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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생수 광고 출연 결정한 김수현, 염려되는 이유 본문

스타와 이슈

중국 생수 광고 출연 결정한 김수현, 염려되는 이유

빛무리~ 2014. 6. 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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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수현이 동북공정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 생수 광고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한류스타로 떠오른 김수현과 전지현은 중국 헝다그룹의 광천수 '헝다빙촨(恒大氷泉)'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해 촬영까지 마쳤으나, 헝다 생수의 원산지가 장백산(長白山)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이유로 동북공정 논란이 일자 두 사람은 막대한 위약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헝다그룹 측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김수현의 소속사 키이스트가 입장을 번복하며, 김수현의 헝다 생수 광고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임을 밝힌 것이다.

 

 

동북공정이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이다. 풀이하면,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이다. 2001년 6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공식적으로 시작된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사실상 목적은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어,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영토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다.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기본 전제는, 고조선-고구려-발해 등이 고대 중국의 동북지방에 속한 지방 정권인데 한국과 북한의 학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왜곡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조선-고구려-발해는 엄연한 한국사의 실체이며, 고구려나 발해는 만주와 한반도를 동시에 영토로 삼았던 국가들이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04년 3월 교육부 산하의 '고구려연구재단'을 발족하였고, 2006년 9월 '동북아역사재단'이 출범하여 이를 흡수 통합하였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동북공정은 매우 부당한 것이므로 절대 수긍할 수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생수의 원산지가 장백산(長白山)으로 표기되었다는 부분을 동북공정의 일환이라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헝다 생수의 원산지는 백두산이며, 장백산은 중국에서 백두산을 부르는 이름이다. 최초 일부 네티즌에 의해 제기된 동북공정 논란은, 장백산이라는 명칭 자체가 백두산을 중국 문화권으로 편입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중국이 1998년 국무원 비준을 거쳐 '장백산'이라는 이름을 확정지은 것은, 백두산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며 중국 문화권으로 완전 편입시키기 위한 동북공정 기획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 놓고 보면 동북공정 논란에 충분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 '장백산'이라는 이름은 대략 1000년 전부터 한-중 양국에서 불려져 왔던 것으로, 그 기원을 따져보면 동북공정과는 별 관련이 없다. 심지어 조선왕조실록에도 백두산과 장백산의 명칭이 빈번히 공용된다. 

 

더욱이 백두산은 그 지역의 일부가 한반도(현재 북한)에, 또 다른 일부는 중국에 속해 있다. 백두산은 그 이름이 애국가 첫 소절에 등장할 만큼 한국에서도 소중한 지역이지만, 장백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로부터 만주 지역을 영유했던 모든 민족은 백두산(장백산)을 영산으로 섬기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왔다. 그러니 중국에서 제조되는 생수의 원산지가 '장백산'으로 표기된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뿐,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 해석하기는 좀 무리가 있다. 그러나 배우 김수현의 향후 행보에 있어서는 '실체적 진실'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있지 않을까? 소속사의 이번 결정이 매우 염려스러운 이유는 '대중의 정서' 때문이다.

 

김수현의 소속사 키이스트는 6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헝다그룹과 키이스트가 논의 끝에 극단적인 결론을 내기보다는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약속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헝다그룹과 키이스트는 한-중 양국의 깊은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더 많은 교류와 우호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인지했다. 중국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헝다그룹의 생수 제품 취수원의 현지 표기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었음을 서로 인정하며 이해했다. 더 이상의 오해나 억측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과연 옳은 판단이었을까? 애초 키이스트는 동북공정 논란이 일어나자 즉시 헝다그룹 측에 정식으로 계약 해지 요청을 했었다. 계약 체결에 앞서 생수의 원산지 표기를 세심히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까지 하면서 말이다. 위약금과 광고 촬영 비용 등 수십억 원의 손해가 있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며, 만약 헝다그룹 측에서 소송을 제기한다면 그 역시 감수하겠다고 선언할 만큼 키이스트의 입장 표명은 강력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위약금과 광고 촬영 비용 등을 물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끝내 발목을 잡은 것일까?

 

그러나 최고 인기스타 김수현이 동북공정 논란 광고를 찍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키이스트 주가는 하루만에 무려 10% 가까이 폭락해 74억 원 이상의 손해를 발생시켰다. 이는 한국인들의 대중적 정서가 동북공정에 얼마나 예민한가를 입증한다. 털끝 만큼이라도 동북공정과 연관된 빌미가 있다면 무조건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의도가 있든 없든 실체적 진실은 중요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김수현의 헝다 생수 광고 출연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벌써부터 일부 네티즌들은 '돈수현'이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키이스트와 헝다그룹의 협의 중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정확한 내용은 물론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생각엔 단지 수십억 원의 손해 비용 때문에 키이스트가 입장을 번복한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중국 내 한류 열풍이 이제 막 뜨겁게 불붙기 시작했고 김수현이 그 중심에 있으니, 무리한 계약 해지로 찬물을 끼얹기보다는 어떻게든 그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 거대한 중국 한류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와 더불어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는 상황이었는데,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물러나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 아닐까? 성난 한국 대중에게는 부드러운 말로 양해를 구하면 될 일인데, 굳이 대중의 비위를 칼 같이 맞추느라고 이 좋은 기회를 몽땅 날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던 것 아닐까?

 

 

하지만 빨리 끓는 만큼 빨리 식는다는 한국 대중의 정서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어찌 된 셈인지 요즘의 한국 대중은 기억력이 너무 좋아졌다. 좀 나쁘게 말하면 집착과 뒤끝이 굉장히 길어졌다. 예전에는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던 연예인도 대충 몇 개월만 '자숙'의 기간을 거쳐서 등장하면 대중은 선선히 받아주곤 했다. 쉽게 잊어버려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차피 사람이 다 그렇지 뭐 하면서 너그럽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국가를 뒤흔들 만큼 중요한 일도 아닌데, 연예인의 사소한 일을 굳이 오랫동안 기억하며 질타하는 것은 피곤하고 부질없는 일이라 여겼던 것도 같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일단 미운털이 박히면 수개월이 아니라 수년이 지나도 대중은 잊지 않고 끈질기게 성토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헝다 생수의 원산지 표기가 동북공정의 일환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별 거부감이 없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김수현 소속사의 결정은 매우 큰 충격으로 느껴질 것이다. 확대 해석하면 한국의 인기 연예인이 간접적으로나마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참여한 셈이고, 원산지가 '장백산'으로 표기된 생수가 김수현이라는 스타의 인기에 힘입어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가게 되면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에서까지 백두산을 중국 영토인 장백산으로 인식하게 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사고가 다수 대중의 머릿속에 굳어지면, 향후 김수현의 국내 활동이 과연 평탄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무리 타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어봤자, 모국에서 외면당하는 스타의 수명은 결코 길지 못하다. 앞날 창창한 배우 김수현의 미래를 생각하면, 소속사의 이번 결정이 과연 현명한 것이었을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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