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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딸 하나' 이태곤, 야수같은 그 매력에 푹 빠지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잘 키운 딸 하나

'잘 키운 딸 하나' 이태곤, 야수같은 그 매력에 푹 빠지다

빛무리~ 2014. 3.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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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가끔은 '내가 이 유치한 드라마를 왜 보고 있나?' 하는 의문이 생길 때도 있다. 처음에는 그저 '관성' 때문이었다. 무려 133부작에 달하는 '못난이 주의보'를 재미있게 시청하다가 그게 종영되고 나니 허전했던 탓이다. 경쟁사의 '오로라 공주'도 막장 논란을 즐겨가며 시청했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종영되고 말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후속작들은 전작들의 재미와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조선시대 뺨칠 만큼의 남녀차별 가풍을 보여주는 '잘 키운 딸 하나', 단순한 구조 속에 우유부단의 극치를 달리는 여주인공을 내세운 '빛나는 로맨스'... 둘 다 썩 마음에 안 들지만 아무것도 안 보자니 허전해서, 어쨌든 나는 '잘 키운 딸 하나'를 선택했다. 두 작품이 60회 가량 방송된 현재의 전개를 보면, 그나마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빛나는 로맨스'를 초반 2회 시청하고 미련없이 싹 접은 이유는 그 여주인공 오빛나(이진)의 캐릭터를 도저히 나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 쪽에서 아무리 좋다고 쫓아 다녀도 자기 마음이 끌리지 않으면 단호히 끊어내야 하는 거였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어영부영 받아들여 놓고서 나중에 불행해졌다고 아무리 울어봤자 그 인생 대신 책임져 줄 사람 아무도 없다. 여자가 싫다는데 계속 쫓아다니면서 팔을 붙잡아 끌기까지 하는 변태식(윤희석)의 행위는 누가 봐도 스토커의 작태였다. 그 장면을 목격한 강하준(박윤재)이 달려와 변태식을 제압하고 오빛나를 구해 주었을 때, 정상적인 여자라면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하면서 강하준에게 꾸벅꾸벅 절을 해도 모자랄 것이다.

 

그런데 오빛나는 "이 사람, 제 남자친구예요!" 라는 거짓말로 변태식을 감싸며 강하준에게 눈을 흘겼다. 기껏 구해주러 달려온 정의로운 남자를 바보로 만들면서 지긋지긋한 스토커의 편을 드는 오빛나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짜증이 솟구쳤다. "헐... 쟤는 도대체 뭐래??" 그런 여주인공을 매일 저녁마다 보면서 속 터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2회 이후로 단 한 번도 '빛나는 로맨스'를 시청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통해 그 이후의 전개를 대충 알고는 있는데, 여주인공 오빛나가 지독히 불행해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으면 불쌍하기는 커녕 오히려 쌤통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남의 손에 질질 끌려다녔으니 이제 와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잘 키운 딸 하나'는 정말 유치뽕짝이라 해도 좋을 만큼, 기본 설정과 인물 캐릭터가 황당하다. 특히 악녀 임청란(이혜숙)과 그 어머니 변종순(김지영)의 캐릭터는 그대로 동화책에 나오는 마녀와 다를 바 없다. ("오호호호호호~" 웃음소리까지 그냥 마녀다..ㅎㅎ) 배우들이 연기하면서도 속으로는 진짜 우습고 기가 찰 것 같은데, 그래도 시치미 뚝 떼고 천연덕스럽게 잘 하는 것을 보면 역시 베데랑 연기자들이다. 상상 초월하는 유치함에 종종 몸서리를 치면서도 이 드라마를 계속 보는 이유는, 오빛나와는 정반대로 주체적이고 강단있는 여주인공 장은성(박한별)의 캐릭터가 나름 괜찮기 때문이다. 엄마 주효선(윤유선)의 말도 안 되는 판단 착오로 인생의 덫에 걸리긴 했지만, 놀라운 인내심과 출중한 능력으로 승승장구하는 이 녀석의 모습은 꽤나 대견했다.

 

 

남편 장교수(이영범)가 사고로 죽은 후 자신과 딸들이 '황소간장'에서 쫓겨난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주효선이 제정신이라면 시아버지 장판로(박인환) 회장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야만 했다. 장판로 회장은 주효선에게 절대 옷고름을 준 적이 없었고 (며느리에게 옷고름을 주는 것은 집안에서 내쫓는다는 의미란다), 주효선은 '황소간장'의 안주인 자격으로 관리하던 '잉어 열쇠'를 절대 반납한 적이 없었다. 그 모든 것은 임청란이 꾸며낸 속임수이며 오해였을 뿐이다. 어린 딸들과 함께 쫓겨나서 입에 풀칠조차 못 하고 있을 때 그 사실을 장회장에게 알렸더라면, 아무리 아들 선호사상에 눈이 벌겋게 물든 할아버지라도 설마 손녀들을 굶어 죽도록 방치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남편 장교수의 유복자 장라공(김주영)을 낳은 임청란을 쫓아내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먹고 사는 문제쯤은 쉽게 해결되었을 거란 얘기다.

 

감히 '황소간장'을 차지할 욕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그저 아이들 밥 먹이고 학교만 보낼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라고 주효선은 말했는데 그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특별히 임청란을 감싸주고 싶은 생각도 없었으면서 왜 굳이 입을 꾹 다물었을까? 장회장에게 사실을 털어놓기만 하면 전부 쉽게 해결될 일인데, 주효선은 유복녀로 태어난 8살짜리 막내딸 장하나의 이름을 장은성으로 바꾸고 긴 머리를 짧게 잘라 남자아이처럼 꾸며서 '황소간장'에 들여보냈다. 물론 장회장은 아들 손자가 한 명 더 생긴 줄 알고 입이 찢어지도록 기뻐하며 장은성을 받아들였지만, 그 날 이후 계모 임청란와 이복형 장라공에게 온갖 박해를 받으며 그 집안에서 남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던 장은성의 인생은 고통 그 자체였다. 멍청한 엄마 주효선 때문에 죄 없는 딸 장하나가 그 모든 고통을 대신 받아야 했던 것이다.

 

 

26세의 어른이 된 장은성은 이복형 장라공과의 대결에서 당당히 승리하고 400년 가업 '황소간장'의 제14대 대령숙수로 임명된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 무렵 호시탐탐 '황소간장'을 집어 삼키려고 기회를 엿보던 'SS그룹' 설진목(최재성) 회장의 적대적 M&A가 시작된다. 'SS그룹'보다 자금력이 부족한 데다가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은 '황소간장'은 대번에 뿌리까지 흔들리고, 그 와중에 어떻게든 '황소간장'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던 장은성은 집요하게 뒤를 캐던 장라공과 장라희(윤세인) 남매에 의해 정체가 탄로나고 만다. 할아버지 장회장은 믿고 의지하던 손자 장은성이 사실은 여자였음이 밝혀지자 그 즉시 안면을 차갑게 바꾸고 장은성을 파문하여 쫓아내 버린다. 수십 년을 속인 거짓말이 밉기도 하겠지만, 역시 딸이나 손녀 따위는 필요가 없었나보다..;;

 

하지만 'SS그룹' 설회장의 두 아들이 모두 장은성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직도 그녀에겐 희망이 있다. 짧은 커트머리에 양복을 입었다고 해서 그 예쁜 박한별을 누가 남자로 볼까마는, 설진목의 적자 설도현(정은우)은 룸메이트로 한 방을 쓰면서도 장은성이 여자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그러면서도 장은성에게 끌리는 마음을 주체 못하던 설도현은 마치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공유처럼 "남자면 어때, 우리 그냥 갈 데까지 가보자!" 하면서 저돌적으로 대쉬도 했었다. 그러나 자기 부친 설회장이 '황소간장'을 무너뜨리고 장은성에게 주가 조작 혐의까지 덮어씌워 경찰 조사를 받게 하는 상황에 이르자, 설도현은 장은성을 구하기 위해 부친 앞에 무릎을 꿇는다. 부친이 원하는 대로 장라희와 결혼하여 이탈리아로 떠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설회장에게는 숨겨둔 아들이 또 한 명 있었으니, 어려서부터 고아를 후원하는 척하며 자선을 베풀듯 키워 온 한윤찬(이태곤)이 사실은 설진목의 친자이다. 설진목은 혼자서만 그 비밀을 간직한 채, 한윤찬을 포악하고 잔인한 인간으로 키워내 자신의 수족처럼 이용해 왔다. 그래서 한윤찬은 온갖 폭력과 강압과 불법을 저지르며, 기업 경영의 어두운 뒷면을 홀로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은성을 만나면서부터 그의 포악한 성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매의 눈을 지닌 한윤찬은 처음 보는 순간부터 장은성이 여자임을 알아차렸고, 왜 가녀린 그녀가 힘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고 난 후에는 연민이 깊은 사랑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거친 야수가 사랑을 알고부터 따스한 인간으로 변모하는 아름다운 과정의 시작이었다.

 

 

장은성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숨은 보디가드처럼 뒤에서 활약하던 한윤찬의 모습은 또 어찌나 멋있던지! 의사 김진철(강성민)을 협박하는 것과 같은 장면에서는 사실 멋있다고 느끼면 안 되는데,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린 장은성을 그렇게라도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고마워서인지 그 폭력적인 모습마저 멋있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한윤찬의 노력도 소용없이 장은성의 비밀은 결국 만천하에 밝혀지고 '황소간장'은 'SS그룹'에 흡수된다. 외면적으로는 'AJ인베스트먼트' 라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외국 기업에서 합병하는 것처럼 꾸몄기 때문에 'SS그룹'은 세간의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다. 심지어 장판로 회장까지도 속아넘어가 설진목이 자기 원수라는 사실도 모른 채 사돈을 맺으며 의지하고 있는 중이다.

 

엄마 주효선과 언니 장하명(하재숙)과 함께 '황소간장'에서 쫓겨난 장은성은 1년 동안 폐인처럼 지냈다. 진심으로 할아버지와 '황소간장'을 사랑했는데, 정당하게 자기 노력으로 올라간 자리였는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빼앗기고 쫓겨난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난 억울해, 난 억울해!" 바닷가에서 절규하듯 외치는 그녀 앞에 한윤찬이 나타난다. 자기를 사냥개처럼 키워내고 더러운 일에만 이용한 설회장이 사실은 아버지였음을 알게 된 그의 눈빛은 차가운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이 더러운 사냥개, 꺼져, 당장 꺼져!" 장은성의 원망과 몸부림을 조용히 받아 견디며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한윤찬은 묵직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나는 설회장의 사냥개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너의 사냥개가 되려 한다. 너는 나를 이용해 '황소간장'을 되찾고 설회장을 무너뜨려라.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난 후에는 나를 버려라!"

 

 

한윤찬의 사랑은 거의 100% 순수한 아가페에 가깝다. 아껴주고 챙겨주면서도 절대 앞으로 나서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주면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를 위해 자기 인생의 항로까지 바꾸었음에도, 그녀를 자기 것으로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오직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식이다. 부모 자식도 아니고 남녀 관계에서, 정말로 그런 사랑을 하는 인간이 있을까? 남녀간에 사랑을 하다 보면, 다른 것은 몰라도 '너 하나'만은 내 것으로 갖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인데 말이다.

 

마치 충직한 개처럼 맹목적이고 희생적인 그 사랑이 정말 신기한데... 정말 멋있다. 원래 나의 취향은 자상한 남자를 좋아하는 편이라 설도현에게 더 끌릴 법한데, 이상하게도 마초 분위기 물씬 풍기는 한윤찬에게 더 끌린다.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졌던 장은성은 이제 한윤찬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서려는 중인데, 항상 그녀의 등 뒤에서 사나운 짐승의 눈빛으로 그녀를 지켜줄 야수 보디가드 한윤찬의 활약이 꽤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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