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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도다, 참을 수 없는 이별의 슬픔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탐나는도다

탐나는도다, 참을 수 없는 이별의 슬픔

빛무리~ 2009. 9. 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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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도다' 9회는 온통 애절한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암행어사 출두요~!" 시원스런 외침소리와 함께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버진과 윌리엄은 극적으로 살아났고, 언제나 멋진 박규 도련님은 구원자로서 더욱 환한 빛을 내뿜었지만, 기쁨은 잠시뿐이고 뒤이어 찾아온 것은 애간장 끊어지는 이별의 슬픔이었습니다. 버진과 윌리엄과 박규, 그들은 모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들의 눈물을 보면서 저 또한 무의식중에 눈물이 흐르던 것은, 아마도 그들과의 이별이 너무 빨리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토록 사랑스런 그들이 한동안 우리 곁에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조기종영이라니... 너무 때 이르게 찾아오는 이별은 견디기 힘들 만큼 아프니까요.

제주목사에게 왕패(마패)를 전달하러 갔던 두 명의 심부름꾼은 기특하게도 늦지 않게 도착해 주었습니다. "암행어사 출두요~!" 라고 신나게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뒤이어 수없이 쏟아지는 불화살 속에 제사장의 반란군(?)은 쉽사리 진압되었지요.

원래 서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던 제사장은 진상품 도둑의 뒷배경이 사실은 서린상단이라는 것을 박규에게 털어놓으려 하지만 서린이 보낸 자객에 의해 박규의 눈앞에서 살해당하고 맙니다. 그 당시 흔치 않았던 총을 이용한 살인이라 왠지 섬뜩하였습니다. 박규가 앞으로 상대해 나가야 할 적은 결코 만만치 않은 강력한 상대임을, 제사장의 몸에서 빼낸 총알이 말해주고 있었으니까요.

부상을 극복하고 일어난 충성스런 이방이 박규에게 절하며 "그 동안 백성의 삶을 보살피는 것보다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만이 관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잘못을 범했습니다. 이제 이곳 탐라에서 저의 과실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라고 간청할 때는 비중이 낮은 조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방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모릅니다. "그것을 깨달았으니 자네는 이제 훌륭한 목민관이 될 것이네." 하고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박규 도련님의 품위 넘치는 카리스마야 더 말할 나위도 없었구요.

마을의 살림을 갈수록 궁핍하게 만들었던 진상품 도둑을 잡아주신 암행어사 나리가, 바로 몇 개월간 함께 살아오며 은근한 정이 들었던 귀양다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애정어린 환호를 외칩니다. 그냥 보내기 서운하다며 조촐한 잔치도 열어주고, 최고급 말총으로 만든 갓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저희야 쓸 수는 없지만서도 만드는 것은 조선팔도에서 최고임매. 나리께서 한양에 가시면 멋들어지게 써 줍소." 이토록 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마을 사람들과 이별하며 박규의 눈에는 서서히 눈물이 차오릅니다. 동시에 저의 눈시울도 젖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버진이는 윌리엄과 함께 갇혀 있던 헛간에서 구원해주러 온 박규를 만나자 엉엉 울음을 터뜨렸었습니다. 마치 낯선 곳에서 길 잃고 헤매다가 마침내 자기를 찾아다니던 아빠와 눈이 마주친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쉿~ 조용히 하라며 타이르던 박규도 잠시 급박한 상황을 잊고, 어린애 달래듯이 토닥거려 줄 수밖에 없었지요.

귀양다리의 품에 안겨 한참이나 울던 버진은, 셋이서 함께 달아나다가 박규가 중간에 빠져나가려고 하자 안타깝게 붙잡았었습니다. "귀양다리는 안 가매?" 하지만 박규는 도적을 잡아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연적 윌리엄에게 "이 아이를 잘 부탁한다" 고 말하며 붙잡는 버진을 떼어 버립니다. 사랑하는 윌리엄이 곁에 있는데도 계속 뒤돌아보며 박규를 향해 손을 뻗는 버진이를 보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제 드디어 버진이도 박규 도령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는가 하였었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나는 이제 곧 한양으로 떠난다. 그건 네가 다시는 나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도 너는 내게 할 말이 일리암 이야기 뿐이란 말이냐?" 슬픔을 삼키며 묻는 박규에게 버진은 대답하지요. "나으리는 좋은 곳으로 가지만, 일리암은 죽을지도 모르잖슴매."


버진이는 마음 여리고 착한 아가씨입니다. 배가 난파되어 파도에 떠밀려 온 윌리엄을 숨겨주고 보살펴주었던 것도 처음에는 측은지심 때문이었지요. 그러다가 사랑하게 되었지만요. 도망치다가 홀로 떨어져나가 위험한 곳으로 되돌아가는 귀양다리를 보며 차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자기는 이제 위험을 피해 달아나는데 오히려 자기를 구해 준 귀양다리는 저곳으로 돌아가면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그랬던가봐요.

암행어사라는 정체가 밝혀지고, 모든 사람이 귀양다리를 떠받들게 되니 이제는 버진이가 박규를 걱정하거나 불쌍해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지요. 버진이는 자기가 편안히 기댈 수 있는 남자보다는, 자기가 챙겨주고 보살펴주어야 할 남자에게 끌리나봅니다. 아마도 그것은 제주 여인들의 특성인지도 모르지요.

"임금님이 뭐라고 하시더라도 나으리가 꼭 일리암을 살려줍소." 이제 정말 떠나가는데, 배웅을 나와서까지 오직 윌리엄 걱정만 하는 버진이를 보며 박규는 결국 모진 소리를 하고 맙니다. "천한 잠녀 계집 따위가 어찌 감히 주상전하를 입에 담느냐!" 언제나 자기를 아껴주던 귀양다리가 갑자기 천한 계집이라고 자기에게 호통을 치니, 버진이는 슬픔속에서도 어이없고 기막힌 심정을 억누르지 못합니다. 저러다가 눈알이 빠져나오지나 않을까 걱정될 만큼 애끓게 우는 버진이나, 보일 듯 말 듯 차오르는 눈물을 수도 없이 삼키는 박규 도령이나, 그들의 연기력은 정말 나무랄데 없이 좋았습니다.

저는 박규 도령이 그토록 버진이를 사랑하니, 아마도 방법을 강구하여 한양으로 데리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박규는 순정적인 만큼이나 고지식하기도 한 인물이더군요. "국법은 국법이다. 너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민초들과 섞여서 이리저리 구르며 살아갈 때는 잠시나마 잊었었는데, 과연 박규는 뼈속까지 먹물이 스며든 사대부 양반임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잊어야 함매... 귀양다리 어사 나리도, 푸른 눈 소나이 이양인도, 모두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살아야 함매." 버진어멍의 말은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딸을 향한 버진어멍의 충고에서 어른들의 세계를 알 수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세상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아무리 아파도 참고 견디어야만 하는 것이 삶임을 압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도 하구요. 그러나 버진이는 "난 그럴 수 없음매!" 하고 어멍의 손을 뿌리칩니다.

이제 그 가녀린 몸으로 홀로 남장을 하고 사랑을 찾아 떠나는 버진이의 모습을 다음 회면 볼 수가 있겠군요.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조기종영 안하면 안될까요? 버진이처럼 엉엉 울며 매달리고 떼를 써서라도, 그들의 모습을 좀 더 오래 볼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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