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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해피엔딩이 남긴 두 가지 교훈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별에서 온 그대

'별에서 온 그대' 해피엔딩이 남긴 두 가지 교훈

빛무리~ 2014. 2. 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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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를 품고 시청했던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스토리상의 헛점도 많았고, 유일한 악역 이재경(신성록)이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한 채 단순 무모한 범행을 지속하다가 어이없이 허물어져 버린 것도 흥미를 잃게 하는 큰 이유가 되었다. 후반에 뭔가 큰 역할을 담당할 것 같았던 이휘경(박해진)의 존재감이 끝내 응답받지 못한 짝사랑남으로 단조롭게 마무리된 것도 허무했다. 개인적으로는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의 캐릭터에 끝내 몰입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던 듯 싶다.

 

 

그러나 '별그대'의 독특한 해피엔딩은 내 가슴 속에 예상치 못한 아련함을 남겼고, 더불어 두 가지의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 일견 허황되거나 허무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부족함이 많았던 중후반의 전개에 비하면 오히려 만족감을 주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드디어 400년만에 웜홀이 열리고 도민준의 고향 별에서 UFO가 지구로 돌아왔다. 도민준은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고향 별로 돌아갔고, 홀로 남은 천송이는 날마다 도민준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그런데 고향 별에서도 지구로 돌아오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던 도민준은 점차 요령을 터득하고 힘을 얻어, 잠깐씩이나마 지구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5초 내외의 짧은 동안만 허락되었으나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졌다.  

 

그러므로 천송이와 도민준은 이별해도 이별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들은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영원한 사랑을 이룬 것이다. 만남의 시간과 기한을 정할 수 없기에 항상 불안하지만, 헤어져도 다시 돌아올 것을 알기에 늘 희망이 있다. 이 땅에 굳건히 뿌리 내리고 자식도 낳고 헤어짐의 시간 없이 함께 살아가는 것만을 사랑의 완성이라 생각한다면, 천송이와 도민준의 사랑은 어이없고 불행한 것이라 여겨질 수도 있다. 평생 붙잡을 수 없는 도민준이라는 한 남자의 사랑에 묶여 현실 속 가정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할 천송이도 그렇고, 애틋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가 끝내 천송이의 죽음을 지켜보고 그 이후에는 혼자 남게 될 도민준도 그러하다. 하지만 사랑을 현실에서 벗어난 좀 다른 차원의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해석은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유성우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던 중 고향으로 돌아갈 때가 임박했음을 느낀 도민준은 천송이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천송이... 내가 사랑하는 천송이... 추운데 여기저기 파인 옷 입지 마. 너는 가릴수록 예뻐. 지난 번에 얘기했듯이 키스신, 백허그신 그런거 안 돼. 격정 멜로 안 돼. 아프지 말고, 악플 이딴 거 보지 말고, 혼자 청승맞게 노래 부르다가 울지도 마. 밥 혼자 먹지 말고, 술 먹고 아무데나 들어가지 말고, 밤에 괜히 하늘 보면서 이 별인가 저 별인가 그딴 짓도 하지 마. 여기서 보이는 곳이 아냐. 그렇지만 난 매일 볼 거야. 거기서 네가 있는 이 곳을 매일 바라볼 거고 매일 돌아오려고 노력할 거야. 꼭 그럴 거야. 그런데 만약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다 잊어버려. 전부 다..." 울먹이며 인사를 마친 도민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천송이는 그의 빈 자리를 돌아보며 오열한다.

 

 

"그 곳은 여기서 보이는 곳이 아니야. 하지만 나는 매일 볼 거야. 거기서 네가 있는 이 곳을 매일 바라볼 거야!" 도민준의 작별 인사 중 내 귓가에 꽂힌 것은 바로 이 문장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기쁨이 동시에 뒤섞인 감정이 차오르며 가슴이 왈칵 뜨거워졌다. 그것은 마치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약속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이제 너는 나를 볼 수 없겠지만, 나는 너를 언제나 바라볼 거야... 곁에 없다고 해도, 볼 수 없다고 해도 사랑은 끝난 것이 아니야. 사랑은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는 영원한 것이니까!" 반드시 외계인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지 모른다. 세상 그 누가 이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단 말인가?

 

최근 리조트 붕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부산외대 학생들에 관한 뉴스를 보며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었다. 꽃 같은 나이에 속절없이 떠나야만 했던 학생들도 가엾지만,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님들은 그 준비없는 이별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 눈앞에 있다고 내일도 그럴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생각하면 인생이란 참으로 허망한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죽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니, 먼저 떠나간 이들은 살아남은 이들의 모습을 어딘지 모를 먼 곳에서 항상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그러니 영원한 사랑의 완성을 위해,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 살아남은 이들은 더욱 열심히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완벽하게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음을 만끽하며 천송이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고개를 돌렸을 때, 도민준의 모습은 이미 그 곳에 없었다. 예고 없이 찾아 온 또 한 번의 이별이었다. 그런데 천송이는 더 이상 울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수없이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 속에, 사랑이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임을 체득한 까닭이었다. "물론 힘들긴 하지만, 그래서 더 사랑할 수 있기도 해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렇다. 우리는 시간을 멈출 수도, 이별을 피할 수도 없다. 천송이가 마지막 인터뷰에서 밝혔듯, 우리가 사랑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함께 있는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

 

 

'별그대'의 해피엔딩이 남긴 두 가지 교훈은 "사랑은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 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물론 연약한 인간의 마음은 일상의 지루함과 고통 속에 빛 바래가고, 애틋한 사랑의 기억도 흐르는 세월 속에 잊혀져 간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떠올려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진실했는지, 얼마나 따뜻했는지, 얼마나 예뻤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무감한 일상 속에서 가끔씩이나마 떠올려 볼 수 있다면, 여전히 사랑은 그 마음 안에 생생히 살아있는 것 아니겠는가?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 소녀적인 감상이라 비웃어도 상관없다.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영원한 사랑을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믿을 테니까. 죽음 그 이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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