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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윤상 향한 유희열과 이적의 흐뭇한 배려심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꽃보다 청춘' 윤상 향한 유희열과 이적의 흐뭇한 배려심

빛무리~ 2014. 8. 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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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100명이면 100명 제각각 모두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며,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저마다의 느낌과 대처 방식이 다르다. 그러므로 힘든 상황이나 특수 상황에 처했을 때 해당 인원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다. 더욱이 TV 프로그램에는 필히 '갈등 유발자'가 있어야만 그 재미가 배가된다. 여행 예능의 귀재 나영석 PD가 '꽃보다...' 시리즈를 기획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도 사실은 '갈등 유발자'의 존재 설정이었다. 그는 분명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꽃보다 할배'에서는 백일섭, '꽃보다 누나'에서는 윤여정, 그리고 이제 '꽃보다 청춘'에서는 윤상이 그 포지션을 맡아 주었다.

 

 

'꽃할배'의 백일섭은 '투덜이 막내 곰'이었다. 큰형 이순재, 둘째형 신구보다 9~10세나 젊고 덩치는 가장 우람하면서도 건강은 가장 좋지 않았던 막내, 성치않은 무릎 관절 때문에 걸어서 이동할 때마다 고통을 호소하며 투덜거리던 막내 곰은 언제나 형들의 골칫거리(?)였다. 특히 짐꾼 이서진은 모든 상황에서 백일섭의 눈치를 보느라 쩔쩔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갈등을 일으켜도 어린애처럼 순수하고 소탈한 백일섭의 모습에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있었다. '꽃누나'의 윤여정은 살짝 까칠한 맏언니로서 초반 서툰 짐꾼 이승기를 톡 쏘며 나무라기도 했고, 화장실 문제로 예민하게 굴며 여행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까칠함 속에 숨겨졌던 따스함이 발산될 때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는 극대화되었고, 특유의 톡 쏘는 화법은 거부감보다 오히려 깨알같은 웃음을 주었다.

 

70세의 백일섭과 67세의 윤여정이 여행의 고달픔을 호소하는 모습은 대중에게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킨다. 백일섭의 거대한 체구를 보면 "얼마나 무릎이 아프실까?", 윤여정의 가냘픈 체구를 보면 "불편한 객지에서 고생 많으시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젊은이보다 신체적으로 쇠약한 노인에게는 본능적으로 관대해지는 것이 한국인의 보편 심리이기 때문일까? 특히 윤여정은 노인일 뿐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화장실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다들 걱정할 뿐 누구도 짜증을 내거나 그녀를 비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47세의 '나름 청춘' 윤상에게는 이른바 '노인 우대'가 적용되지 않기에, 사실 '꽃청춘'의 윤상은 백일섭이나 윤여정보다 훨씬 어렵고 위험한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현재의 40~50대는 첨단 의학의 혜택를 받아 인류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직접 맞이할 세대라고 한다. 그렇다면 47세의 윤상은 아직 절반도 꺾이지 않은 파릇한 진짜 청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외모상으로 좀 연약해 보이긴 해도 2년 여의 현역 군복무를 너끈히 마쳤을 만큼 신체 건강한 사람인데, '할머니' 윤여정과 똑같이 화장실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청년 시절 군복무 중에는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맞춰 무디어졌던 예민함이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제자리로 돌아왔을 수도 있지만 쉽게 수긍이 가는 모습은 아니었다. 아무튼 화장실 문 밖에 낯선 사람이 있으면 저절로 배변 통로가 막혀 버린다는 윤상의 예민함 때문에 '꽃청춘'은 페루에 도착한 첫날부터 관광을 미루고 숙소 찾기에 전념해야만 했다.

 

하지만 "필히 방 내부에 화장실이 딸려 있는 트리플 룸" 이라는 그들의 조건은 무척 까다로운 것이었다. 가뜩이나 페루는 영어 문화권이 아니라서 의사 소통도 쉽지 않으니, 숙소 직원들은 번번이 그들의 요구 사항을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방으로 안내하곤 했다. 페루의 숙소 문화는 '내부에 화장실이 딸려있는 방' 자체가 흔치 않은 듯, 기껏 화장실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면 방 내부가 아니라 복도 끝에 공용 화장실이 있노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직원들의 답답함에 보는 사람 속이 다 터질 지경이었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원하는 방을 얻기는 했으나, 채 관광을 시작하기도 전에 심신이 지쳐버릴 만큼 고달픈 과정이었다.

 

 

그러나 유희열과 이적은 윤상의 예민함을 조금도 탓하지 않고 이해해 주었다. 맨 처음 숙소는 한화 7000원짜리 10인실 도미토리였지만 유희열과 이적은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기에 그들은 아침부터 즐거운 관광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씻지도 못하고 화장실 용무도 해결 못한 윤상이 줄곧 '제대로 된 숙소' 타령을 하며 칭얼거리자, 동생들은 그런 큰형을 배려하여 숙소부터 옮기기로 한 것이다. 특히 속 깊은 막내 이적은 눈치없는 둘째형 유희열을 틈틈이 달래가며 최선을 다해 맏형 윤상을 배려했다. 그런데 배려하는 마음도 몰라주고 윤상이 몇 마디 탓하는 뉘앙스의 말을 던지자, 순간 이적은 서운함이 폭발하고 만다.


 

 

 

윤상을 배려하되 적당히 자기 의견도 표현해 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유희열과 달리, 자기 입장을 최대한 죽인 채 큰형에 대한 배려만을 최우선으로 놓고 행동한 이적의 마음속에는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넘치는 배려심은 오해를 받기도 쉬운 법이라, 자기는 배려한답시고 한 행동이 상대에게는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미토리에서의 첫날 밤, 이적은 1층 간이침대가 비좁고 불편하다는 생각에 형들을 배려해서 그 자리에 누웠지만, 윤상은 2층 침대로 올라가며 어린 것이 편하게 누워 나이 많은 자기를 오르내리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적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숙소를 옮기자고 주장한 것은 오직 윤상을 배려해서였지만, 두번째 찾은 방에 애써 적응해 보려던 윤상은 세번째 방이 더 열악한 곳으로 잡히자 오히려 이적을 탓하기도 했다.

 

 

다행히 곧바로 직원이 나타나 그들이 원하던 맞춤형의 네번째 방으로 안내해 줌으로써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은 넘길 수 있었지만, 이적의 서운한 표정은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이적은 "무슨 대가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선후배 혹은 동료 사이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현상이라 매우 실감나는 모습들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과하지 않게, 자기 의견도 표현해 가면서 적당히 배려하는 유희열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하면 의사 소통이 원활해지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오해하거나 서운해할 일도 거의 없고 스트레스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윤상은 농담이었으니 맘에 담아두지 말라고 했지만 이적은 급격히 말수가 적어졌고, 20년지기 절친들답지 않게 식사 자리의 분위기도 약간 썰렁해졌다. 그러나 하필 그 시점에서 '꽃청춘' 1회를 마무리한 데는 제작진의 큰 노림수가 있었으니, 윤상이 어렵게 털어놓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이적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 밝혀질 윤상의 이야기가 궁금할 뿐 아니라, 눈물을 펑펑 쏟는 이적의 모습은 그들 사이의 짙은 우정을 생생히 전하고 있었기에 가슴 찡한 감동 한 자락을 미리 맛본 시청자들은 '꽃청춘' 2회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윤상은 노인도 아니고 홍일점도 아니고 허약자도 아니기에, 꼭 배려해 주어야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생들은 그의 예민함을 기꺼이 이해했고, 그 예민함 때문에 발생하는 시간이나 체력 소모를 짜증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반드시 노인이라서 여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의 특성이니까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고 배려해 주는 자세였다. 어쩌면 획일화된 사회에서 조금은 떨어져 있는,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뮤지션들이라서 각자의 특별함을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걸까?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에서였다면 약간 용납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 윤상의 칭얼거림을 편하게 받아주는 유희열과 이적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상당한 부러움을 느끼게 했다. '찡찡이 형'으로 이름난 윤상을 각오하고 섭외한 제작진의 선택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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