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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 그 남자의 위험한 매력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괜찮아 사랑이야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 그 남자의 위험한 매력

빛무리~ 2014. 8. 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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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는 원래 말발 좋은 인물이 많지만 '괜찮아 사랑이야'의 남주인공 장재열(조인성)의 언변은 확실히 클래스가 다르다. 이제껏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이런 캐릭터를 본 적은 없었다. 첫 만남부터 불꽃(?)이 튀었던 장재열과 지해수(공효진)는 줄곧 티격태격하면서 사랑을 키워가는 중이다. 남의 일에는 별 관심조차 없어 보이던 시크한 장재열이 위험을 무릅쓰고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려던 여인를 구해내자 시종 까칠하던 지해수의 마음이 살짝 열렸다. 강박증 때문에 화장실 안에서 잠들었던 장재열은 자신의 비밀을 목격한 지해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해하며 받아들이자, 그녀를 향한 호감이 자기 마음에 싹텄음을 명확히 인지하고 성큼 다가서기 시작했다.

 

 

계곡의 푸른 물 속에서 흠뻑 젖은 채 달콤한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은 그대로 황홀경에 빠진 연인의 모습이었다. 장재열의 갑작스런 키스에 순간 놀랐던 지해수도 금세 눈을 감고 입술을 받아들이며 손을 뻗어 그 남자의 얼굴을 감쌌다. 무척이나 로맨틱했던 5회의 엔딩 장면은 6회 초반에 곧바로 이어졌고, 나는 달콤한 키스 후에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무슨 대화를 나눌까 설레는 마음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해수는 키스 중간에 멈칫 정신을 차린 듯하더니 철썩 장재열의 뺨을 때리고는 퍽퍽 성질을 부리며 계곡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정말 황당했다.

 

서로 좋아서 키스하다가 졸지에 치한 취급을 당하고 뺨까지 얻어맞았으니 웬만한 남자 같으면 화를 낼 법도 하건만, 장재열은 쿨하게 "젖은 옷이나 갈아입자"며 그녀를 옷가게로 데려가 예쁜 옷까지 한 벌 사 준다. 그러나 지해수가 계속 성질을 부리자 결국 정색을 하고 묻는다. "너 불안장애 있다더니, 지금 이게 그 증상이냐? 그럼 내가 이해하고!" 지해수가 발끈하며 쏘아붙인다. "불안증과 지금 이 상황과는 전혀 상관 없거든! 당황했냐고? 그럼 그 순간에 누구든 당황하지 안 당황해? 물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입을 맞추고..." 장재열이 단호히 그녀의 말을 끊었다. "너도 싫지 않았어!"

 

 

살짝 멈칫하던 지해수가 고집스레 외친다. "내가 싫었다면 싫은 거지! 네 생각만 맞아? 내 생각은 없어?" 장재열이 묻는다. "네 생각 말고 느낌은?" 또 잠시 멈칫하던 지해수는 결심한 듯 더 큰 소리로 외친다. "싫었어! 분명히 말하지만 난 네가 싫어! 아무나 그냥 집적대는..." 장재열이 다시 가로막았다. "아무나가 아니라 느낌 있는 사람한테, 그냥이 아니라 그 순간 만큼은 진심으로, 집적이 아니라 좋아서 키스한 거야!" 지해수가 비웃었다. "내가 좋아? 솔직해져라, 장재열! 너 아까 즉흥적이었잖아. 날씨도 좋고 자연도 좋고 기분도 좋고, 그냥 즉흥적으로..." 장재열이 말했다. "그래 맞아, 즉흥적이었어!"

 

"그럼 넌 키스를 계획적으로 하는 놈이 좋아? 잔머리 굴려가며 이 여자가 어느 포인트에 나한테 넘어올지 계획적으로?" 말문 막힌 지해수. 이로써 또 장재열의 승리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한 번도 막힌 적 없는 재열의 청산유수 언변에 해수는 또 지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항상 이런 식이었다. 먼저 싸움을 거는 쪽은 항상 지해수였지만 패배하는 쪽도 항상 그녀였던 것이다. 하긴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늘 제멋대로 억지를 쓰며 시비를 걸었기에 논리정연한 상대를 만나면 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기도 했고, 그 때마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장재열의 쿨한 태도는 더욱 멋지게 빛났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장재열의 논리에는 꽤 커다란 헛점이 있다. 매우 그럴 듯하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은, 장재열이라는 사람에겐 적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세상 모든 사람에겐 적용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이라는 단어로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그 논리는 상당히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얼마 전 "잠든 네 모습을 보며 난 좀 설렜다"는 장재열의 문자를 받고 내심 행복해하던 지해수는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떼는(?) 장재열의 태도에 마음이 상하고 말았다. "너 인생 그렇게 살아? 문자로는 나한테 설렌다고 해놓고?" 하지만 장재열은 태연히 대답한다. "진심이었어. 그 때 그 순간에는 설렜어. 지금 이 순간 말고!" 상상 초월하는 그 대답에 지해수는 거의 멘붕 상태에 이르지만, 선뜻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대로 패배하고 말았더랬다.

 

어쩌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순간의 감정을 솔직하게 문자로 전달했을 뿐인데 무조건 장재열한테 "나쁜 놈!" 이라고 퍼부어댈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자 입장에서는 왠지 억울하다. 그 문자 하나에 설레며 행복해하던 시간이 온통 배신감으로 돌아온다. 그 마음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지해수는 점점 더 까칠한 태도로 장재열을 대하지만, (남녀 문제에 관한 한) 너무 곧이곧대로 순진한 그녀가 이 고단수의 남자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런데 왠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곰곰이 기억을 되살려 보니 꽤 오래 전에, 그와 비슷한 남자를 내가 본 적이 있었다. 몇 차례 대화를 나누어 보았을 뿐 내 인생에서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이 분명 있었다.

 

 

그 남자도 장재열처럼 '그 때 그 순간의 진심'을 힘 주어 이야기했다. 자신은 이제껏 수많은 여자를 만나 왔지만 한 번도 진심 아닌 적은 없었으며, 매번 그 순간 만큼은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사랑이라면 그 순간에 진심이었다고 해도 별 의미 없는 거 아닌가?" 내가 묻자 "어차피 사람 마음은 변하는 거야. 영원히 변치 않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은 평생 그 약속 지키며 살아?" 라고 그는 말했다. 순간 멈칫했지만 다시 내가 반박했다. "그래도 순간의 감정으로 사랑한다 말하고 상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건 옳지 않아. 마음 변했다고 네가 떠나면 상대는 깊이 상처받을 테니까!"

 

"아니, 사랑하는 여자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떠나지 않아. 그녀에게 더 이상 내가 필요없게 되었을 때 떠나지. 그리고 헤어진 후에라도 사랑했던 여자가 힘든 상황에 빠져서 나를 다시 부른다면, 나는 언제든 달려가서 그녀 곁에 있어 줄 거야. 한 번 내 여자였으면 영원히 내 여자니까!"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어?" 하지만 그는 태연했다. "왜 말이 안 돼? 난 평생 결혼하지 않을 건데, 그렇게 못 살 이유가 없지!" 내가 말했다. "하지만 상대는 남편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가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녀가 원치 않는다면 나는 절대 그녀의 결혼 생활을 방해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남편이 그녀를 힘들게 해서 그녀가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나는 언제든 달려가서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줄 거야!"

 

 

내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네가 말하는 '그녀'는 한 두 명이 아니잖아?" 그가 대답했다. "한 백 명쯤은 되지!" 내가 말했다. "사랑에는 독점욕이 있는데, 네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잘 해줘도 너의 유일한 여자가 될 수 없다면 그녀들은 사랑 때문에 행복한 게 아니라 오히려 힘들어할 거야!" 그가 말했다. "그럼 실질적으로 누구를 독점할 수 있는데? 남편은 독점할 수 있나? 애인은 그럴 수 있어? 어차피 독점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야.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도 누구나 마찬가지고... 다들 자기 남편이나 애인은 안 그럴거라 믿으며 살아가지만, 그 믿음이 깨졌을 때는 상처를 받게 되지. 하지만 나 때문에 상처받을 일은 없어. 난 처음부터 그런 헛된 믿음 따위는 주지 않으니까!" 아... 분명 이건 아니다 싶은데도 이상하게 말문이 막힌다.

 

그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질문을 받아도 단 한 번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는 법이 없었다. 그에겐 언제든 대답할 말이 준비되어 있었고, 청산유수같은 그의 말을 들으면 심리적으로는 수긍할 수 없어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모임 안에서 그와 잠시 사귀던 여자 후배가 그 때문에 엄청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자신은 여자한테 상처주지 않는 남자'라는 그의 주장이 현실적으로는 완전히 틀린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아이가 너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해도, 그녀가 힘들어하는 것은 그녀 내면의 문제일 뿐 자기 책임은 절대 아니라면서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듣고 나면 논리적으로는 또 할 말이 없었다.

 

 

장재열의 '지금 이 순간' 혹은 '그 때 그 순간' 논법(論法)은 매우 그럴듯하여 선뜻 반박하기 어렵지만, 사실은 매우 위험한 궤변이다. '설렌다'고 문자 한 통 보낸 것쯤은 별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아주 깊은 사랑에 빠져든 후 어느 날 갑자기 안면을 싹 바꾸며 '지금 이 순간 말고, 그 때 그 순간에는 진심이었어!" 라고 말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사실 '그 때 그 순간'을 강조하는 어법과 즉흥적 연애관에 비추어 본다면 장재열은 '믿을 수 없는 나쁜 남자'에 속한다. 하지만 그 유창한 언변과 쿨한 자세, 그러면서도 자상하게 배려해 주는 태도는 거부하기 힘들 만큼 매혹적이다. 게다가 조인성의 훤칠한 외모까지 더해졌음에랴! 내가 알던 그 남자는 조인성처럼 외모가 출중하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장재열은 그 남자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달라야만 한다. 지해수를 만나기 전까지는 '순간 순간을 즐기며' 살아왔더라도, 지해수를 만나 사랑하게 된 후부터는 영원히 그녀만을 지키고 다른 여자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는, 순정파 남자로 변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드라마가 되니까! 만약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주며 실컷 달달하게 행복한 사랑을 나누다가, 최종회에서 불현듯 장재열이 "그 때 그 순간에는 진심이었어!" 하면서 이별을 고한다면, 설상가상 지해수까지 "이하 동문! 나도 어제까지는 진심이었어. 잘 가!" 라고 말하면서 쿨하게 헤어진다면, 그 둘의 상처는 치유되었을지 몰라도 시청자의 상처는 어쩔 것인가? 구태의연하지만 그래도 결혼만이 정답인 듯하니 아무쪼록 재열♡해수 커플, 무사히 결혼까지 골인하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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