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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강예원, 아주 기묘하고 불편한 그녀의 세계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라디오스타' 강예원, 아주 기묘하고 불편한 그녀의 세계

빛무리~ 2015. 3. 1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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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라디오스타'에는 '진짜 사나이 - 여군 특집2'의 김지영, 강예원, 박하선, 안영미가 출연했다. 그 중에도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 사람은 여배우 강예원이었다. 그녀는 '진짜 사나이'에서도 매일 펑펑 울며 전체 분량의 40~50% 쯤을 수장시키더니만, '라디오스타'에서도 쉴 새 없는 4차원 토크로 주변을 완벽히 장악(?)했다. 그런데 강예원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결코 재미있거나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시종일관 앞뒤가 맞지 않는 그녀의 언행은 몹시도 기이했고, 나는 실제로 주변에 저런 사람이 있으면 굉장히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기묘해서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강예원에게는 아주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듯 보였다. 마치 소꿉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형형색색의 수수깡으로 인형의 집을 지어놓고, 스스로 금발머리의 마론인형이 되어 그 안에 들어가 살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 수수깡 집 안에 살고 있는 '강예원'은 그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다. 굉장히 겁 많고 연약하고 낯가림이 심하며 쉽게 상처받지만, 결코 남의 탓을 하지 않고 홀로 모든 상처를 품어안는, 한없이 가냘프고 여리고 청순한 여인의 캐릭터(?)다. 강예원은 자신을 철저히 그런 캐릭터로 '설정'해 놓고는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기이했다. 


솔직히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강예원의 첫인상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녀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1박2일'의 친구 특집에 차태현의 절친으로 출연한 모습이 첫인상이었는데, 그녀의 아주 작은 행동 하나에서 지나친 무신경과 배려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그 팀에는 차태현과 강예원 말고도 2명의 남자 멤버가 더 있었는데, 복불복 게임에서 졌기 때문에 한 그릇의 밥을 무려 4명이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반찬은 오직 김치뿐이었다. 그런데 남자 멤버들이 잠시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린 사이, 강예원은 김치를 가져다가 밥 위에 얹고 나무젓가락으로 싸 먹기 시작했다. 



불과 두 젓가락만에 새하얗던 쌀밥은 시뻘건 고춧가루 범벅이 되었고, 베물어 먹던 김치 조각이 그 위에 뒹굴었다. 잠시 한눈 팔던 남자 멤버 3명이 정신을 차리고 식탁을 보았을 때 적나라하게 펼쳐진 참상이었다. 차태현이 소리쳤다. "야, 너 왜 이렇게 더럽게 먹어? 이걸 우리가 어떻게 먹으라고!" 강예원은 민망한 듯 웃음을 터뜨렸고, 남자 멤버들도 홍일점인 그녀를 더 이상 탓하지 않으며 쫄쫄 굶은 채 웃어 넘겼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고, 안타깝게도 강예원의 첫인상은 더럽혀진 쌀밥처럼 그런 이미지로 남고 말았다. 배려심이 없을 뿐 아니라, 남자들 사이에서 여자랍시고 대접받으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가뜩이나 그런 이미지로 남아 있는데, '진짜 사나이'에 출연해서조차 연약함을 최대한 강조하며 비련의 여인처럼 시종일관 펑펑 울고 있으니 곱게 보일 리 만무했다. 그리고 이제 '라디오스타'에 출연하여 한없이 기묘한 정신세계를 확인시켜 줌으로써, 강예원을 바라보는 나의 불편함은 극도에 달하게 된다. 자기는 몹시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무척 겁이 많고 맘이 여리기 때문에 자기를 향한 사람들의 입방아에 깊이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진짜 사나이'를 보고 장동민이 몇 마디 한 게 너무 상처가 되어서 소속사 대표에게 전화했다고도 말했다. 장동민한테 제발 자기 좀 살려달라고, 제발 자기한테 관심 끄고 다른 거 보시면 안 되겠느냐고 전해 달라며 애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락 토크쇼에 나와서 그런 말로 초를 치는 강예원의 태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자기는 평소 '라디오스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남한테 상처주는 프로그램 같아서 나오기 싫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정말 그토록 진지하게 고통스럽다면, 설령 소속사의 강요가 있었더라도 출연하지 말아야 했던 게 아닌가? 그리고 어찌됐든 일단 출연을 했으면 긍정적인 자세로 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떡하니 나와 앉아서는 "전 이런 거 잘 못 해요. 좋아하지도 않고, 익숙하지도 않아요. 겁나요. 무서워요."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말인가? 무엇보다 큰 문제는 '상처입은 연약한 영혼'을 거듭 강조하는 그녀의 발언들이 전혀 진실하게 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제 입으로 다짜고짜 '마법의 성'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10여년 전 20대 초반의 나이로 데뷔했던 신인 여배우 강예원은 영화 '마법의 성'에서 매우 강도 높은 노출씬을 촬영했는데, 어린 나이에 그 경험이 심한 충격과 상처로 남았기 때문에 모두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뜻에서 이름까지 바꿨노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데뷔 당시에는 본명인 '김지은'으로 활동했지만 그 이후에는 '강예원'이라는 예명을 갖게 된 이유라고 했다. 그토록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았다면 누가 살짝만 건드려도 상처에 소금뿌린 듯 아플 터인데, 오히려 제 입으로 신나게 수다를 떨다니 그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이유는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을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고 강예원은 말했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자기는 워낙 겁이 많은데다가 심각한 대인기피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 징징거리더니만, 잠시 후 강예원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MC들이 환기시키자 금세 표정이 밝아지면서, 자기는 몹시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 불러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작년 생일에는 차태현과 고창석 등의 남자 배우들을 수십 명이나 불러서 놀았는데, 올해 생일에는 40명 가량의 여자 친구들을 부를 생각이라고 의기양양하게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럼 대인기피증이 아닌데?" MC 김국진이 말했다. 강예원은 다급히 "제가 아는 사람에 한해서" 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상 그 누구인들 처음부터 아는 사람인가? 낯선 사람들 틈에 있으면 좀 불편하고 위축되고, 아는 사람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편하고 즐거운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게 몇 번 만나다 보면 낯설었던 사람도 아는 사람 친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어차피 '아는 사람'이라는 개념 자체가 선이 분명치 않다. 심각한 대인기피증이라면서 해마다 자기 생일이랍시고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을 불러 모아 신나게 놀며 즐기다니, 이런 황당함이 또 있을까? 아무래도 진짜 대인기피증이 뭔지를 모르는 모양인데, 그것은 성 안에 갇힌 공주 코스프레에 활용되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극심히 고통스런 병증일 뿐이다, 



토크 시작부터 긴장되고 겁난다며 울먹울먹하더니, 강예원은 입만 열면 폭탄 발언이었다. '해운대'에서 이민기와의 키스씬이 있었는데 애드리브로 이민기의 입술을 깨물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당당하고 태연하게 "제가 깨무는 것을 좋아해요. 귀나 코나 입술이나..." 라고 말했다. 그런 엽기적 취향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은 소탈한 호감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지만 "키스나 스킨십은 낯간지러워서 안 좋아해요"라는 식으로 내숭 연막을 입히니 대략 난감했다. 새로 찍은 영화에서는 비뇨기과 의사 역을 맡아서 힘들게 촬영했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도 구체적인 내용을 묻지 않았는데 "남자 성기 모형을 붙잡고 크기별로 어쩌고~" 손짓까지 해 가면서 신나게 재연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즐겼던 것 같기도 했다. 


하도 설레발을 치며 순진하고 겁 많은 소녀 코스프레를 해선지 그 독하다는 '라스' MC들조차 그녀에겐 짖궂은 농담 한 마디 건네지 않고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작 강예원은 묻지 않아도 스스로 입을 열어 한껏 자극적인 이야기를 모두 술술 털어놓았다. 그녀의 토크는 지금까지의 '라스' 역사상 가장 원색적이고도 낯뜨거운 수준이었지만, 강예원은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두려움에 휩싸인 연약한 영혼'의 그림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종일관 앞뒤가 맞지 않는 자신의 언행이 얼마나 모순적이며 이상하게 보이는지를 그녀는 알고 있을까?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자신이 연기를 못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백히 대본의 문제였다면서 '작가 탓'을 하더니만, 잠시 후에는 갑자기 "남 탓을 하면 안 돼요" 하면서 자기 탓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강예원은 기름이 튈까봐 겁이 나서 계란프라이를 할 때도 고무장갑을 끼며, 회식 장소에 가서도 기름이 튈까봐 겁나서 직접 고기를 굽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저 남이 구워주는 고기를 열심히 받아먹기만 한다는 것이다. "왜 전 다 겁이 많죠?" 하면서 자신도 의아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무서워서 뾰족한 물건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운전은 잘 하지만 빠른 속도에는 공포증이 있고, 높은 데 올라가면 당연히 고소공포증도 있고... 줄줄이 늘어놓는 공포증 시리즈를 듣다 못한 김구라가 한 마디 던졌다. "그냥 편안하게 살겠다는 얘기예요!" 그래, 너무 솔직해서 미안하지만 그게 정답이었다. 나는 평소 김구라의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의 돌직구가 이만큼 유쾌 상쾌 통쾌하고 속시원하기는 처음이었다. 


세상엔 연약한 사람도 많고 겁 많은 사람도 많지만, 그들 누구나가 자신의 연약함과 겁 많음을 내세워 무기로 삼지는 않는다. 스스로 '그런 사람'임을 거듭 내세우며 강조하는 것은 그렇게 쳐 놓은 보호막 뒤로 물러서서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강력한 의사 표현일 뿐이다. 안영미는 강예원에게 허언증(자신의 거짓말을 진짜라고 믿어버리는 증세)이 있노라고 두 번씩이나 증언했는데, 쉽게 농담으로 치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겁먹은 표정과 비련의 여인 코스프레를 집어치울 수만 있다면, 어쩌면 강예원의 본성은 털털하고 엽기적인 취향을 지녔으되 정 많고 사람 좋아하는 매력적인 여성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묘한 인형 집을 지어놓고 자기만의 세상 속에 스스로 갇혀버린 강예원의 현재 모습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숨막히게 거북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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