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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김창완 아이유, 진정한 소통과 힐링의 만남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힐링캠프' 김창완 아이유, 진정한 소통과 힐링의 만남

빛무리~ 2014. 7. 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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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을 노렸던 월드컵 특집이 최악의 폭망을 기록하면서 '힐링캠프'에는 분위기 전환의 필요성이 절실했을 것이다. 월드컵 이전까지만 해도 전국 기준 6%대를 상회하던 시청률이 무려 3%대로 떨어졌으니, 월드컵 특집에 쏟아부었던 막대한 비용을 안타까워할 겨를이나 있었을까? '힐링캠프'에서 다급히 준비한 카드는 최근 이색적인 콜라보 음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창완과 아이유 콤비였다. 게다가 '악동뮤지션'까지 불러들여 빼곡히 4명의 게스트가 함께 했으니, 원래 1인 게스트로 진행되는 '힐링캠프'의 정체성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절박했던 제작진의 심경이 그대로 느껴져 온다.

 

 

다행히도 김창완과 아이유의 조합은 성공적이었다. 비록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내용상의 퀄리티는 높아서, 그들이 출연한 2주간의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시청자라면 다시 한 번 '힐링캠프'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충분히 했을법하다. 10대의 악동뮤지션이 함께 함으로써 풋풋한 느낌은 더해졌지만 김창완과 아이유의 강력한 케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존재감은 약한 편이었다. 무려 39년의 나이차에도 김창완과 아이유의 어울림은 지극히 자연스러웠고,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때로는 청춘을 탐하는 노인의 시선이 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싱싱한 꽃을 그저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손을 뻗어 꺾으려 하는 순간, 그 탐욕에서부터 인간의 추함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탐욕없는 마음으로 청춘을 보며 감탄하는 노인의 시선은 또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어쩌면 지금 청춘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느끼지 못할,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아련함일 것이다. 아이유를 바라보는 김창완의 눈빛이 바로 그러했다. 가장 아름답지만 또 무척이나 힘든 시기임을 알고 있기에, 한없이 동경하면서도 안스러워하는 어른의 마음.

 

 

'너의 의미'를 함께 노래하는 동안 부드러운 미소와 평온한 눈빛으로 아이유를 응시하던 김창완은 마지막에 물었다. "도대체 넌 나에게 누구냐?" 어찌 보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대사였는데, 묘하게도 추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김창완과 함께 노래하며, 그리고 김창완의 인터뷰를 들으며 약간의 깨달음이 있었다는 아이유가 대답했다. "저는 선배님의 '청춘'입니다!" 대답을 해놓고도 굉장히 쑥스러운 듯 아이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지만, 듣고 있던 이경규는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하긴 50대의 이경규와 60대의 김창완이 느끼는 감정을 22세의 아이유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먼 훗날 언젠가 이 순간을 추억할 때면 그제서야 알게 될 것이다.

 

아이유는 한동안 자기 자신을 사이보그처럼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도 없었고 사춘기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김창완은 즉시 그 이유를 간파해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겪으며 자기 부정이 굳어져 버린 탓이라는 거였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살지도 못했던 아이유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나 역시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감정을 그대로 인식하면 자신이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어린 아이유는 자신을 사이보그처럼 여기며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무디게 해 왔을 것이다.

 

 

김창완은 아이유와 악동뮤지션에게 말했다. "어른들을 너무 믿지 마세요. 여러분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데, 그 커다란 우주를 열어줄 어른은 많지 않아요. 또 그런 어른이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내가 잘 알고... 믿지 말라고 해서 세상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라, 어른들의 말에 절대로 갇히지 말라는 뜻이에요. 여러분은 우리보다 훨씬 큰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무작정 어른들의 말에 좇아서 따라가지 말고 여러분의 손으로 또 다른 세상을 열어보세요." 그의 나직한 목소리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어린 영혼들을 위한 추모곡 '노란 리본'을 만들었지만, 노래를 부르려고 하면 계속 울음이 터져서 한참만에야 녹음을 마칠 수 있었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른들을 너무 믿지 마세요!"

 

막내동생 김창익이 사망한 후 깊은 슬픔에 빠졌을 때도 음악을 만들면서 잠시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었노라고 김창완은 말했다. 음악은 위로가 되지 않노라고 앞서 말했던 것과는 좀 상반되는 이야기였다. ("음악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말 속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 다른 의미가 있었을 듯하다.) '힐링캠프'가 끝날 무렵 우리는 김창완의 수많은 명곡 중 하나인 '회상'을 그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었다. "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나느냐고... 하지만, 마음은 너무 아팠네... 이미 그대 돌아서 있는 걸, 혼자 어쩔 수 없었지...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 꼭 한 번만이라도 막내동생이 떠나기 전의 어느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던 김창완의 애달픈 마음이 느껴졌다. 사무치는 그리움 속에 괜시리 미안해지는 마음... 떠난 사람을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미워지는 그 마음.

 

 

줄곧 선망과 존경의 눈길로 김창완을 바라보며 그의 말에 귀 기울이던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이 말했다. "선배님도 안경 쓰시고 기타 치시는데, 저도 그런데... 우리도 미래에는 저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인사치레나 아부 따위가 아니라 순도 100%의 진심이었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김창완을 향한 이찬혁의 눈빛은 주인을 100% 믿고 의지하는 강아지의 눈빛과 닮아 있었다. 너무 순수한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귀엽고 감동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애틋하고 염려스럽기도 했다. 화면을 통해서 보는 내가 그랬을진대, 어린 후배의 강아지같은 눈망울을 직접 보면서 그 말을 들은 김창완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저 미소만 지을 뿐 가타부타 말이 없는 김창완의 반응에 이찬혁은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그 역시 먼 훗날에는 선배의 미소 속에 담겨있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김창완과 아이유, 그리고 악동뮤지션의 만남은 세대간의 진정한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알려주었고,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때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가를 알려주었다. 특히 김창완은 이 시대 어른들의 역할이 어떤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기에, 어른 노릇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고 느끼던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가 서로를 이해 못 하는 것은 당연해요. 보고 듣고 살아가는 세상이 다른데, 그 세대를 관통하는 사고방식이 다른데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억지로 이해하려 할 필요가 없어요. 의무감으로 대화하려 애쓸 필요도 없어요. 그저 묵묵히 따스하게 바라봐 주세요.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리고 조금 더 참아보세요." 이해하지 못해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결국은 세대간의 두터운 벽도 허물 수 있을 거라는, 그 말은 나직하면서도 가슴 벅찬 희망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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