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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별' 노민혁의 변화된 모습, 새로운 두근거림이 시작된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감자별 2013QR3

'감자별' 노민혁의 변화된 모습, 새로운 두근거림이 시작된다

빛무리~ 2014. 4. 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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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갑자기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가벼운 말 한 마디에도, 무심한 동작 하나에도 변화는 깃들어 있다. 변화는 설렘을 가져오고,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일으킨다. 나진아(하연수)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그녀를 대하는 노민혁(고경표)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그 까칠한 잘난척 대마왕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리는 모습을 보니 온 몸에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김병욱 PD의 전작들에 비해 '감자별 2013QR3'의 러브라인은 단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노민혁의 고백을 듣고 고민하던 나진아는 문자를 보낸다. "대표님, 저녁에 잠깐 뵐 수 있을까요?" 그녀가 먼저 만나자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노민혁은 순순히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그녀의 부름에 응했다. 진아가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미련한 약속이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그 약속이 저한테는 갚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부채 같아서요... 만나시던 분이랑 헤어지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그 분이랑 헤어지신 일 때문에 심란하신데 제가 마음을 더 어지럽혀 드리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그러자 민혁이 대답했다.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건 나진아씨 말고는 없어!"

 

 

노민혁은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비록 뻣뻣하고 멋대가리 없는 고백이었지만,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부터 그의 온 몸에 잠자고 있던 연애 세포들이 부스스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너를 잊으려고 잠시 공서영과 만나긴 했지만 그 여자의 존재는 털끝만치도 내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람은 오직 너 말고는 없다..." 그저 솔직한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했지만, 저 말 한 마디는 사랑 고백보다도 훨씬 매혹적이었다. 노준혁(여진구)을 사랑하고 있는 나진아의 마음을 흔들기엔 아직 부족하겠지만,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라면 노민혁같은 남자한테서 저런 말을 듣고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노민혁이 말했다.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그냥 우리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거나 괜한 집착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중이야... 준혁이가 좋아?" 갑작스런 질문에도 나진아는 당황하지 않고 살포시 웃으며 대답한다. "네!" 노민혁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러니까 이건 내 문제고, 내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지. 아직도 그 약속이 부채 같으면 나랑 하루 시간 보내는 걸로 갚아!" 하루를 같이 보내자는 말에, 나진아는 순간 멈칫하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심각할 일은 아닌데, 그냥 하루쯤은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고, 웃고 떠둘고 그러고 싶어서야. 부담스러우면 안 해도 되고..." 그저 꼭 하루만이라도 너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함께 웃으며 떠들고 싶다... 엄청난 재력과 재능을 소유한 그 남자의 소박한 소망이었다.

 

 

노민혁은 29세의 청년 재벌회장이며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차세대 경영인이다. 하지만 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똑똑한 두뇌로 얻을 수도 없는 것이기에. 지금 그는 한없이 외롭고 목마르다. 그녀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 날, 커피숍에 먼저 와서 기다리던 노민혁은 나진아가 들어서는 모습을 보자 벌떡 일어섰다. "나갈까? 안에 있기 아까운데..." 하지만 그녀는 달콤한 커피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뭐 한 잔만 마시고 가면 안 돼요?"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원래 두 사람의 관계대로라면 나진아는 노민혁의 말에 무조건 순종했을 것이고 노민혁도 그것을 당연히 여겼을텐데, 확실히 뭔가가 달라진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그의 고백을 들은 후, 그녀도 변했다.

 

무조건 그의 말에 따르던 여자는 자기 의견을 내세우기 시작했고, 언제나 명령만 하던 남자가 이제는 그녀의 의견을 따르기 시작했다. 살짝 말까지 더듬으며 노민혁이 물었다. "그, 그럴까? 뭐 마실 건데?", "캬라멜 마끼아또요", "응, 알았어!" 그녀가 원하는 커피를 사다 주려고 남자는 부랴부랴 움직인다. 하지만 그녀와의 첫 데이트에 긴장한 탓인지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주문대는 저 쪽인데요." 그녀가 알려주자 당황한 표정으로 "아..." 하면서 그 쪽으로 간다. 얼음 왕자 노민혁의 그런 모습에 나진아는 웃음을 터뜨린다. 조금씩, 그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마음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은 거리를 함께 걸으며 쇼윈도의 물건을 구경하거나 농구공 던지기 등의 놀이를 한다. 진아는 천진난만한 여고생처럼 웃어대고, 민혁은 틈틈이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멈춘다. 그 눈빛이 한없이 따스하고 애틋하다. 고급 스테이크는 의외로 질긴 경우가 많은데, 질긴 고기일수록 향이 좋다고도 한다. 맛있는 음식을 사주려고 최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갔지만, 칼질에 서툰 진아는 스테이크를 쉽게 썰지 못했다. 민혁은 선뜻 그녀의 접시를 가져다가 대신 고기를 썰어준다. 원래 잘 웃는 그녀지만 오늘은 특히 더 많이 웃는다. 평소 거의 웃지 않던 노민혁도 오늘은 하루 종일 웃는다. 마치 평생의 웃음을 오늘 하루에 쏟아 부을 것처럼.

 

드디어 이별의 순간이 왔다. 그녀가 타야 할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서고, 나진아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쾌활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오늘 너무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노민혁의 갑작스런 포옹으로 말문이 막힌 그녀는 인사를 끝맺지 못했다. 1초... 2초... 3초... 그녀를 품에 안고 노민혁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순간 '지붕킥' 최종회에서 신세경이 중얼거리던 마지막 대사가 떠올랐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봄 밤의 짧은 꿈은 야속하게 깨어지고 금세 잔인한 현실이다. 이를 악물고 그녀를 품에서 떼어내며 노민혁은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잘 가!" 그리고는 휙 돌아서 걸어가며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경계가 허물어져 있고, 어디부터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잘 보이지 않으며, 그래서 어느 곳을 끊어내야 완벽히 절제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갑자기 서늘해져 버린 밤공기를 느끼며 노민혁은 중얼거렸다. 그는 사랑을 끊어내지 못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나진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나는 그걸로 마음의 빚을 다 갚은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으로 생긴 부채는 돈의 그것과는 달랐다. 그건 다 갚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고, 자투리가 마음 속에 남았다..."그녀는 빚을 다 갚지 못했다. 

 

그들은 다시 옛날의 상태로 돌아왔다. 파헤쳐진 길 위에 잠시 눈이 내린 것처럼 그 날의 기억은 곱게 덮여 사라진 듯 보인다. 하지만 머지 않아 눈이 녹으면 패인 자리는 뚜렷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나진아는 동갑내기 노준혁과 여전히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랑을 이어가고, 노민혁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 발 물러선 채 그들을 바라본다. 그 평범한 일상이 폭풍 전야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균형은 이미 깨어졌고, 그들의 관계는 확실히 변화되었다. 그 변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아... 새로운 두근거림이 시작되고 있다. 기분 좋은 설렘이다.

 

 

덧 : 장율(장기하)와 노수영(서예지)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언제나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었던 노수영에 비해, 장율은 언제나 수동적이고 미온적이었다. 노수영은 가족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결혼을 감행했는데, 장율은 결혼식을 올린 다음 날 그녀를 혼자 버려둔 채 미국으로 떠나 한 달간이나 돌아오지 않았다. 음반 녹음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사실 녹음은 2주일 이내에 마쳤고, 나머지 2주일은 혼자 룰루랄라 미국 여행을 다닌 것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고, 그녀가 하루하루 애타게 기다리는 줄을 뻔히 알면서도 줄곧 속여 왔다. 열렬히 그리워해도 모자랄 신혼에 이런 식으로 차갑게 행동하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단 노수영은 대충 넘어갈 모양인데, 이것은 명백한 배신이다. 이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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