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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 원정기' 도대체 무얼 하자는 예능인가?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의 결혼 원정기' 도대체 무얼 하자는 예능인가?

빛무리~ 2014. 9. 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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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주째 KBS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나의 결혼 원정기'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의 예고편을 보았었다. 나름 추석 특집으로 야심차게 기획한 듯 했으나, 나는 예고편을 볼 때부터 당최 저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방송의 주제는 분명 '결혼'인데, 분위기는 확실한 '여행' 쪽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싶은데 왜 머나먼 나라 그리스까지 가야만 하는 것일까? 게다가 1:1 미팅도 아니고, 한 명의 그리스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네 명의 한국 미혼 남성 연예인들이 경쟁하는 설정이란다. 그게 무슨 '결혼'을 주제로 만든 예능이라는 것일까? 혹시 직접 방송을 보고 나면 숨겨진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까 해서 1회를 시청했으나, 역시 남은 것은 어처구니 없는 실망뿐이었다.

 

 

이것은 10년 전 SBS에서 선보였던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시즌1'의 아류작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연애편지'의 MC는 강호동이었고, 신화 멤버 6인과 신정환 천명훈이 고정 출연했었다. 매주 1명의 여성 연예인이 게스트로 초대되고 8명의 남성 연예인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그래서 방송이 끝날 무렵 여성 게스트가 한 명의 남성을 선택하면 그 회차의 최종 커플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결혼 원정기'가 '연애편지'와 다른 점은 배경이 외국이라는 것과 여성 게스트가 외국인이라는 점, 그리고 처음 만나서 촬영 한 번 같이 한 사이에 느닷없이 '결혼'이라는 황당한 설정을 첨가했다는 것뿐이다. 물론 결혼을 주제로 얼마든지 예능을 만들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가볍고 장난스런 접근에는 불쾌감마저 느껴진다.

 

 

결혼을 주제로 만든 대표적 예능이라면, 벌써 7년째 방송되고 있는 MBC의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를 빼놓을 수 없다. '우결'에 섭외된 남녀 연예인들은 아예 첫 회부터 제작진에 의해 정해진 짝을 만나 가상 결혼 생활을 하게 된다. 결혼 전에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든가 동성간의 경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결'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설정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우결'의 출연자들은 알콩달콩하다가도 티격태격하며 제법 신혼부부다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하고, 가끔은 실제 결혼 생활에서 경험할 법한 장면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너무 오래되어서 이미 식상해진 포맷이지만, 수년씩이나 폐지되지 않고 롱런하는 프로그램에는 그만한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데 '나의 결혼 원정기'는 남자 연예인들이 외국인 여성 1명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내용으로 대부분이 채워진 후, 마지막 선택을 받은 1명이 그 외국인 여성과 가상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특성상 '우결'처럼 꾸준히 수개월 동안 결혼 생활을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며칠간의 촬영을 마치면 그들은 새신부를 그리스의 부모님 집에 그대로 남겨둔 채 미련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이다. (혹시 요안나가 한국에서의 연예인 생활을 희망한다면 같이 올 수도 있을까?) 아무리 봐도 결혼과는 무관한 예능인데, 왜 하필 결혼을 주제로 삼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욱이 그 먼 나라까지 날아가서,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 여성과 며칠만에 결혼이라니, 도대체 무얼 하자는 것일까?

 

 

물론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사랑하게 된다면, 요즘 시대에 국제 결혼은 전혀 터부시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소개팅을 하는데 굳이 의사 소통도 안 되는 외국인을 일부러 만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사 소통의 문제뿐 아니라 태생적 기질과 습득한 문화 등이 모두 다르기에, 아무래도 같은 나라 사람보다는 융화되기가 훨씬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한국 땅에서는 결혼할 여성을 만날 수 없을 만큼 척박한 입장이라면 모를까, 한국에서 인연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김승수, 김원준, 박광현, 조항리가 결혼하기 위해서 그리스까지 날아간다는 상황 자체가 처음부터 이해 불가다. 아무리 가상이고 예능이라도, 웬만큼은 그 설정에 타당성과 설득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김국진을 '결혼 멘토'로 내세운 것은 제작진의 마인드가 얼마나 가볍고 허접스러운지를 증명한다. 언급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김국진은 이혼 경력이 있을 뿐 아니라 '결혼 때문에 불행해진' 대표적 연예인에 해당한다. 물론 자세한 내막은 모를 일이니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중 급속도로 추락한 이유가 단지 결혼 때문만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대중적 인식은 그러하다. '나의 결혼 원정기' 예고편만 보았을 때는 김국진도 다른 멤버들과 똑같은 입장으로 출연하는 줄 알았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첫 방송을 보니 신랑 후보가 아니라 '결혼 멘토'란다. '발상의 전환'일까? 아니, 유치하고 못된 장난일 뿐이다.

 

 

그냥 MC라고만 해도 좋을 것을 굳이 '결혼 멘토'라고 명명한 것을 보면,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도 같고 약간 비웃는 것도 같다. 김국진이 아니라 결혼 자체를 비웃는다고나 할까? 겉으로는 결혼을 장려하는 것처럼 꾸미고 있지만 속으로는 "결혼은 미친 짓이야!" 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어떤 기사를 보니 김국진의 멘토 투입이 신의 한 수였다면서 '결혼의 다양한 면을 경험해 본 김국진이 결혼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접근하고, 멤버들에게 진솔하게 조언해 줄 모습이 기대된다'고 하던데, 사실상 김국진이 경험해 본 것은 결혼의 다양한 면이 아니라 오직 불행한 면뿐이지 않았는가? 다양한 면을 경험해 보려면 좀 오래 살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지극히 짧은 결혼 생활을 힘겹게 마감한 후 다시는 결혼 생각조차 없다면서 진저리를 치는 그에게 '결혼 멘토'라니!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나의 결혼 원정기'는 최악의 프로그램이라 할만하다. 정체성부터 지극히 모호한 데다가 제작진의 마인드가 매우 의심스럽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방송을 핑계로 해외 여행이나 다녀오자는 심산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때마침 여름 휴가철인데 강제로 거둬들인 수신료는 넘쳐나고, 떠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어차피 그리스에 가서 신나게 노는 것이 목적인데, 방송의 퀄리티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엉터리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수신료의 가치를 감동으로 전한다고? 허탈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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