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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극을 보다

영화 '권법'에서 하차당한 여진구, 어린 배우를 향한 어른들의 횡포

빛무리~ 2014.04.11 08:53

 

 

영화 '권법'에 캐스팅되었던 배우 여진구가 느닷없이 일방적 하차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여진구를 대신하여 캐스팅 물망에 오른 인물이 바로 김수현이라는 소식을 더해 들으니 결국은 제작사측의 욕심 때문 아닐까 싶다. 김수현은 최근 '별에서 온 그대'가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고, 영화 '권법'은 CJ엔터테인먼트와 중국 국영 배급사 차이나필름그룹 등이 공동 투자 및 제작 배급을 맡은 작품이므로 충분히 김수현을 욕심냈을 법하다. 하지만 캐스팅되었던 배우에게 일방적 하차를 통보한 무례함은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이미 김수현 측에서도 "부담스러워서 못 하겠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니 어찌 낭패가 아닐소냐!

 

'권법'은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이 9년 동안이나 준비해 온 야심찬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는데, 촬영 시작 전부터 커다란 잡음에 휩싸이게 되었으니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외국 자본까지 끌어들여 진행하는 일이다 보니 워낙 애로사항도 많았을텐데, 그 와중에 어쩌다 이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설마 고의는 아니었을 거라 믿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실수였다 해도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결정적으로 여진구가 미성년의 어린 배우라는 점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 어른들이 욕심을 채우고자 어린아이를 기만한 셈이 되었으니 '권법' 제작진을 향한 대중의 신뢰는 삽시간에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여진구의 소속사 측에서는 갑작스런 하차 통보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도장까지 찍은 상태기에 당연히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여진구와 박광현 감독이 두 번 만났고, 여진구는 감독님이 정말 좋다며 촬영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인데 안타깝다. 16세인 여진구는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되는 미성년자인데 이런 상처를 안겨줘 미안하고 부끄럽다. 이번 일로 여진구가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된다." 소속사 관계자의 발언이 매우 강력하고도 분명하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났다고 기뻐하며 큰 기대를 품은 채 촬영을 준비하다가 일방적 하차 통보를 받았다면 성인 배우라 해도 충격이 클텐데, 아직 어린 배우라서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이다.

 

 

요즘은 아역 배우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아역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며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어른 뺨치는 연기 실력은 또 어찌나 훌륭한지, 명품 아역 배우들의 존재는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크나큰 선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 이면에는 수많은 고통과 어둠이 깔려 있음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976년생의 탤런트 이민우는 아직 30대의 청년이지만 1981년 아역으로 데뷔한 후 무려 34년째 연기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원로(?) 배우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좀처럼 말을 놓지 않고 깍듯이 경어를 쓰는데, 그 이유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함께 일하는 어른들이 물론 좋은 모습도 많이 보여주었지만, 안 좋은 모습도 참 많이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막말을 하며 함부로 대하거나, 어린아이에게 시켜서는 안 될 심부름을 시키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아역 배우는 그 포지션이 참으로 애매하고 위태롭다. 보통 아이들은 자기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함께 공부하지만, 아역 배우들은 항상 어른들과 함께 일하며 대본을 외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뿐이지 사회적으로 맡은 역할은 어른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어른들 사이에 섞여서 어른들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돈을 번다. 2002년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배종옥의 딸로 출연했던 장미나는 장미인애의 친동생으로 알려졌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당시 8살에 불과했던 미나의 수입으로 엄마까지 3인 가족의 생활비를 충당했었다고 훗날 장미인애는 말했다. 힘들어하는 동생을 보면서 너무나 미안했다고.

 

아역 배우는 필연적으로 세상에 일찍 눈을 뜰 수밖에 없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세상은 결코 아름답기만 한 곳이 아닌데, 어린 나이에 몰라도 될 것들까지 너무 빨리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인격이란 반드시 나이에 비례하여 성장하는 것이 아니니, 어린아이 앞에서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들을 거침없이 보이는 어른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심약하거나 예민한 성품의 아이들은 그 바닥에서 아예 견디지도 못할 것이고, 웬만큼 강철 멘탈이라 해도 남다른 성장 과정에서 겪는 고통의 수위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돈 버는 일치고 어디 쉬운 게 있던가? 돈이 얽힌 곳에는 어디나 암투와 질시가 팽배하게 마련인데, 그 험난함 속에서 이민우나 유승호처럼 반듯하게 성장한 아역 배우들을 보면 눈물겹도록 고맙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제 16세의 여진구를 상대로 공공연히 자행되는 어른들의 횡포를 보니 저절로 분노하게 된다. 거대 자본을 투자한 중국측에 휘둘리고 있다 해도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는 것쯤은 얼마든지 가능했을 일인데, 약속을 가벼이 깨뜨리고 신뢰를 무너뜨리는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어린 여진구에게 여과없이 보여주고 만 것이다. 이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지, 억지를 부리는 사람과 뻔뻔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어차피 살다 보면 모두 알게 될 일이지만, 남들보다 일찍 사회 생활에 뛰어든 탓에 좀 더 일찍 알게 된 여진구가 안스럽다. 좀 속상하겠지만 크게 상처받거나 슬퍼하지는 않았으면, 강철 멘탈로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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