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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2' 김종서, 전설이 아니라 경연 가수로 출연한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불후의 명곡2' 김종서, 전설이 아니라 경연 가수로 출연한 이유

빛무리~ 2014. 2. 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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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7년차, 한 때 서태지를 자신의 팬으로 두고 있었다는 한국 록의 대부 김종서가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한다면 누구라도 '전설'의 자격으로 나타날 거라고 예측할 법하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경연 가수로 참여했다. 전설 주현미는 자신보다 고작 2년 늦게 데뷔한 김종서가 까마득한 후배들과 나란히 서서 자신을 대선배로 예우하며 자신의 노래를 부를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심지어 다음 주 예고편에도 김종서의 모습이 비치는 걸 보니 김종서의 '불명2' 출연은 단발성 이벤트쯤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당분간 계속될 모양이다. 만약 김종서보다 후배인 가수가 '전설'로 초대된다면, 그는 선배 김종서가 후배들과 같은 위치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데 맘 편히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차후로 '전설' 제안을 받는 가수들에게는 그 문제가 살짝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김종서는 일찍부터 '불명2' 제작진으로부터 '전설'로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스스로 '전설'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거부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이 남아 있으며 꾸준히 배우고 있는 중이기에, 감히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그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의 겸손한 자세에 존경심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론적으로 따지면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게 맞다. 그렇게 따지면 살아있는 누구도 감히 '전설'이라 칭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명2'의 '전설'이 뭐 그렇게까지 신비로운 자리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출연한 '전설'들 중에는 박진영처럼 김종서보다 훨씬 어리고 경력이 짧은 후배 가수들도 있었는데, 김종서의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남들을 불편하게 하는 면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김종서가 무대에 올라 '눈물의 부르스'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가 '전설이 아니라 경연 가수의 자격으로 '불명2'에 출연한 이유를 분명히 알 수가 있었다. 그는 방송을 통해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것이다. '전설'이랍시고 윗자리에 점잖게 앉아있는 것보다는 후배들과 함께 무대에서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노래하고 싶었던 것이다. 무대 위의 김종서는 표현 그대로 '물 만난 고기' 같았다. 주현미의 '눈물의 부르스'는 원래 트로트였지만, 김종서에 의해 발라드와 록과 재즈 등의 다양한 장르로 변신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원곡의 기본 멜로디에 거의 변형을 주지 않고 오직 김종서의 창법에 의지하여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을 탄생시켰다는 점이었다. 김종서가 부르는 노래는 누가 들어도 주현미의 '눈물의 부르스'가 확실했지만,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김종서만의 '눈물의 부르스'였다.

 

나는 원곡을 완전히 바꿔 버리는 편곡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노래를 들었을 때 "도대체 저게 무슨 노래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가 되면 그것은 참된 편곡이 아닌 것 같다. '나는 가수다'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었는데 '불명2'에서는 심심찮게 보여서 그 때마다 살짝 불편한 심정이 되곤 했다. 이번의 주현미 편에서도 몇몇 가수들은 트로트 편곡에 어려움을 느꼈는지 아주 생소한 노래로 바꿔 부르는 편곡을 선보였는데, 원곡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100% 발산한 김종서의 무대는 후배들의 미숙함과 비교되어 더욱 빛나고 돋보였다. 특히 색소폰 연주자와 신명나게 음을 주고받을 때, 가슴 뛰는 설렘과 쾌감을 느끼지 않은 청중이 있었을까? "아~ 부르스 부르스 부르스 연주자여~ 그 음악을 멈추지 말아요~" 라는 구절이 반복될 때, 진심으로 그 음악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심정... 음악을 통한 교감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사실 요즘의 방송가서에는 실력파 가수들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무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나는 가수다'를 계기로 '보는 음악'의 시대에서 '듣는 음악'의 시대로 바뀌어 가나 싶더니만, 아직도 대부분의 음악 프로그램은 아이돌의 화려한 춤사위로 뒤덮여 있을 뿐이다. 가수라면 누구인들 방송을 통해 보다 많은 대중 앞에서 노래하고 싶지 않을까마는 현실적으로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노래하고 싶은 욕망을 지극한 겸손으로 감추고 학생(學生)을 자처하며 무대에 선 김종서는 어찌 보면 얄밉도록 영리했다. 어쨌든 그 영리함 덕분에 시청자는 즐거워졌다. 김종서가 앞으로 몇 주나 더 '불명2'에 출연할지는 모르겠으나, 당분간이라도 그의 명품 무대를 주말마다 감상할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김종서는 명곡판정단으로부터 무려 442표를 얻어내며 최고점을 갱신했으나, 바로 다음 무대에서 거미가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불러 445표를 받으며 기록은 5분만에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점수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불렀고 깊은 뼛속까지 울리는 공감에 성공했다. 어쩌면 김종서의 무대를 통해 청중의 감정이 최고조로 끌어 올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거미의 고득점도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종서의 명품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음 주의 '불명2'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데, 예고편에는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마치 전설들의 전쟁과도 같았던 '나는 가수다' 시즌1에서 7주 연속 버티기에 성공하여 명예졸업 트로피를 받아낸 윤민수였다. 아, 이제 '불명2'에서는 바야흐로 '전설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려는 것인가? '전설' 자리에 초대되는 가수들은 부담스럽겠지만, 시청자는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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