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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자동차가 우선인 나라, 죽음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 본문

나의 생각

사람보다 자동차가 우선인 나라, 죽음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

빛무리~ 2014. 5. 29.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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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보행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OECD의 '2011년 국가별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보행 중 사망자 수가 2044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4.1명이었다. 이것은 OECD 국가 중 불명예스럽게도 1위를 기록하는 수치이며, OECD 평균(1.4명)의 3배에 달한다. 2위인 폴란드는 10만명당 3.7명, 3위인 그리스는 2.0명이었다. 일본(1.6명)과 미국(1.4명)은 평균에 가까웠고, 노르웨이(0.3명)·영국(0.7명)·프랑스(0.8명) 등 유럽의 선진국은 대부분 10만명당 1명 미만이라고 한다.

 

 

한국의 2011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5229명 중 보행 중 사망자가 39.1%를 차지했다.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1176명)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OECD 국가 중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사망한 사람보다 보행 중 사망한 사람이 많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인데, 보행자 사망이 많은 원인으로는 보행자보다 자동차를 우선하는 교통 문화와 무단 횡단이 지적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100% 뉴스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나의 개인적 견해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 생각을 간단히 밝혀보려 한다.

 

무단 횡단은 당연히 범법 행위이고 잘못하는 일이다. 하지만 보행자 사망 사고가 많은 이유는 절대적으로 '보행자보다 자동차를 우선시하는 교통문화' 때문이다. 무단 횡단은 지극히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원인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는 최근 프랑스 여행을 다녀 온 이후 프랑스에 대해 별로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배울 점이 있다면 당연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보행자들은 지극히 무질서하다. 뉴스를 통해 접했을 뿐 아니라 직접 내 눈으로 본 사실도 그러했다. 프랑스에 비하면 오히려 한국의 보행자들은 굉장히 질서를 잘 지키는 편이다.

 

 

프랑스의 보행자들은 신호등을 봐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냥 좌우를 휙휙 둘러본 후 가까이 다가오는 차량이 없다 싶으면 신호등 불빛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태연히 길을 건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자 사망률은 10만명 당 0.8에 불과하다. 이러한 예가 버젓이 존재하는 한, 보행자 사망률이 높은 이유가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박박 우길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사람보다 자동차를 우선으로 여기는 교통 문화이고,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사회 인식이다. 아니라고 할 수 있나?

 

한국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보행자가 신호를 무시하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자동차 운전자가 신호를 무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마치 차량 신호등의 빨간 불빛이 안 보이는 것처럼, 보행자 신호에 맞춰서 길을 건너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속력조차 줄이지 않은 채 마구 돌진하는 차량을 목격하는 일도 이제는 흔해져 버렸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행자가 아직 길을 건너고 있는데 부릉부릉 액셀을 밟으며 위협하듯 출발하는 차량은 대략 90%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신호가 바뀔 때까지, 보행자가 길을 완전히 다 건널 때까지 멈춘 상태로 얌전히 기다리면, 그 운전자는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보행자는 항상 죽음을 짊어지고 다닐 수밖에 없다. 보행자 신호에 맞춰 길을 건너다가도 '부아아앙~' 굉음을 내면서 가공할 속도로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달려오면 꼼짝없이 사색이 된 채 그 자리에 멈추거나 급히 뛰어서 피해야 한다. 심지어 어떤 파렴치한 운전자들은 보행자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빵빵~' 클랙슨까지 울려대며 '자동차 우선주의'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고귀한 자동차님이 나가시니까 치어죽기 싫으면 벌레같은 보행자들은 알아서 길을 비켜라 이건가? ㅎㅎ

 

정부와 국민이 한 뜻으로 '보행자 우선주의'를 실천하는 프랑스와 비교한다면, 이건 정말이지 천박하고 야비한 교통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뉴스를 보니 프랑스에선 보행자가 신호를 어겼을 경우 범칙금이 한화로 몇 천 원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운전자가 신호를 어겼을 경우는 무려 30~40배에 달하는 수십만 원을 납부시킨다고 한다. (메모를 해 놓지 않아서 정확한 수치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프랑스의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없을 때에도 정확히 신호를 지키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그런데 한국은? ㅎㅎ 만약 한국에서도 프랑스와 같은 교통 법규가 제정된다면 난폭 운전자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느 날 뉴스를 보며 부질없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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