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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허영달의 슬픈 운명, 그 원점이 드러나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트라이앵글' 허영달의 슬픈 운명, 그 원점이 드러나다

빛무리~ 2014. 5. 2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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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수(이범수)의 출생연도가 1977년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2014년 현재 38세이다. 태백의 광부였던 아버지가 광산 사고로 죽고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고아원에 맡겨졌던 삼형제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을 때 맏형 장동수의 나이는 12세였다고 한다. 그리고 26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의 강을 건너, 각자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 삼형제의 운명이 다시 얽히기 시작한다. 이제 '트라이앵글'의 시청자들은 얄궂어도 더 이상 얄궂을 수 없는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비극의 시작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 원점은 예상보다 빨리 드러났다. 5회에 강렬한 포스를 풍기며 등장한 고복태(김병옥) 덕분이다. (그나저나 중견배우 김병옥씨, '너목들'의 황달중 이후로 너무 잘 나가신다. 악역이란 악역은 거의 다 휩쓰는 듯..ㅎㅎ) 조직폭력배의 대부이며 권력자들의 하수인인 고복태는 장씨 삼형제의 원수 중 한 명이다.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삼형제의 아버지 장정국은 사실 고복태에 의해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복태를 사주한 인물은 따로 있었으니, 26년 전 광산의 주인이었고 현재는 재벌그룹 총수로서 세상을 지배하는 윤태준(김병기)이었다.

 

"광부도 사람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26년 전, 열악한 작업 환경과 부당한 처우에 분노한 광부들은 노조위원장 장정국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하지만 시위를 하더라도 적정선을 지켜야 했는데, 지나치게 흥분한 탓인지 그만 선을 넘고 말았다. 장정국을 비롯한 광부 시위대는 한밤중에 집으로 쳐들어가 사장 윤태준을 끌어냈다. 엉겁결에 끌려나온 그를 밧줄에 묶어 이리저리 개처럼 끌고 다니다가, 급기야 화형식이라도 치르려는 것처럼 나무 기둥에 꽁꽁 묶어 놓고는 수백 명이 횃불을 든 채 그 주변으로 모여들어 사납게 외쳐댔다. "악덕사장 물러가라! 물러가라!"

 

 

 

윤태준으로서는 차마 견딜 수 없는 치욕의 시간이었다. "자네가 노조위원장을 처리해 줘야겠어!", "장정국이 말입니까?" 고복태는 먹잇감을 발견한 사냥개처럼 눈을 빛내며 표적의 이름을 확인했다. "없애버려!" 윤태준이 단호히 말했다. 동수, 동철, 동우의 젊은 아버지는 그렇게 사고를 위장한 살인으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어찌 된 영문인지 어린 삼형제를 버려둔 채 집을 나갔다. 폐광에서 고철덩어리를 몰래 주워다가 팔아서 어린 동생들의 우유와 간식을 사다 먹이던 동수는 꼬리가 잡히게 되자 잠시 몸을 피하려 고아원을 떠나는데, 보름 후쯤 돌아오니 그 사이에 막내 동우는 입양되고 둘째 동철은 도망갔다는 소식만 들려왔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동우를 입양한 사람이 다름아닌 윤태준이라는 사실이다. 양아들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물려줄 후계자로 삼으려는 것을 보면, 자기가 죽인 장정국의 아들인 줄은 모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단지 소름끼치는 우연이었을까? 어쨌든 윤태준의 아들이 된 동우는 윤양하(임시완)라는 새 이름을 얻고 재벌가의 도련님으로 길러진다. 하지만 사춘기 때 자기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줄곧 파양의 불안에 시달려 왔다. 불안은 그의 밝은 심성을 좀먹어 시니컬한 성격으로 변하게 했지만, 사랑은 그의 닫힌 마음을 무장해제시킬 것이다.

 

 

 

가장 비참한 것은 둘째 동철의 운명이었다. 하루아침에 엄마, 아빠와 형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은 일곱 살 아이로서 감당하기엔 너무 큰 충격이었나보다. 평온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일곱 살 때의 일들은 충분히 기억할 수 있으련만, 어른이 된 지금 허영달(김재중)의 머릿속에는 아무 기억도 남아있지 않다. 가족들의 기억은 커녕 자신의 이름까지도 깨끗이 잊어버렸다. 그 인생의 기억은 청량리역의 앵벌이에서부터 시작된다. 12살 때까지 앵벌이를 하며 살다가 소매치기 조직으로 넘겨지고, 소매치기 생활을 하다가 도망친 후 소년원 좀 들락거리고, 영달의 청춘은 그렇게 흘러갔다. 학교는 아예 다녀 본 적도 없다.

 

개라고 불리우는 그 이름 허영달... 단짝 친구 장수(신승환)까지도 거침없이 그를 개라고 부른다. "너는 개, 나는 개장수, 그래서 우리가 콤비 아니냐! ㅎㅎ" 부끄러움을 배운 적 없기에 수치심이 뭔지도 모른다. 간통, 절도, 도박 등 가릴 것 없이 온갖 양아치 짓은 다 하고 다닌다. 심지어 동네 건달들조차 허영달과 동급이라면 질색할 만큼, 동철은 그렇게 쓰레기 같은 삶을 연명해 왔다. 하지만 이제 사랑은 그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치고 인생의 참 의미를 가르칠 것이다. 그런데 하필 동철과 동우가 한 여자 오정희(백진희)를 사랑하게 되다니, 이건 또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일까? ('기황후'가 종영되자 마자 '트라이앵글'의 여주인공까지, 대작을 두루 섭렵하는 요즘 백진희는 한껏 물이 올랐고 운도 좋은 것 같다.)

 

 

형사가 된 맏형 장동수는 집요하게 고복태를 쫓고 있다. 혹시 제 아버지의 원수임을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많은 공을 세웠지만 분노조절장애 때문에 몇 번씩이나 사고를 쳐서 진급도 하지 못하는 장동수의 불같은 성격은 어딘가 장정국을 닮은 것 같다. 그 성격이 아비처럼 명줄을 재촉하지나 않으면 좋을텐데! 오랫동안 그를 사랑해 온 황신혜(오연수)는 불안한 마음으로 조용히 지켜본다. 그런데 꼬이고 꼬인 악연은 원수 고복태를 사이에 두고 두 형제를 대립하게 하니, 고복태는 늘상 자기 일에 걸림돌이 되는 형사 장동수를 제거하려 하는데, 마침 고양이 앞에 던져진 생선처럼 허영달이 굴러왔다.

 

"형님, 저를 받아 주십시오. 형님이 시키시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고복태에게 빌붙어 살아 보겠다고 납작 엎드린 허영달, 그런데 하필 처음으로 주어진 미션이 살인이다. "내가 시키면, 장동수 그 놈한테 칼침 한 방 놓을 수 있겠니?" 장동수가 제 형인 줄은 꿈에도 모르지만, 어딘가 핏줄이 당겨서인지 영달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아우인 줄도 모른 채, 그토록 목말라 하던 혈육인 줄도 모른 채, 그들은 그렇게 다시 만났다. 형은 아우의 이마에 총을 겨누고 아우는 형의 옆구리에 칼을 겨누며... 여기에 쓸쓸한 윤양하의 한 변이 더해지면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삼각형이다.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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