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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불쌍한 토끼는 정말 죽은 것일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연애의 발견

'연애의 발견' 불쌍한 토끼는 정말 죽은 것일까?

빛무리~ 2014. 9. 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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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이 공식 사과도 했고 아기 토끼도 무사히 살아있다기에, 무척 화가 났었지만 그쯤에서 덮어도 괜찮겠지 생각했다. 설마 그 조그만 생명한테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 테니까, 잘 모르고 생각이 짧아서 실수한 것이겠지 여기며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최근 내 블로그의 유입 경로를 살펴보다가 '연애의 발견 토끼' 라는 키워드가 있기에 무심히 클릭해서 검색 페이지로 들어갔더니, 한동안 잊고 있던 그 문제에 관해 새로운 기사를 읽게 되었다. 시민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드라마 '연애의 발견'의 수사를 경찰에 요청했다는 것이었다.

 

 

기사의 내용은 이러하다. [20일 동물자유연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18일 <연애의 발견> 방영 직후부터 20일 오전까지 해당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사인 JS픽쳐스와 KBS에 촬영에 사과 방송과 사용된 토끼의 생존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으나, 20일 오전 JS픽쳐스로부터 '토끼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여부에 대해 (동물자유연대에)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확인하지 않을 방침'임을 전달받았다"며 "토끼가 폐사했을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아야 함에 따라,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동물보호법 8조에서는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46조에 따라 벌칙 대상"이라고 설명한 동물자유연대는 "즉 해당 동물이 해당 동물이 방송 촬영에서 행해진 행위 때문에 폐사하거나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현행 동물보호법 8조에서 규정하는 학대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토끼 치료에 대한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 수의사들로부터 '방영된 행위는 토끼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견을 들었고, 제작사가 거듭되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생사를 밝힐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에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힌 동물자유연대는 "가격이 싸다고, 몸집이 작다고 생명의 무게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촬영 소품으로 사용하면서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가했다면,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내게 몹시 충격적으로 느껴진 이유는 "토끼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여부에 대해 (동물자유연대에)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확인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부분 때문이었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토끼의 죽음을 자발적으로 증거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토끼가 살아있다면 얼마든지 확인해 줄 수 있을 것이고, 제작진은 더 이상 잡음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확인해 주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굳이 여론의 악화를 무릅쓰면서까지 확인을 거부했다면, 그 이유는 토끼의 죽음 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

 

 

하긴 TV에 방송된 장면들만 보더라도 스트레스에 민감한 아기 토끼는 죽음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 모든 촬영이 단 한 번에 이루어졌을 리도 없으니, 수차례나 거칠게 주고받아지고 계속해서 물에 젖고 거듭해서 욕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후에도 살아있을 거라는 기대는 사실상 허황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그냥 제작진의 말을 믿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불쌍한 아기 토끼가 끝내 죽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니, 악의로 저지른 일이 아니더라도 '연애의 발견' 제작진을 용서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마 "죽었다"고 발표할 수는 없으니 "생사를 밝힐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튕기는 것만이 그들에게는 상책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그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 배째라고 튕기면서 속으로는 "별 것도 아닌 걸 갖고 되게 난리들 치네" 하면서 비웃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심정으로 해당 기사의 댓글을 보았더니 놀랍게도 "사과했으면 됐지 너무 심하게 물고 늘어진다"면서 동물자유연대를 비난하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다음으로는 "그렇게 동물 걱정되면 고기도 먹지 말고 가죽이나 털옷도 입지 말고 집에 가둬 키우지도 말아야 한다"면서 늘상 거론되는 원론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댓글이 많았다.

 

그런 의견을 접할 때마다 나는 무척 답답하다. 엄연히 다른 문제를 연결시키면서 무엇이 모순인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단어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사형'과 '고문'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육류를 얻기 위해 짐승을 도살하는 것 자체는 범죄가 아니지만, 그 도살의 방식도 지나치게 잔인하면 동물 학대죄가 성립한다. 꼭 필요해서 죽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잔인하게 괴롭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소수의 채식주의자를 제외하면 육류는 절대 다수의 인류에게 꼭 필요한 식량이 된 지 오래인데, 동물 학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럼 고기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따라 나오는 것은 참으로 황당하고 유치하다.

 

그 기사도 벌써 20일쯤이나 전에 작성된 것이던데, 수사 결과에 대한 기사가 없는 것을 보면 동물자유연대의 수사 요청은 아마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 아마 경찰서에서도 그렇게까지 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 어쩌면 작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기로 따지면 채 1인분도 나오지 않을 그 조그만 아기 토끼의 생사를 두고 이 많은 사람들이 난리를 치는 게 웃기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더 이상 날선 어조로 비난하거나 고집스레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다. 다만 토끼의 죽음이 거의 기정사실로 판단되는 기사를 뒤늦게 접하니, 그 약하고 어린 생명의 비참한 최후가 너무도 가슴 아파서 몇 마디 적어 보았을 뿐... 미안하다, 아가야.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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