 한 명이 "실장님, 실장님~" 하며 누군가를 찾으러 가고, 이태임은 "나오세요, 이리 나오세요" 하며 만류하는 스태프들에 이끌려 그 자리를 떠난 듯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예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미친×이 진짜 아 ××"  


이 상황을 보는 관점은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연예계는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곳인데 추운 바닷속에서 촬영하고 돌아온 선배에게 달려가 따뜻한 위로나 수건 등을 건네지는 못할 망정 앉은 채로 흘낏 보며 약올리듯이 "추워요?"라 묻고 설상가상 "안 돼", 아니 아니" 하는 식으로 반말까지 하는 예원의 태도를 굉장히 무례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자체가 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안 돼" 라든가 "아니 아니"가 굳이 따지자면 반말이지만, 좀 너그럽게 본다면 그냥 편하게 생각해서 존댓말 틈틈이 섞어 쓸 수도 있는 정도의 말이기 때문이다. 


몇 년 차이든 선배는 무조건 깍듯이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무례한 태도겠지만, 30년도 아니고 3년쯤은 그냥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크게 탓할 이유가 아닐 수도 있다. 두 사람이 그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방적으로 친한 척(?)하고 반말을 섞어 사용한 예원의 태도는 확실히 지나친 느낌이 들지만, 만약 이태임이 추위와 스트레스 때문에 예민해져 있지 않았더라면 그냥 웃어 넘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이태임이 날카롭게 반응하자 예원도 덩달아 날을 세워 "언니 저 맘에 안들죠?" 하는 도발로 불을 지피며 일이 커진 셈이다. 



 

하지만 예원의 더욱 큰 문제점은 그 이후의 대처 방식에서 발견된다. 이태임의 욕설 파문이 각종 인터넷 신문 기사를 도배하며 큰 이슈가 되자, 이태임 측에서는 예원의 반말을 듣고 화가 나서 그랬노라 욕설을 인정하며 사과했는데, 예원 측에서는 사과해줘서 고맙다고 받아들이면서도 반말은 절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노라고 단언했던 것이다. 예원 측의 주장에 따르면 예원은 시종일관 공손하고 친절했으나 이태임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욕설을 퍼부었고, 영문도 모른 채 욕을 먹은 예원은 상처받고 눈물만 글썽이다가 이태임이 나몰라라 내팽개치고 가버린 방송 촬영까지 성실히 끝마친 개념녀였다. 


"어떻게 카메라가 보고 있는데 반말을 했을 수 있겠는가? 현장 스태프들 역시 예원이 반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예원 측에서는 당당히(?) 밝혔었다. 그런데 막상 그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니 예원이 반말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비록 심각한 정도의 반말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반말을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절대 아니다"라던 그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 된 셈이다. 게다가 이태임이 자리를 뜬 후 비록 혼잣말이지만 예원의 입에서도 만만찮은 수준의 욕설이 흘러나왔다. 결코 '일방적으로 당하고 상처받은 마음에 속수무책 눈물만 글썽이는' 태도는 아니었다. 


현재 그 동영상은 MBC측의 저작권 침해 신고 조치로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더불어 MBC에서는 그 동영상의 유출 과정을 추적하며 뒷수습에 노력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 동영상을 찍어 유출시킨 사람을 별로 탓하고 싶지가 않다. 따지자면 불법 행위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한쪽으로 치우쳤던 여론을 바로잡아 공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언론 기사와 스태프 사이의 풍문이 모두 예원을 감싸고 이태임을 비난할 때, 나는 속으로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욕설을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텐데, 아무도 이태임 편에서는 해명을 해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평소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서 무척이나 요령이 없었나보다. 얼마나 인심을 잃었으면 이토록 사면초가 신세가 되었을까. 이태임에게 호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적잖이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나 역시 대인관계 측면에서 능란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매사에 솔직하고 뻣뻣하고 입에 발린 말을 잘 못 하고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등, 이렇게 살다 보면 인심을 얻기보다는 잃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무리 잘못을 했지만 속절없이 외톨이가 되어버린 이태임의 모습을 보니 꽤 충격적이어서, 앞으로 처신에 매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동영상을 유출시킨 사람은, 짐작컨대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태임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마녀처럼 몰리는 상황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이태임을 안스럽게 여기는... 그런 마음으로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과감히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물론 그 동영상을 계기로 이태임의 이미지가 썩 좋아진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참을성 없고 감정적이며 프로답지 못하고 입이 거칠었다. 하지만 최소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는 히스테리녀'의 이미지는 벗게 된 셈이다.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원이 반말을 함으로써 원인 제공을 한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없이 착하고 순한 어린양처럼 100%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던 예원은, 깜찍하게도 태연한 표정으로 거짓말을 했음이 드러나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반말을 했을 뿐 아니라 눈을 치켜뜬 채 "언니 저 맘에 안들죠?" 하면서 도발하고, 혼잣말로 욕설까지 중얼거리는 모습은 그녀를 순하고 착하게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반전의 충격을 선사했던 것이다. 소외감과 억울함과 자책과 후회와 상처와 외로움을 혼자 쓸쓸히 달래고 있었을 이태임에게는 어쩌면 이번 동영상 유출이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수많은 관계자들 중 그녀의 편에 서서 해명해 주고 싶어한 사람이 최소한 한 명은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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